박은주 전 김영사 사장이 김강유 회장을 횡령·배임·사기 혐의로 형사 고소한 데 이어 별도의 민사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김영사 본사 전경과 박 전 사장이 김 회장에게 보낸 내용증명.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일요신문>은 지난 5월, 1200호 ‘단독보도 메이저출판사 김영사 시끄러운 내막’ 제하 기사를 보도하며 김강유 회장의 횡령·배임 의혹 등을 제기한 바 있다. 박 전 사장이 최근 김 회장을 350억 원 규모 횡령·배임·사기 혐의로 검찰에 형사 고소하면서 사제지간이었던 양측의 이전투구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요신문>은 박 전 사장이 최근 자신의 법률대리인으로 국내 최대 규모 로펌인 김앤장법률사무소를 선임했고 김 회장에 대해 형사소송과는 별개로 민사소송까지 추가로 계획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또 박 전 사장의 남동생이 김 회장 측에 귀의해 경기도 용인의 무허가 법당에서 숙식하며 지내고 있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 수 있었다. 김영사를 둘러싸고 1년 넘게 지루하게 지속되고 있는 전·현직 대표 간 치열한 다툼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봤다.
왼쪽부터 김강유 회장, 박은주 전 사장.
기사가 나간 직후 경찰 측에서 관심을 보였다. 경찰청 범죄정보과에서 김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 등에 대해 비공식 내사에 착수한 것. 하지만 수사는 좀체 진척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경찰 한 관계자는 “박 사장도 공범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수사를) 진행하면 특경법(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라 기소유예가 쉽지 않을 것 같아 망설이는 눈치”라고 말했다. 경찰의 내사 사실을 파악하고 있던 박 전 사장은 수사가 답보 상태에 머물자 검찰로의 직접 고소를 결심하게 된다. 서울중앙지검은 7월 27일 이 사건을 조사1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한 상황. 앞서의 경찰 관계자는 “경찰은 김영사 사건에 대한 내사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담당자가 민사소송하고 겹쳐있어 복잡하다고 하더라”며 “박 전 사장 측이 대검찰청 측과도 접촉을 했는데 잘 안 돼서 직접 고소로 방향을 선회한 거라고 하더라. 경찰이 민사와도 얽혀 있고 해서 인지수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박 전 사장이 최근 자신의 법률 대리인으로 김앤장을 선임했으며, 형사 소송과 동시에 민사 소송까지 진행할 것이라는 사실을 <일요신문>이 확인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박 전 사장이 민사하고 같이 진행하려고 하는지는 몰라도 거액의 수임료로 김앤장에서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전 사장은 “김앤장에 소송을 맡긴 게 맞다. 민사소송을 검토 중이며 이와 관련 최근 김 회장 측에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밝혔다. 박 전 사장은 7월 24일 김강유 회장과 주식회사 김영사에 ‘2014.9.22.자 계약 취소 및 해제의 건’이란 제목으로 보낸 내용증명을 통해 자신이 합의서대로 퇴직금 등을 포기하는 등 합의서 상의 의무를 이행했지만 김 회장 측은 합의서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합의를 취소한다고 통지했다. 또한 향후 필요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조치를 취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여기서 말하는 합의서는, 박 전 사장이 지난해 5월 31일 사임하고 김영사에서 같은 해 6월 19일 이사회를 열어 박 전 사장을 해임한 이후인 같은 해 8월에, 김 회장 측이 박 사장의 서울 반포동 아파트 등 50억 원 상당(김영사 측이 주장하는 박 전 사장의 횡령·배임 액수)의 재산을 가압류한 것이 원인이 돼 양측이 체결한 합의서다. 이 합의서를 기초로 양측은 재산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결국 김 회장 측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합의서는 무효가 된 것. 박 전 사장은 “사임 직전인 지난해 4월 김 회장이 주주총회를 소집해 나의 회계경리부분 권한을 박탈하고 재산 포기각서를 쓰게 한 것은 물론, 모든 직원들 앞에서 무릎을 꿇리고 배임·횡령죄 자술서에 서명하라고 강요했다”며 “내가 사임한 직후인 6월, 나를 횡령·배임 혐의로 해임하고 내 재산을 가압류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6월 19일 김영사 이사회의사록 중 ‘제1호 의안: 대표이사 변경의 건’은 “감사실의 조사결과 현 대표이사 박은주의 비위행위가 있어 감사 김충섭(김 회장의 형)의 제청으로 현 대표이사 박은주를 해임할 것을 요구하여 표결한 결과 대표이사 박은주를 제외한 출석이사 전원의 찬성으로 해임을 의결하였으며 후임 대표이사를 무기명 비밀투표로 표결한 결과 다음 사람(김강유 회장)이 대표이사로 선출되었다”고 기재하고 있다.
한편 박 전 사장의 의사 출신 남동생도 경기도 용인시 마북면에 위치한 김 회장 법당에 기거하며 김 회장 아래에서 금강경을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 전 사장은 “김 회장 밑에 있는 것은 아니고 여자 교주인 이 아무개 씨 쪽에서 공부하며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내가 법당에서 나갔다고 생각하니까 안 좋다. 그 쪽에서 제 동생을 통해서 계속 협박을 해 왔다”고 말했다. 김영사 측 고위 관계자도 “박 전 사장의 동생분이 지금도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계신 적이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