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과 합병을 통과한 삼성물산은 지난 6일 자정 주식매수청구권 접수를 마감했다. 그동안 주식을 보유하며 합병을 반대해온 엘리엇은 총 보유지분 7.12% 가운데 4.95%에 해당하는 773만 2779주를 매수해 줄 것을 삼성물산에 청구했다. 이는 청구권 행사가격인 5만 7234원을 반영하면, 총 4426억 원 가량이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기간인 지난달 17일부터 지난 6일까지 종가 기준 평균 매입단가를 6만 원이라고 가정하고,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인 5만 7234원에 지분 773만 2779주를 처분하면 총 손실액은 200억 원대에 달한다. 엘리엇이 이러한 손실을 무릅쓰고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나선 것은 주총 패배 이후, 현실적으로 삼성그룹과 싸움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엘리엇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남은 삼성물산 지분 2.17%로는, 통합 삼성물산 지분 0.62%만을 획득할 수 있다. 이 지분만으로는 경영에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사실상 한국에서 철수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엘리엇 대변인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이 불공정하고 불법적이라는 기존 입장의 연장선에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게 됐다”며 “주주로서의 권리와 투자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임시주총 결과 등과 관련된 사안 등을 포함해 모든 가능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엘리엇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도 불구하고 통합 삼성물산 출범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는 주식수를 모두 합쳐도 1조 5000억 원을 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양사 합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금액이 1조 5000억 원을 넘으면 합병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고 삼성은 합병 계약 체결 당시 밝힌 바 있다.
삼성물산 보통주 주주만으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규모가 1조 5000억 원을 넘기 위해서는 삼성물산 의결권 주식수 1억 5621만 7764주 중에서 2620만 8198주, 즉 16.78%가 매수청구를 행사해야 한다.
주총 당시 합병에 반대한 일성신약도 삼성물산 지분 2.12% 전부, 윤석근 대표 등 일성신약 오너 일가의 보유지분 0.25% 등 총 2.37%(2120억 원)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한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기일은 오는 9월 1일이다. 통합 삼성물산은 오는 9월 4일 신규법인 등록을 하고 정식 출범할 계획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