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이 롯데그룹 경영 일선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2004년 롯데호텔 정책본부 본부장을 맡으면서다. 신 회장의 싱크탱크이자 가신그룹의 산실로 여겨지는 롯데그룹 정책본부와 함께 신 회장은 롯데그룹의 성장을 주도했다. 2004년 11월 KP케미칼 인수를 시작으로 M&A에 나선 신 회장은 2006년 우리홈쇼핑, 2007년 빅마트·나이스마트, 대한화재 등을 인수하며 몸을 풀었다.
롯데월드타워. 박은숙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8년 4월 자산 43조 6790억 원에 계열사가 46개였던 롯데그룹은 2011년 4월 자산 77조 3490억 원에 계열사는 78개로 늘어났다. 2011년 충북소주를 인수한 롯데는 2012년 들어 CS유통, 그랜드마트 인수에 이어 2012년 11월 하이마트까지 인수했다. MB 정부 5년이 지난 2013년 4월 롯데그룹 자산은 2008년 4월보다 2배 이상인 87조 5230억 원으로 늘어났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2009년 제2 롯데월드 건축 최종 허가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허가해주지 않은 사업을 MB 정부가 허가해준 것이다. 더욱이 군 시설인 성남공항 활주로 각도를 조정하고 공군의 반발까지 거스르며 허가해줬다. 국가안보보다 민간기업의 숙원사업을 먼저 해결해준 것이어서 제2 롯데월드 건축 허가 문제는 늘 특혜 시비와 의혹에 휘말려 있다.
재계 일부에서는 신격호 총괄회장 때부터 롯데의 로비력이 대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예 신격호 회장이 1967년 한국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하던 때부터 로비와 특혜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인 1966년 외자도입특례법을 제정, 외자 기업에 최초 5년간 소득세·법인세·취득세·재산세 등을 면제해 줬다. 당시 정부는 일본에서 사업을 일군 신 회장에게 투자금의 절반은 ‘신격호’라는 한국 이름으로, 나머지 절반은 ‘시게미쓰 다케오(重光武雄)’라는 일본 이름으로 투자하도록 해줘 각종 세금을 면제해줬다는 것. 한 대기업 관계자는 “롯데가 한국에서 처음 사업 시작할 때부터 특혜와 로비가 있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호텔, 쇼핑, 건설 등 주력사를 중심으로 롯데의 로비력은 어느 재벌에 뒤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정중동 로비를 하는 최고수”라고 말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