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합창단이 김호식 아리엘 남성합창단 지휘자의 지도로 합창 연습을 하고 있다. 시민들의 예상 밖 실력은 놀라움을 선사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세계적인 지휘자 안익태를 음악의 세계로 처음 이끈 것은 다름 아닌 ‘첼로’였다. 학창 시절 첼리스트였던 안익태는 전국으로 순회공연을 다닐 정도로 유망주였다. 그런 그가 1962년 미국 유학 시절 ‘흰 백합화’라는 첼로곡을 만들었다. ‘흰 백합화’는 <한국의 생활>이라는 제목으로 엮인 4곡 중 마지막 곡이다. 소박하면서도 한국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음악제에서 ‘흰 백합화’는 특별 공연으로 세계적인 소프라노인 한예진 상명대 특임교수와 베이스 임철민 숭실대 콘서바토리 교수가 호흡을 맞춰 부를 예정이다. 한예진 교수는 “‘흰 백합화’를 딱 들어보면 ‘우리 곡이구나’라는 것이 바로 느껴질 것이다. 그만큼 우리의 얼, 정서, 가락, 안익태 선생의 철학이 담겨 있는 곡이다. 얼마 전 악보를 받고 연습을 시작했는데 굉장히 멋졌다”라고 전했다. 임철민 교수는 “한국의 생활 중 가장 유명한 곡이 ‘흰 백합화’다. 원래 첼로 독주뿐만 아니라 독창곡으로도 많이 한다. 이번에는 특별히 이중창으로 부르게 됐다”라고 전했다.
안익태의 <한국의 생활> 두 번째 곡에는 ‘아리랑 고개’가 실려 있다. 이번 음악제 특별공연에는 ‘흰 백합화’에 이어 ‘아리랑 고개’가 선보일 예정이다. ‘아리랑 고개’를 부를 주인공은 메조 소프라노 김선정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와 테너 강무림 연세대 성악과 교수다. 김선정 교수의 풍부한 표현력과 감성적인 발성, 성악계 거목인 강무림 교수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어우러져 한 여름밤을 수놓을 예정이다. 김선정 교수는 “멜로디를 약간 변화를 줘서 듀엣곡으로 부를 예정이다. ‘아리랑’이 실려 있어 곡 자체가 아름답게 표현이 되어 있고 듀엣곡으로 하기 좋은 곡 같다”라고 전했다.
이번 음악제의 축하 공연에는 트럼펫 안희찬 추계예술대 기악과 교수가 출연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 최고의 트럼펫 연주자로 꼽히는 안 교수는 이날 ‘베니스의 사육제에 의한 트럼펫 환상곡과 변주곡’을 연주한다. ‘베니스의 사육제’는 축제의 향연에 대하여 서술한 곡으로 많은 기교와 고도의 테크닉을 선보인다. 안 교수는 “워낙 곡이 화려하기에 축하 공연으로는 딱 좋은 곡이다”라고 전했다.
이렇듯 ‘소프라노 한예진’, ‘메조 소프라노 김선정’, ‘테너 강무림’, ‘베이스 임철민’, ‘트럼펫 안희찬’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음악제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이 ‘음악계 대선배’인 안익태에 대해 갖는 감정도 남다르다. 안익태가 세계적인 훌륭한 음악가인데도 조명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한예진 교수는 “그 옛날, 지금도 최고로 공부를 해도 지휘를 하기 어려운 그런 세계적인 무대를 선 것 자체만으로도 안익태 선생님이 얼마나 훌륭하신 분인가 알 수 있다. 안익태 선생의 ‘코리아 판타지’를 들을 때면 지금도 울컥울컥한 마음이 든다”라고 전했다. 임철민 교수는 “세계적인 대가임에도 과거 국내에서 배척을 당하는 바람에 그동안 안익태 선생에 대한 조명이 제대로 안 된 측면이 있다. 시기와 질투가 있지 않았나 싶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재조명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음악제가 큰 의미를 던져줄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미 일부 출연진들은 이전에 펼쳐졌던 ‘안익태 음악제’와 미리 인연을 맺기도 했다. 임철민 교수는 2010년과 2014년 안익태 음악제에 참가했으며, 강무림 교수는 2011년, 안희찬 교수는 2009년 안익태 음악제에 참여했다. 하지만 ‘광복 70주년’, ‘안익태 서거 50주년’을 맞아 열리는 이번 음악제가 주는 의미는 그 어느 때보다 남다르다. 임 교수는 “매년 하는 음악제이지만 이번 음악제만큼은 우리나라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광복 70주년에 듣는 ‘코리아 판타지’가 주는 감동이 상당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출연진들은 음악제 무대에 함께 서는 ‘국민참여합창단’에 대해서도 많은 기대감을 표했다. 프로 음악가가 아닌 아마추어가 주는 감동이 상당할 것이라는 게 출연진들의 평가다. 국내 최초로 일반 국민 250명의 참여를 받아 조직되는 ‘국민참여합창단’은 애국가와 코리아 판타지 등 2곡을 노래한다. 합창단은 모집 당시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일반 시민들의 활발한 참여로 눈길을 끌었다. 여기서 숨겨진 에피소드 하나. 애초 출연진들은 합창단 모집 당시 ‘오디션’을 철저히 보려고 했으나 예상 밖의 실력들에 놀라 합의 끝에 오디션을 안 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한예진 교수는 “출연진끼리 회의를 하면서 걱정을 많이 했지만 결국 심사는 안 보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첫 연습 때부터 가보니 분위기가 너무 좋았고 무엇보다 실력에 많이 놀랐다. 시민들이 예술의 전당 무대에서 부르는 애국가가 개개인들에게는 많은 추억이 되고 관객들에게는 큰 감동이 될 것 같다. 기대해도 좋다”라고 전했다.
한예진 교수는 “관객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로 첫 번째는 음악제를 통해 ‘우리가 하나’라는 감동 코드를 꼭 느끼셨으면 좋겠고, 두 번째는 안익태 선생의 곡이자 우리의 교향곡인 ‘코리아 판타지’를 듣고 ‘행복하다, 좋은 노래를 들었다’를 넘어서 우리는 이만큼 훌륭한 민족이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뿌듯한 감정을 느끼셨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나의 노래 애국가’ 안익태 기념 음악회 일시·장소 : 8월 24일 저녁 8시·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프로그램 : 안익태 작품과 베토벤 9번 등 축하공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