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롯데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과 맞물려 대기업 집단의 후계구도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부터)이 지난 2012년 6월 1일 서울 중구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한 모습.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지주회사 격인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합병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8)의 지분율은 23.23%에서 16.4%로 줄어든다. 여동생인 이부진(46)·서현(42) 사장의 지분율이 무려 10.94%에 달한다. 계열사 지분 8.71%보다 많다. 신규순환출자 금지규제 때문에 계열사가 인수할 수도 없고, 경영권 위협 때문에 외부에 팔기도 어렵다. 결국 장기적으로 확실한 경영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이 부회장이 두 동생의 지분을 직접 가져와야 한다. 반대로 이부진·서현 사장 입장에서 제일모직 지분은 향후 남매간 계열분리를 할 때 가장 중요한 담보물이다. 이 지분을 지렛대로 최대한 많은 사업부문을 확보하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순환출자도 과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후 계열사 지분 8.71%다. 이 역시 외부에 팔 수도, 계열사에 넘기기도 어렵다. 주주환원 차원에서 자사주 매입형태로 해소할 가능성은 있다.
#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 정태영 부회장.
#SK
SK C&C와 SK㈜의 합병으로 최태원 회장(56)의 그룹 경영권이 워낙 탄탄해진 데다,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53) 지분율은 워낙 미미해 경영권 갈등 가능성은 없다. 사촌인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52)이 이끄는 케미칼 및 가스 부분은 그룹 종가인 최신원 SKC 회장(64) 가문의 몫으로 사실상 ‘행선지’가 정해진 회사들이다. 당분간 경영권 관련 가족간 다툼이 일어날 여지가 없는 곳이다. 지주사 체제여서 순환출자 해소 부담도 없다.
# LG
가장 일찍 지주회사로 전환, 경영권이 안정된 그룹이다. 구본무 회장(71)에 이어 양자인 구광모 ㈜LG 상무(38)가 바통을 넘겨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구 회장의 바로 아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67)은 구 상무의 친아버지다. 동생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58)은 희성그룹 최대주주다. 현재 LG전자 경영을 맡고 있는 구본준 부회장(65)만 아직 직접 소유한 회사가 없다.
지주사인 LG의 경우 구 회장 측 지분율이 30%에 육박해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최근 구 회장 영향력 아래로 편입된 LG상사는 구 부회장과의 지분율 격차가 크지 않다. 특히 LG상사는 한때 구 부회장이 직접 경영까지 했었다. 엄격한 가풍을 감안할 때 다툼 가능성은 낮지만, 구 부회장의 몫을 정하는 과정에서 갈등이나 잡음이 나올 가능성까지 배제하기는 어렵다.
# 현대중공업과 현대백화점
옛 현대그룹 계열들은 모두 총수의 아들이 둘 이상이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정몽준 전 의원(65)의 장남 정기선 상무(34)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만 아직 지분을 갖고 있지는 않다. 막내아들인 정예선 씨(20)는 아직 어리다. 두 아들 사이에는 딸도 둘(정남미(33)·정선이(30))이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크게 조선 및 플랜트 등 제조 부문과 하이투자증권 등 금융, 현대호텔 등 레저부분으로 나뉜다.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이미 정지선 회장(44) 체제가 다져져 있다. 정 회장은 현대백화점 최대주주(17.09%), 동생인 정교선 부회장(42)은 현대그린푸드 개인 최대주주(15.28%)다. 그런데 정 회장도 현대그린푸드 개인 2대 주주(12.67%)다. 현대백화점의 100% 자회사인 현대쇼핑이 현대그린푸드의 3대주주(7.76%)다. 일단 그룹 핵심 지분율에서 정 회장이 정 부회장을 압도한다. 현대백화점그룹 역시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그린푸드-현대백화점’의 순환출자 고리 해소 숙제가 있다.
# 현대
현정은 회장(61) 슬하에는 정지이(39), 정영이(32) 자매와 아들인 막내 정영선 씨(29) 등 3남매가 있다. 정지이 상무만이 경영에 참가하고 있으며, 현대엘리베이터(0.27%)와 현대글로벌(7.89%)에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아직 대부분의 그룹 지분을 현 회장이 직접 보유하고 있어 아직 후계 변수는 많은 편이다.
# GS·LS·두산
형제간 집단지배체제다. 장손가 지분이 가장 많지만 단독으로 경영권을 행사하기에는 부족하다. GS와 두산은 형제간, LS는 사촌간 경영체제다. 대가 내려 갈수록 유대감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두산의 경우 이미 예전에 형제의 난을 겪었음에도 형제경영체제를 유지한 게 특징이다. 일찌감치 지주사 체제를 택해 형제 또는 사촌 가문별 계열분리가 용이하다. 지주사를 쪼개 각 자회사 별로 인적분할한 후 각 가문이 가진 지분들을 맞바꾸는 방법으로 분리할 수 있다.
# 한화
김승연 회장(64)의 장남인 김동관 상무(33)로의 후계가 유력하다. 김 상무는 세 형제 가운데 지주사 ㈜한화 지분율(4.44%)이 가장 높다. ㈜한화 지분 1.67%씩을 보유한 김동원(31)·동선(27) 형제도 그룹 일부를 떼어 받아 독립할 가능성이 크다. 김종회 창업주도 한국화약은 장남인 김 회장에게 맡겼지만, 장녀 김영혜 씨(68)에게 제일화재를, 차남 김호연 전 빙그레 회장(61)에게 빙과사업을 맡겼다. 현재 한화그룹은 화학·에너지, 방산, 금융, 레저 등의 사업분야를 갖고 있다.
# 한국타이어
지주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지배구조를 보면 조양래 회장(79)이 23.59%로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세 자녀 조현식(46), 조현범(44), 조희경(49)의 지분율이 19.32%, 19.33%, 10.82%로 팽팽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이기도 한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의 지분율이 형인 조현식 한국타이어 대표보다 많은 점과, 딸임에도 조희경 씨의 지분율이 높은 점이 눈에 띈다.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73%에 달해 장내매수를 통한 경쟁보다는 조 회장의 지분향배가 향후 후계구도를 결정지을 요소다. 조 사장이 한국타이어 경영에 주력하고 있는 반면 최근 조 대표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지주사 대표로서의 역할로 볼 수도 있지만 그 결과에 따라 분할승계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효성
조현준 사장, 조현문 전 사장, 조현상 부사장
간판 회사인 ㈜효성 지분율을 보면 조석래 회장(81)의 장남 조현준 사장(48)과 셋째인 조현상 부사장(45)이 각각 11.38%, 10.95%로 비슷하다. 계속 장중에서 지분을 매집하고 있는 과정이지만, 거의 비슷한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조 회장의 지분 10.15%를 어느 한 쪽이 다 물려받더라도 단독으로는 안정적인 경영권 행사가 쉽지 않다. 두 형제의 사이는 나쁜 편은 아니지만, 둘째 조현문 전 사장(47)과는 법정다툼을 벌일 만큼 사이가 좋지 않다. 조 회장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그룹경영은 화학과 IT부문은 조 사장이, 중공업은 조 부사장이 맡고 있다.
# 한진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구조는 조현아 전 부사장(43), 조원태 부사장(40), 조현민 전무(33)가 각각 2.49%, 2.49%, 2.48%로 같다. 조양호 회장의 지분(17.83%) 향배로 후계가 결정되는 구조다. 괄괄한 성격인 세 남매가 모두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가했거나, 참가하고 있다. 주력인 항공과 해운 등 물류 부문은 조 부사장이, 호텔부문은 조 전 부사장이 맡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하지만 호텔부문의 성장을 위해서는 대한항공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점에서 남매간 협업 여부가 중요하다. 막내인 조 전무가 어떤 사업 부문을 맡을지도 변수다.
# 금호석유
박찬구 회장(68)이 이끄는 금호석유그룹의 경쟁구도도 오묘하다. 아들인 박준경 상무(38)와 박 회장의 장조카인 박철완 상무(38)의 구도다. 박 회장의 형인 고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철완 상무는 금호석유 지분 9.1%를 보유 중이다. 박 회장 부자(박찬구 6.09%, 박준경 6.52%, 박주형 0.6%)의 13.21%보다는 적지만 단일로는 최대주주다. 금호석유는 사업부문도 석유화학뿐이어서, 대형 M&A가 아니면 분할승계 여지도 적다.
당초 박철완 상무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에 참여했으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과 박 회장 간 사이가 벌어지면서 금호석유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금호석유는 아시아나항공 지분 12.61%를 보유 중이다. 이 때문에 금호석유가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박삼구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지분 30%를 가진 금호산업 경영권을 곧 회복하게 되면 박철완 상무는 금호석유 내에서 입지를 마련할 수밖에 없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