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일국은 <해신> <주몽> <바람의 나라> 등 사극에서 유독 많은 성과를 냈다. 오른쪽은 <바람의 나라> 포스터. ‘슈퍼맨’에서는 세 쌍둥이의 다정한 아빠로 변신해 재기에 성공했다.
#‘시청률 제조기’ 송일국 놓고 드라마국 VS 예능국 신경전
송일국은 삼둥이 아들 대한, 민국, 만세 군과 함께 지난해부터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한동안 연기는 물론 방송 활동을 중단하다시피 했던 그는 세 아들을 건강하게 키우는 일상의 모습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으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10% 중반대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는 데 있어서 ‘1등 공신’으로도 꼽힌다.
인기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드라마 출연 제의도 잇따르고 있다. 공백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그는 가장 적합한 기회를 모색해왔고, 그렇게 <장영실>의 타이틀롤 제안을 받았다. <장영실>은 어느 정도의 기본 시청률이 보장되는 토·일요일 밤 9시대 방송하는 KBS 1TV 대하사극이다. 조선시대 천재 과학자인 장영실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로 주인공을 어느 배우가 맡을 것인지를 놓고 시선을 끌었고, 실제로 여러 톱배우들이 이 배역을 욕심내기도 했다.
송일국 역시 출연 제의를 받고 흔들렸지만 선뜻 응하지 못한 데는 이유가 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로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는 데다 배우가 아닌 아빠로서 지극히 사적인 일상이 공개되고 있다는 점이 그를 고민하게 했다. 이에 더해 <장영실>의 방송이 주말 밤이라는 점도 그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일요일 오후 6~7시에는 아빠 송일국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다가 곧이어 밤 9시에는 역사의 실존인물로 드라마를 이끌어야 한다는 데 따른 부담 때문이다.
송일국은 결국 <장영실>을 택하고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하차하는 방법도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 거센 반대의사를 밝히고 묘한 신경전까지 일으킨 곳은 방송사 내부다. 실제로 KBS 예능국과 드라마국은 송일국을 두고 상당한 줄다리기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 입장에서는 시청률 제조기로 통하는 송일국과 그의 아들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고, 드라마 <장영실> 쪽에서는 지방 촬영이 많은 제작 환경을 고려해 작품에 집중해줄 것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장영실>이 내년 1월 방송을 시작하지만 빠르면 9월 말부터 지방 촬영을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도 송일국의 부담을 더하게 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장영실> 제작진은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하차하고 대하사극에 주력해줄 것을 원했지만 예능국의 반대가 컸다”며 “송일국으로서도 자신이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이 된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어 선뜻 정리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하차한다, 안 한다 여러 이야기가 외부로 퍼져나가기도 했다”고 밝혔다.
#연기 공백 5년째…도약 꿈꾸는 송일국
송일국이 방송국 내부의 복잡한 이해관계 사이에 놓이면서까지 <장영실> 출연에 의욕을 보인 데는 햇수로 5년간 이어진 연기 공백을 털어내고 배우로 다시 자립하고 싶은 뜻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송일국은 2011년 KBS 2TV 드라마 <강력반> 이후 연기 활동을 사실상 멈췄다. 같은 해 종합편성채널이 방송한 <발효가족>이란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시청률 면에서는 물론 이렇다 할 주목이나 화제를 모으는 데도 실패했다. 간간이 작은 규모의 영화나 연극 무대에 올랐지만 과거 전성기 시절만큼의 인기를 얻지 못했다. 송일국으로서는 연기를 향한 갈증이 클 수밖에 없던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주인공 배역을 제의한 <장영실>은 이야기나 장르 면에서 송일국에게 안성맞춤인 드라마라는 평가다. 사극에서 유독 여러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는 KBS 2TV 사극 <해신>을 통해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MBC의 또 다른 사극 <주몽>으로 전성기를 맞았다. 이후 KBS 2TV 사극 <바람의 나라>를 통해 뜨거운 인기를 이어갔다. 자신의 재능을 가장 잘 드러낼 만한 사극 장르란 점에서 <장영실>을 놓칠 수 없던 송일국은 결국 예능과 드라마 병행이라는 강행군을 택했다.
당장 9월~10월부터 송일국은 지방 곳곳을 찾아다니며 <장영실> 촬영을 시작한다. 드라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절대적인 만큼 소화해야 할 분량도 상당할 전망. 물론 2주에 한 번씩 진행하는 ‘슈퍼맨이 돌아왔다’ 촬영도 그대로 잇는다. 송일국 측은 일상을 담는 예능을 통해 자신이 <장영실> 촬영을 준비하며 보내는 하루하루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표현한다는 계획이다. 대중적인 주목도가 높은 예능을 십분 활용해 사극을 미리 알리는 기회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KBS 드라마국이 송일국의 예능 출연 병행을 수용한 배경도 이런 ‘사전홍보 효과’에 거는 기대 때문이다.
방송가에서는 송일국이 <장영실>을 통해 다시 톱배우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드라마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송일국은 결혼과 동시에 대중의 관심사에서 한 발 물러났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최근 세 쌍둥이 아들을 앞세워 시청자의 호감과 지지를 다시 얻는 데 성공했지만 연기로서 받는 평가는 예능과 엄연히 별개의 문제”라고 짚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