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그룹’ 오영식 최고위원(왼쪽)과 이인영 의원.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이들은 DJ 정부 때인 2000년 총선을 앞두고 ‘새 피 수혈론’을 명분으로 당시 새정치국민회의에 대거 입당했다. DJ가 1970년대 박정희와 명승부를 펼치던 ‘세대교체론’ 시즌 2를 염두에 둔 전략적 포석이었다. DJ의 전략은 적중했다. 이들 다수는 원내 진입, 세대교체론을 주창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세대교체론을 들고 나온 이들은 2004∼현재까지도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0년 10·3 전국대의원대회 때 세대교체론을 주창한 86그룹의 리더 이인영 의원은 2015년 2·8 전국대의원대회 당시에도 ‘세대·시대·세력’ 교체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그간 86그룹이 한 것이 무엇이냐. 당내 구태문화를 타파하기는커녕 그 안에 있으면서 기득권을 누린 집단”이라고 말했다. 실제 그랬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 들어 당 간판이 ‘손학규→정세균’ 등으로 바뀔 당시, 이들을 뒤에서 조력하는 데 그쳤다. 일각에서 86그룹을 대표적인 ‘기생정치’ 집단으로 규정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동학 새정치연합 혁신위원은 이 의원을 향해 “불과 10여 년이 지나는 동안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586으로 전락해버린 선배님들에게 많은 국민들이 느꼈을 허탈함을 저희 세대도 느끼고 있다”며 적진 출마를 촉구했다. 사실상 이 의원 고향인 충북 충주 등에 출마하라는 요구로 보인다. 이 혁신위원은 “후배 세대들의 사다리 걷어차기로, 이른바 ‘전대협 세대’는 든든한 후배 그룹 하나 키워내지 못했고 후배 그룹과 소통하지도 않았다”며 “아마도 ‘하청 정치’라는 비판을 받는 원인 중 하나일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486그룹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뼈아픈 지적이다. 많은 분들이 86그룹을 떠올리면 ‘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며 “86그룹만의 브랜드를 만들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관계자는 “86그룹이 새로운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지적에는 동의하지만,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비판을 위한 비판일 뿐이다. 당내 노동정책과 민생정책의 핵심 축을 담당한 것은 86그룹”이라고 반박했다. 86그룹 측은 최근 당내 인사들과 스킨십을 늘려 ‘공천’ 설득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86그룹의 하방론은 원외 인사에게도 불똥이 튈 전망이다. 대표적인 원외 86인사로는 송영길 전 인천시장과 임종석 서울시 정무부시장, 김민석 전 민주당 의원 등이 있다. 중국 유학을 마치고 지난달 1일 귀국한 송 전 시장은 경제와 통일 관련 연구소 설립을 계획 중이다. 출마 지역으로는 △인천 송도(분구 유력) △인천 계양갑 △인천 서·강화을 지역이 꼽힌다.
2012년 ‘한명숙 체제’ 때 사무총장직에서 불명예 퇴진한 임 부시장은 “아직 역할에 충실할 때”라고 선을 긋지만, △서울 은평을 △서울 노원갑 등에 하마평이 오르고 있다. 2002년 대선 때 정몽준 지지로 철새 정치인 오명을 쓴 김민석 전 의원은 원외 정당인 ‘민주당’을 만든 주역으로 알려져 야권발 정계개편의 변수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86그룹의 하방론이 힘을 받는다면, 원외 인사들도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