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 ‘제니퍼소프트’는 사옥 안에 수영장, 스파(작은 사진) 등이 갖춰져 있는 등 놀라운 복지제도를 자랑한다. 개발자 한 명을 뽑는 데 2400명이 몰리기도 했다.
“회사를 위해 희생하지 마요. 당신의 삶이 먼저예요.”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던 ‘회사에서 하지 말아야 할 33가지’ 중에 한 가지 지침이다. 듣기만 해도 위로가 되는 이 말이 정녕 기업에서 만든 것이란 말인가. 이런 놀라운 지침을 제공하는 회사는 ‘한국의 구글’이라고 불리는 IT기업 ‘제니퍼소프트’다. 이곳의 직원 사랑은 말로만 그치지 않는다. 파주 헤이리예술마을에 위치한 사옥에는 수영장, 카페, 스파가 갖춰져 있다. 업무 시간에 수영하는 시간도 포함된다. 원어민 선생님이 지키는 키즈카페가 있어 자녀와 출근도 가능하다.
1일 7시간 노동시간을 채택하고 있으며, 원하는 시간에 출퇴근이 가능하다. 출산 지원금을 1000만 원씩 주고, 10년 근속 시 2개월의 유급 장기근속휴가도 갈 수 있다. 자가용으로 출퇴근 시 유류비까지 지원해준다. 다 나열하기에도 벅찬 복지제도를 갖추고 있어 취준생들에겐 ‘신의 직장’으로 정평이 났다. 총 24명이 근무하고 있는 회사는 개발자 한 명을 뽑는 데 2400명이 몰려 엄청난 경쟁률을 보였다. 제니퍼소프트 관계자는 “회사의 기술력보다 복지혜택으로 더 주목받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의 회의공간(위)과 휴식공간.
식단만 챙기는 게 아니다. 기업 리뷰 사이트에는 “회사에서 살아도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의 복지시설이 갖춰져 있다”는 ‘증언’이 올라와 있다. 월 100만 원까지 요가, 필라테스 등의 건강을 위한 투자를 하며 모든 병원 치료비를 실비로 지원해준다. 이런 ‘미친 복지’를 제공하는 기업은 모바일 게임 ‘쿠키런’으로 유명한 ‘데브시스터즈’다. IT업계 관계자는 “NC소프트나 넥슨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업계 사람들에게는 복지가 좋기로 소문난 곳이다”고 설명했다.
직원의 안정적 ‘청춘사업’ 지원이 회사의 이익으로 이어진다는 발상일까. 직원의 연애까지 신경 써주는 회사도 있다. 강연 기획 스타트업 기업인 ‘마이크 임팩트’는 이성친구가 생긴 직원에게 데이트 비용으로 30만 원을 지원한다. 직장인 관련 콘텐츠를 만드는 ‘해피래빗’ 역시 한 달에 3회, 회당 3만 5000원의 데이트 비용을 지원한다.
월요일이 돌아오는 게 슬퍼지는 직장인의 마음을 공감해주는 제도를 갖춘 곳도 있다.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은 전 직원 4.5일 근무 제도를 정착시켰다. 모든 직원이 월요일에는 오후에 출근하도록 배려한 것. 우아한 형제들 관계자는 “올해부터 도입한 제도다. 금요일 저녁에 출발해 월요일 오전에 돌아오는 여행을 계획할 수도 있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취지다”고 설명했다.
‘해피래빗’ 역시 ‘월요병자 닥터’라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직원들의 월요병을 잡았다. 팀원이 돌아가며 월요일마다 손편지, 간식 등 특별한 이벤트로 출근이 기대될 수 있도록 만든다.
여행, 독서 등 자기계발을 적극 독려하는 제도를 갖추기도 한다. 우아한 형제들과 직장 평가 앱 ‘잡 플래닛’을 개발한 ‘브레인커머스’의 경우 도서구입을 무제한으로 지원한다. 직원의 도서구입을 지원하는 회사는 IT업계에서는 상당히 많다.
‘여행박사’는 10년 이상 근속자에게 1000만 원 한도 내에서 해외여행을 지원하고, 여행기간(15일) 동안은 유급휴가를 보장한다. 게임회사 ‘넥슨’은 ‘369 재충전 휴가제도’를 도입해 근속 3, 6, 9년마다 유급휴가와 50만~500만 원 수준의 휴가비를 지원한다. 마이크임팩트 역시 1년 이상 근속자에게는 휴가 시 최대 30만 원의 항공료를 지원하며, 2년 이상 근무 시 2주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3년 이상 근속자는 안식월을 제공한다.
이런 꿈같은 복지 제도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을 다니는 이들에게도 선망의 대상이다. 대기업 계열사에 다니는 오 아무개 씨(29)는 “우리 회사는 복지혜택이 잘 갖춰져 있어도 쓸 시간이 없다. 국내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지만 직원의 ‘칼퇴근’을 독려하고, 복지혜택까지 갖춘 기업이라면 돈을 덜 받더라도 가고 싶다”고 털어놨다.
다른 대기업 직원인 이 아무개 씨(29)는 “(‘복지왕’으로 불리는 기업들이) 벤처기업이라 주목받는 것뿐이지 실제로 대기업의 복지 수준에 비할 수 있겠나. 안정성 면에서도 대기업이 좋지만 상명하복 소통구조와 폐쇄적 기업문화가 답답할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평가 소셜미디어 잡플래닛의 이인묵 대외협력실장은 “회사에 대한 만족도가 연봉에 비례한다는 공식은 옛날에 깨졌다. 파격적인 복지혜택도 결국엔 직원이 성과를 내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전략이다. 직원이 ‘회사에서 나를 아끼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면 성과로 보여준다는 것을 많은 IT, 스타트업 기업에서 증명하고 있다”고 조언했다.
서윤심 기자 heart@ilyo.co.kr
선망의 기업들 실제 내부평가 삼성전자·현대엔지 “업무량 큰 불만” 취업시장에도 서열이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금메달’. 서울 상위권 대학 출신의 취업 하한선이라는 이른바 롯·금·동(롯데, 금호아시아나, 동부) 세 기업은 ‘동메달’ 정도일까. 하지만 금메달이든 동메달이든 직접 들어가 보지 않으면 모르는 법. 밖에서 보는 화려한 명성이 다가 아니라는 건 겪어본 자들만 알 수 있다. ‘잡플래닛’에는 내부인의 적나라한 평가가 올라와 있어 확실한 기업문화를 알 수 있다. 잡플래닛 사이트에는 25만여 건의 회사 리뷰가 올라와 있다. 잡플래닛은 25만 건 이상의 회사 리뷰를 통해 올 상반기 ‘일하기 좋은 기업’을 꼽았다. 기준은 승진 기회 및 가능성, 급여 및 복지, 사내 문화, 일과 삶의 균형, 경영진, 총 여섯 가지 지표에 대해 매겨진 별점을 토대로 종합했다. 대기업 중에는 현대엔지니어링, 다음카카오, 나이스평가정보, 대우건설 순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일하기 좋은 기업에도 직원들의 불만은 있었다. 현대엔지니어링 직원들은 높은 연봉과 업계 1위의 자부심을 높이 평가한 반면, 일관되게 많은 업무량을 단점으로 꼽았다. 한 직원은 “직장 선택 기준이 일과 삶의 균형인 사람은 다른 데 가는 게 좋다”며 높은 업무량을 단적으로 설명했다. 다음카카오의 경우 직원들은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장점이자 단점으로 꼽았다. 한 직원은 “의견 개진이 자유롭고 정보가 잘 공유되는 편이다”고 꼽았고, 또 다른 직원은 단점으로 “가이드를 할 사람이 없어 하나를 진행하기 위해 많은 협의가 필요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취준생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 삼성전자의 근무 환경도 장단점이 고루 존재했다. 가장 많은 불만은 역시 엄청난 근무량을 꼽았다. 한 직원은 “7시 이후에 전기를 차단했으면 좋겠다. 직원에게 회사가 삶의 전부가 되길 바라지 않았으면 한다. 실제 사원·대리급에서 이직이 많아지는데 위기를 느껴야 한다”고 회사에 조언했다. 또 다른 직원은 “과거답지 않은 성장세로 보너스는 소문만큼 기대하지 못한다”고 알렸다. 반면 장점으로는 다양한 글로벌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 높은 복지 수준, 좋은 회사를 다닌다는 자부심 등을 꼽았다. 현대자동차는 가장 많이 거론한 단점으로 ‘보수적인 분위기’가 꼽혔다. 수직적인 조직 구성 때문에 끝없는 보고와 결재가 이어진다는 얘기다. 또 이른 출근 시간을 단점으로 꼽은 이들도 많다. 반면 높은 연봉과 인지도, 자녀 대학 등록금 지원 등의 복지는 장점으로 꼽았다. [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