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성매매 여성 A 씨가 1억 원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며 SNS에 올린 인증샷 캡처.
그녀가 커뮤니티에 올린 게시글은 은행 잔액과 8줄의 짧은 글이 전부였다. A 씨는 “오늘은 쉬고 낼부터 일할 건데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라며 “어디다 말할 곳도 없고…. 여기에 올려서 잘했다고 칭찬받고 싶어요”라고 밝혔다. “엄마랑 수도권에서 30평대 빌라에서 사는 게 목표”라고도 덧붙였다. 마지막 한 줄이 문제였다.
“업종은 오피예요.”
오피스텔 성매매로 거액의 돈을 벌었다는 얘기다. 오피스텔 성매매는 특별법 시행 뒤 새롭게 생겨난 변종 성매매다. 엄연히 불법이다. 업주가 오피스텔 2~3개를 잡고 인터넷으로 홍보를 한다. 남성들이 문의를 하면 성매매 여성들을 오피스텔로 보내 영업을 하는 방식이다.
누리꾼들은 A 씨의 글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오피녀의 수입이 이같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1억 원과 성매매 그리고 28세의 젊은 나이, ‘1억 오피녀’를 둘러싼 키워드는 한동안 인터넷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공간을 뜨겁게 달궜다.
불붙은 여론에 기름을 붓는 일도 일어났다. 누리꾼 B 씨가 ‘부당이득 수사의뢰’라는 제목으로 대검찰청에 민원을 제기한 것. 그는 “A 씨가 세금 한푼 안 내고 불법 성매매로 얻은 수익은 부당이득이다”며 “부당이득에 대해 환수조치를 취하고 불법 성매매를 적발해 달라”고 수사를 요구했다.
B 씨뿐이 아니다. 다른 누리꾼들도 서울지방국세청의 국민신문고를 통해 A 씨의 수익 9800만여 원에 대한 탈세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사흘 뒤 국세청은 결국 A 씨의 인증글에 탈세 정황이 있다고 판단해 조사에 나섰으나 “성매매소득은 세금징수의 대상이 아니다.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 뒤로 A 씨에 대한 소식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사이 누리꾼들은 A 씨의 흔적을 찾아 나섰다. A 씨가 청주 지역 오피 업소에서 속칭 ‘에이스’ 역할을 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얘가 옥빈이었어?”, “나도 그 업소 가봤는데” 등 오피 업소 후기들도 퍼졌다. 물론 추측성 글이 대부분이었다. 남성이 많은 커뮤니티에는 확인되지 않은 A 씨 사진이 떠돌기도 했다.
3개월이 흐른 뒤 뜻밖의 소식이 들렸다. 지난 7월 서울지방경찰청이 A 씨를 성매매 혐의로 수사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당시 수사를 담당한 경찰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성매매 혐의로 A 씨와 업주를 검찰에 송치했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A 씨는 처음 경찰의 조사에서 성매매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은 A 씨의 계좌에서 2년 전부터 한 달에 세 차례씩 현금 200만~300만 원이 현금 인출기를 통해 입금된 사실을 확인했다. 증거를 들이대며 추궁하자 A 씨는 성매매 혐의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A 씨는 고교 졸업 뒤 강원도의 한 골프장에서 캐디로 일했다고 한다. 여섯 살 때 아버지가 집을 나간 뒤 어머니, 정신지체인인 여동생(26)과 함께 할아버지 집에서 살았다고 한다. 어려운 집안 형편도 문제였지만 성형수술을 위한 대출금 등이 점점 쌓여갔다. 골프장 캐디를 하면서 받는 월급 200만 원으론 턱도 없었다. 그녀는 경찰 조사에서 “아픈 여동생을 돌봐야 했고, 장녀로서의 책임감이 언제나 나를 짓눌렀다”고 밝혔다. 앞서의 경찰 관계자는 “가정 형편도 안 좋았고 성형수술을 위한 대출금이 쌓여 성매매에 발을 들였다”고 말했다.
한 누리꾼이 A 씨의 인증샷과 관련 대검찰청에 부당이득 수사의뢰 민원을 제기했다.
A 씨가 마지막으로 일했던 청주 지역의 성매매 업소에서 업주 정 아무개 씨 등 2명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이들은 A 씨와 함께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 동안 성매매를 해왔다고 한다. 7월 24일 경찰은 A 씨를 성매매, 정 씨 등은 성매매 알선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A 씨에 대한 기소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한 변호사는 “보통 성매매 여성은 기소유예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업주는 처벌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1억 오피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특히 성매매로 거액의 돈을 번 것도 모자라 자랑스럽게 ‘인증’ 글을 올린 그녀의 심리를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다. 이에 대해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는 “6개월 이상 반복되면 성매매가 일상화된다. 회사 다니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며 “그녀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찰의 마지막 조사에서 A 씨는 “악마의 속삭임을 뿌리치지 못했다. 번 돈을 다 바쳐서라도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옛날의 제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어머니를 도와 가게를 하며 평범하게 돈을 벌고, 남자를 만나 결혼도 하고 싶다”고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황상민 교수는 “이 아가씨는 몸을 팔았지만 적어도 영혼을 팔지는 않았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번다는 개념으로 성매매를 한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성매매에 대해 너무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있다”고 보탰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