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 한남동 P 카페 내부. 예쁜 소품이 가득해 엄마들 사이에서 사진 잘 나오는 곳으로 유명하다. 작은 사진들은 P 카페 도시락 메뉴판(왼쪽)과 생일 패키지 안내 게시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P 카페. <일요신문>이 찾은 지난 12일 오후 3시경에는 뛰어노는 아이들과 이를 지켜보는 엄마들이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예쁜 소품이 가득해 엄마들 사이에서는 사진이 잘 나오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용 기본요금은 12개월 이상 아이들부터 2시간에 1만 원을 받고 있다. 다른 키즈카페에 비하면 그리 비싼 가격은 아니다.
하지만 메뉴판을 펼친 순간 눈이 휘둥그레진다. 샌드위치나 주먹밥으로 구성된 ‘아이를 위한 도시락’ 메뉴는 2만 2000원. 엄마를 위한 도시락은 2만 7000원이다. 떡볶이와 튀김, 고로케 등으로 구성된 메뉴는 3만 8000원이다. 가장 저렴한 아메리카노도 7000원이다. 아이를 동반한 성인은 1인 1메뉴가 원칙이다. 엄마 둘과 아이 두 명이 가서 음료 두 잔과 도시락만 시켜도 입장료를 포함해 6만 원이 넘는다.
P 카페는 생일파티를 위해 공간을 대여해주기도 한다. 요금은 평일 3시간, 주말 2시간 아이와 어른 각 10명에 40만 원선. 식대는 별도다. 매장 직원은 “아이 한 명당 4만 4000원씩 하는 파티 패키지도 있다. 케이크와 파티를 위한 공간 꾸밈, 음식이 포함된 가격이다. 동행한 엄마들은 별도로 1인 1메뉴를 주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생일파티 비용으로 얼추 계산해도 100만 원이 훌쩍 넘었다.
이곳은 북유럽식 인테리어의 ‘프리미엄 키즈카페’를 지향하는 곳으로, 아이들의 놀거리보다는 매장 인테리어에 더 신경을 쓴 모습이었다. 내부에는 장난감과 소꿉놀이를 할 수 있는 미니 부엌, 텐트와 애니메이션 상영 장소 등으로 꾸며져 있다. 유명 제과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곳답게 쿠킹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다. 수업을 받으려면 한 시간에 1만 2000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카페 곳곳에선 아이들을 놀게 두고 ‘셀카’를 찍는 엄마들을 볼 수 있었다. 또 DSLR을 가져와 아이를 찍는 엄마도 있었다. 이날 카페를 찾은 한 엄마는 “색색깔로 인테리어 된 다른 카페와 달리 고급스러워 사진 찍기가 좋아 자주 찾는다. 발렛 주차도 가능해 대접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V 키즈카페 역시 프리미엄을 표방한다. 2시간 기준 입장료를 1만 2000원 수준. 파스타는 1만 6000~2만 원대로 웬만한 레스토랑 가격이다. 어린이 주먹밥은 1만 원. 음료 역시 7000~9000원 사이다. 높은 가격대임에도 주말에는 예약을 해야 할 정도다. 실내에는 한 시간에 한 번씩 기차가 운행하고, 엄마들이 앉는 테이블에는 CCTV도 설치돼 있다. 또 각종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옷도 입어볼 수 있다.
더 놀라운 곳은 따로 있다. 가입비만 2500만 원의 특급호텔의 키즈클럽이다. 서울 시내 위치한 B 호텔은 키즈 전용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2000만 원 수준의 회원요금에 연회비는 별도다. 호텔 회원권 매매 업체 관계자는 “B 호텔 회원권은 성인 한 명과 자녀 한 명이 합쳐서 8500만 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처음 분양 당시 키즈 회원권은 2500만 원이었다. 전체 회원이 800명 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이 중 키즈 회원은 얼마 되지 않아 정말 상위 1%의 공간인 셈이다”고 귀띔했다.
과거에는 투숙객이라면 이용이 누구나 가능했지만, 이제 회원이 아니면 입장이 불가하다. 키즈클럽에는 담당 선생님이 배치되며, 곳곳에 CCTV가 설치돼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다. 놀이체험 프로그램은 물론 교육용 게임을 사용할 수 있고, 창작스튜디오에서는 작품을 만들어 전시까지 한다. 영어로 시를 지을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네 살짜리 아들을 키우는 이 아무개 씨(여·34)는 “일반 키즈카페는 2시간에 6000원에서 비싸야 1만 원 정도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SNS를 보면 고급 키즈카페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는데 저렴한 곳에 비해 내실이 없어 보였다. 솔직히 이런 곳은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라기 보단 엄마들의 허세를 위한 곳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서윤심 기자 hear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