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신격호-신동주 부자 입장에서는 일본롯데홀딩스 경영권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한국 롯데 경영권까지 얻으려면 추가적인 작업이 필요하다. 신 회장이 한국 롯데 주요 계열사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텔롯데의 롯데쇼핑과 롯데제과 지분율은 각각 8.84%, 3.21%에 불과하다. 두 회사의 다른 한국 롯데계열사 지분율에 못 미친다. 따라서 롯데쇼핑 지분율이 높은 한국후지필름과, 롯데제과 지분율이 높은 롯데알미늄 경영권 확보가 중요하다. 한국후지필름은 롯데쇼핑이 1대 주주인 롯데상사가 최대주주다. 롯데알미늄은 광윤사와 L투자회사들이 가장 많을 지분을 갖고 있다.
신격호-신동주 부자가 일본롯데홀딩스 경영권을 되찾지 못한다고 해도 신 회장의 행보에 제동을 걸 방법들은 적지 않다. 신격호-신동주 부자는 롯데쇼핑 지분 14.4%, 롯데제과 지분 10.8%, 롯데칠성음료 지분 4.1%를 보유중이다. 신 전 부회장은 또 신 회장이 지분을 가진 비핵심 계열사 대부분에서 주요 주주다. 지분율은 다소 낮지만 상당한 규모다. 신 회장이 비핵심 계열사 상장 등을 통해 실탄을 마련한다면 신 전 부회장도 역시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신 전 부회장도 호텔롯데 상장 과정에서 추가 지분확보에 나설 수 있다.
신 회장이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지주사 전환에 나설 경우 그 틈을 타 신 전 부회장은 역으로 롯데제과의 경영권을 노릴 수도 있다. 롯데제과는 신 회장과 계열사 지분율이 28.45%지만, 신격호-신동주 부자의 지분도 10.78%에 달한다. 만약 롯데장학재단과 신영자 이사장 지분까지 합하면 지분율이 21.99%로 높아진다.
신 전 부회장 측이 호텔롯데 지분확보 대신 롯데제과 지분을 매입하든지, 롯데쇼핑 지분을 매각해 롯데제과 주식 공개매수에 나설 수도 있다. 신 전 부회장이 보유한 롯데쇼핑 지분가치는 1조 원이 넘는다. 롯데제과 시가총액이 약 2조 7000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지분을 살 수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의 뿌리는 제과다. 신 회장 입장에서도 아버지와 형을 상대로 계속 이전투구를 벌이는 것은 부담이다. 형이 계속 그룹 내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는 것도 껄끄러울 수 있다. 차라리 제과 쪽을 분리해주면서 이번 갈등을 마무리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장기전으로 간다면 롯데쇼핑이 인적분할로 지주-사업회사로 나뉠 때 신 전 부회장도 신 회장과 마찬가지로 현물출자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다. 이렇게 되면 신 전 부회장은 새로운 지주회사에서도 동생과 비슷한 지분율을 유지, 향후 지속적으로 신 회장 측을 견제할 수 있다. 만일 신 전 부회장이 롯데제과 지분까지 매각해 롯데쇼핑홀딩스(가칭) 지분확보에 나선다면 형제간 지분율 역전이 이뤄질 수도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