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성으로 오해 받는 가장 유명한 연예인은 아마도 레이디 가가일 것이다. 한국 공연 때 보수 종교 단체의 반발이 일기도 했던 그녀는 커밍아웃한 바이섹슈얼(양성애자). 하지만 사람들은 그녀가 사실은 남자일지도 모른다는 소문을 만들어냈고, 몇몇 사진들과 캡처 이미지를 물증으로 들기도 했다. 국내에선 바이섹슈얼을 트랜스젠더와 같은 의미로 받아들인 몇몇 무지한 연예 기자들 덕에 의혹이 증폭되기도. 하지만 그녀는 엄연한 ‘레이디’이며 ‘생물학적 여성’으로 태어났다. 배우들 중엔 힐러리 스웽크가 고초를 겪었다. 남장을 했던 <소년은 울지 않는다>(1999)와 복서가 되었던 <밀리언 달러 베이비>(2004)로 두 차례나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그녀는, 중성적 역할 때문에 한때 남자로 오해받았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메건 폭스도 한때 ‘남자설’에 시달렸다.
가장 황당한 루머는 영부인 미셸 오바마에 관한 것. 극우파 라디오 진행자 중 한 명인 알렉스 존스는 자신의 방송에서 “미셸 오바마는 그 어떤 흑인 여성과도 닮지 않았다. 미셸의 어깨는 웬만한 남자 못지않게 넓다”며 그녀가 남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는데, 백악관은 존스의 말에 그 어떤 반응도 하지 않았다. 가장 많이 성별을 오해받는 직종은 아마도 모델 쪽이 아닐까 싶은데, <007 뷰 투 어 킬>(1985)의 메이데이로 유명한 그레이스 존스는 대표적. “모든 사람들은 나를 남자라고 생각했다”는 고백처럼, 그녀는 중성적 이미지를 넘어 남성에 가까운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이시스 킹이 토크쇼에 나와 고백한 이후 많은 모델들이 트랜스젠더임을 당당하게 밝히게 됐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틴에이저 시절 자신을 ‘게이’라고 커밍아웃 했지만 그녀의 성 정체성에 비춰 보면 적절한 행동은 아니었다. 모델 생활을 하면서 22세였던 2007년부터는 호르몬 치료를 시작했다. 그리고 2009년엔 <도전! 슈퍼모델>에 나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최종 14인에 들었다. 그러자 얘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녀가 남자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 그녀는 대응하지 않았지만 끝까지 숨길 순 없었다. 그녀는 <도전! 슈퍼모델>의 진행자인 타이라 뱅크스의 토크 쇼에 나와 진실을 밝혔고, 이후 성 전환 수술의 일인자인 마시 바워스는 2009년에 무료로 수술을 해주었다.
제나 탈라코바는 성 소수자들의 축제를 책임지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시스 킹의 역할은 의외로 컸다. 그녀의 용기 이후, 대중은 트랜스젠더 셀러브리티를 루머나 소문이 아닌 ‘실체’로서 한 발 더 가깝게 보기 시작했고, 그녀는 여러 패션 브랜드의 모델로 활동했다. 그리고 이시스 킹을 따라 많은 모델들이 트랜스젠더임을 당당하게 밝혔다. 그들 중 하나가 제나 탈라코바였다. 그녀 역시 이시스 킹처럼, 사람들 앞에 나섰을 때 남자로 의심받았고 이후 당당하게 스스로를 드러냈던 인물이었다. 그녀는 1988년에 체코계 백인과 캐나다 원주민인 버바인족 사이에서 태어났다. 밴쿠버에서 성장했는데 어릴 적부터 ‘젠더 디스포리아’(gender dysphoria), 즉 ‘성적 불쾌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것은 자기가 태어나야 할 성이 아닌, 반대 성으로 잘못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것. 제나 탈라코바는 자신이 여성으로 태어나야 했을 남성이라고 여겼다.
19세에 수술을 한 탈라코바는 2010년 태국에서 열린 트랜스젠더들의 미인 대회인 ‘미스 인터내셔널 퀸’ 대회에 나갔고, 2년 후엔 ‘미스 캐나다’에 도전했다. 여기서 1등으로 뽑히면 ‘미스 유니버스’에 나갈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었다. 그녀는 ‘미스 캐나다’의 본선에 올라온 65인 중에 한 명이 되었다. 그런데 이때,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누군가는 ‘미스 유니버스’ 캐나다 사무국에 이 사실을 밀고했다. 대회 규정에 의하면 ‘여성으로 태어난’ 사람만 대회에 나올 수 있었던 것. 이에 탈라코바는 변호사를 통해 사무국을 압박했고, 급기야 ‘미스 유니버스’ 국제 사무국을 이끄는 도널드 트럼프에 소송을 걸 계획을 세웠다. 이에 트럼프는 사무국의 결정을 뒤집고 제나 탈라코바를 계속 대회에 참여할 수 있게 허락했다. 결국 그녀는 최종 12인에 들었고, 우정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그녀는 리얼리티 쇼인 <브랜드 뉴 걸>의 주인공이 되었고, 성 소수자들의 큰 축제인 밴쿠버 프라이드 퍼레이드의 전체적인 진행을 책임지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