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닥다리 스타일은 돈 많아도 꽝
킹카의 기준이 물가상승률보다 가파르게 상향 조정되었다. 잘생긴 얼굴에 몸매까지 탄탄한 ‘외모형 킹카’가 인정받던 시대를 넘어, 이제는 ‘키 180㎝에 연봉 1억’쯤은 되어야 ‘킹카’ 대열에 진입할 수 있다. 신체적인 우성 유전자는 기본이고, 집안, 학벌, 재정적 능력까지 여러 가지 조건을 두루 갖춰야만 ‘킹카’라는 영예를 누릴 수 있게 된 것. 적어도 결혼정보회사 (주)좋은만남선우의 부설 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그렇다.
‘이상적인 남녀 배우자 지수’를 주제로 그간 축적된 데이터를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남자는 연소득 1억 원 이상, 여자는 7000만 원 이상’ ‘남자는 키 179~180cm, 몸무게 70~83kg, 여자는 키 163cm~165cm, 몸무게 40~49kg’ ‘남자는 스포츠형 짧은 머리에 단정하고 편안한 스타일, 여자는 긴 생머리에 단아하고 세련된 스타일’을 배우자로 선호한다고 밝혔다. 또한 얼마 전 ‘2007년 이상적인 배우자 직업 및 학력 순위’를 발표했는데, ‘배우자 직업 선호도’에 따르면 남자 1위는 판사, 고위 공무원, 해외 프로 스포츠선수이고, 2위는 치과의사, 3위 한의사, 4위 검사 등 ‘마담뚜’에게 인기가 높은 ‘사’자가 상위를 랭크하고 있었다. 그리고 ‘배우자 학교 선호도’에서는 남자 1위가 서울 및 지방 의대와 치대, 한의대, 2위가 서울대학교, 3위가 포항공과대학교, 4위가 카이스트, 5위가 서울 및 지방 제약학과였다.
#요즘 킹카의 조건
이 결과를 본 네티즌은 실소를 금치 못치 못했고 앞 다투어 게시판에 안티성 발언을 올렸다. 나 역시 이 결과가 ‘이상적인 배우자상’을 조사한 것이라는 사실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 180cm는 그렇다 치고, 국내 유수의 대기업 차장급도 연봉 1억 원을 받는 것이 흔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결혼 적령기인 30대 안팎의 남자가 ‘연봉 1억 원’의 조건을 만족시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결론. 그렇다면 사회적으로 공인된 ‘우리 시대의 킹카’와 소개팅을 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뜻일까.
나의 삐딱한 발언에 <앙앙> 편집부가 들썩거렸다. ‘증권, 은행 등 금융업에 종사하거나, 재력가의 아들로 태어나 집안의 원조를 받거나, 벤처사업가로 성공한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였다. 한 동료는 한 술 더 떴다. “아무리 돈 많고 똑똑해도 취향과 스타일이 없는 남자는 무매력이야”라고 문제성 발언을 던진 것.
‘21세기형 킹카의 조건’은 다소 까다롭다. 외모, 성격, 능력, 재력, 집안, 학벌이라는 여섯 가지 덕목을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는데 최근에는 외모보다 직업이, 직업보다 재력이 킹카의 조건으로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거기에 시크한 패션 스타일은 차치하고라도 트랜디한 라이프스타일과 문화적 취향까지 겸비해야만 ‘진정한 킹카’로 등극할 수 있다 .
기본적으로 ‘킹카’라는 말은 소수정예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야 그 가치가 빛을 발하는 법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그런데 문제는 ‘그 많다는 킹카는 대체 어디로 숨어서 내 앞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하는 것이었다. 나의 스펙이 문제라면 할 말은 없지만 나는 소개팅에서 한 번도 이러한 킹카를 만난 적이 없다. 또 다른 문제는 ‘까다로운 조건을 다 갖춘 킹카에 걸맞은 퀸카가 되려면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가’하는 것이었다. 나는 기필코 킹카를 찾아내어 그들의 연애관과 결혼관을 들어보겠다고 결심했다.
#쿨한 여자가 좋더라
수소문 끝에 내가 찾아낸 킹카 4인에게 그들이 좋아하는 여자 스타일과 연애관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질문을 퍼부었다. 막상 그들처럼 멋진 킹카를 만났을 때 어떻게 접근하면 킹카를 공략할 수 있을지 그 필살기를 들어보았다. 솔직히 나는 킹카를 만나기도 어렵지만, 막상 만나도 ‘저 남자는 여자친구가 있으려니’ 하는 생각에 프러포즈를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 인터뷰를 위해 내가 만난 4명 중 3명이 여자친구가 없었던 것처럼, 킹카라고 해서 반드시 여자친구가 있는 것은 아니다. 킹카가 마냥 공략하기 어려운 대상이라는 편견도 버려야 한다. 그들과 얘기를 나누다보니, 좋아하는 여자 스타일은 평범남의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그들은 연애의 기회가 남들보다 좀 더 자주 주어지는 부류의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을 공략할 때 좀 더 신경써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외모와 스타일은 확실히 킹카를 공략하는 데 첫 번째 무기가 된다. ‘외모가 중요해요’라고 여자관을 밝힌 킹카는 없었지만 일단 호감을 갖는 데 외모와 스타일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자가 능력과 재력, 집안과 학벌을 중시하는 데 반해 그들은 여자의 성격을 가장 중시했다. 미리 짜기라도 한 듯이 입을 모아 답했다. “자신감이 넘치는 여자가 좋아요.”
킹카의 일곱 가지 매력
잘생긴 외모
킹카에게 가장 기초가 되는 요건이다. 아무리 능력과 재력 그리고 학벌이 우수하다 할 지라도 외모가 수반되지 않으면 ‘킹카’라는 작위를 수여받기 어렵다. 최소 178cm 이상의 키와 탄탄한 몸매가 동반된다면 아주 좋겠지만, 다리가 짧은 경우 ‘귀티 나는 얼굴’로도 대체 가능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호감이 가는 인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좋은 집안
재력과 유의어인 ‘집안’은 ‘킹카의 조건’ 중 중요한 기준에 속한다. 가볍게는 ‘어느 동네에 사는지’로, 진지하게는 ‘부모님은 무엇을 하시는지’라는 질문으로 파악이 가능하다. 강남권에 사는 금융권 혹은 공무원 및 준 공무원 집안이라면 ‘킹카’로서 매우 좋은 위치를 점한다.
사회적인 능력
후천적인 노력으로 취득이 가능한 킹카의 조건이다. 학벌, 직업, 연봉 등이 능력의 하위 갈래이고, 연봉>직업>학벌순으로 우위를 점한다. 단, 집안이 좋고 재력이 있는 남자라면 능력 정도는 빠져도 무방하다.
트렌디한 스타일
외모와 더불어 ‘21세기형 킹카’의 필수 조건으로 꼽힌다. 킹카의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어도 ‘트렌디한 스타일’이 없다면 킹카가 될 수 없기 때문. 패션 스타일을 비롯해서 카, 시계, 슈즈, 사소하게는 휴대폰만 봐도 그의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엄청난 재력
어마어마한 위력의 매력 포인트이다. 그가 백수라도, 폭탄이라도, 재력을 가졌다면 ‘킹카’와 비슷한 대우를 받는다.
시크한 취향
패션 스타일과는 조금 다른 의미. 외적인 스타일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좌우하는 ‘취향’이 ‘21세기형 킹카’의 조건으로 새롭게 떠오른 항목이다. 트렌디한 문화를 얼마나 아느냐에 따라 킹카의 수준이 달라 보인다.
낙천적인 성격
첫눈에 알아보기 어려운 킹카의 조건이다. 이 항목을 ‘킹카의 조건’에 포함시키지 않는 사람도 많다.
에디터=박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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