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 대표는 연일 이승만 전 대통령 띄우기에 나섰다. 이른바 ‘이승만 국부론’이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김 대표가 ‘국부’ 이야기를 꺼낸 것은 한 달 전쯤이었다. 당시 방미 중이었던 김 대표는 워싱턴 D.C에서 열린 동포 간담회에서 조금 뜬금없이 ‘국부’ 이야기를 꺼낸다. 이 전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정치적 기반을 닦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자유 민주주의의 시초다. 또 한반도의 적화를 막은 주인공이다. 이 전 대통령을 우리의 국부로 봐야 한다. 김구 선생을 존경하지만 이 전 대통령이 ‘건국 대통령’이다.”
이어 김무성 대표는 이렇게 다시 설파한다. “중국의 등소평도 국부인 모택동을 두고 공이 7이고 과가 3이라며 국부로 인정했다. 후손에게는 부정의 역사, 마이너스 역사를 남겨서는 안 되고 마찬가지로 박정희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과보다는 공을 높게 평가해야 통합의 정치를 이룰 수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8월 1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이에 대해 정가의 한 정보통은 “미국은 영원한 맹방이라며 큰절을 올렸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큰절외교’의 성과는 방미 이후 김 대표 지지율에서 효과가 나왔다. 이승만에 대한 재평가는 꼴통 보수 내지는 극보수층이 원하는 것”이라며 “일단 가장 오른편에 서 있는 층으로부터 지지를 얻어내 왼쪽 영역으로의 확장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가능하다”고 했다.
비박계 3선 국회의원은 “최근 한 매체에서 김 대표 부친의 친일행적 의혹을 특집으로 보도한 바도 있다. 미래권력을 향해 나아가는 김 대표로서는 큰 약점 중의 하나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친일의 과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보는 시각을 달리하자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해석했다.
실제 김무성표 ‘역사 다시보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8월 13일 광복절을 이틀 앞두고 김 대표는 당 회의석상에서 “야당 일각에서는 ‘친일 변절 독재가 당당하다는 지난 70년은 그들(보수 진영)만의 조국이었다’고 한다. 그것은 그릇된 역사 인식”이라면서 “건국 대통령인 이승만 대통령을 제대로 예우하고,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등 역대 대통령의 좋은 업적만 부각시키자고 하는 것은 이분들 모두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지대한 공을 세웠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14일에는 아예 이승만 전 대통령의 사저인 이화장도 찾았다. 그런 뒤 “역사는 공과 과가 있는데 이제는 공만 보자. 긍정적인 부분을 봐야 미래가 있고 대통합도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이승만 기념관도 제안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보수의 아이콘’이 되려는 김 대표로선 일단 집권여당의 대선 후보가 되기까지는 보수를 교두보로 해야 할 것”이라며 “후보로 선 뒤에는 중도보수층 내지는 중도층까지 영역을 확대하는 ‘2012 박근혜표’ 전략을 짤 것”이라고 해석했다. 경제민주화, 복지, 일자리 등 야권의 이슈를 선점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운동방식을 따라갈 것이란 얘기였다.
이런 와중에 김 대표가 ‘충청권 사돈’을 맞이하는 것으로 알려져 여러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있다. 김 대표의 둘째 딸이 충청권의 재력가 집안인 이준용 신라개발 회장의 아들인 이상균 신라개발 대표와 8월 26일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 알려졌다. 선을 본 것은 아니고, 두 사람이 유학 시절 만나 교류한 것이지만 세간의 시선은 ‘충청권 사돈’에 꽂혀 있다. 대선 후보로서는 천군만마를 얻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정가 소식에 밝은 한 인사는 “육영수 여사가 충청 사람이어서 박 대통령이 얼마나 득을 봤는가. 경상도 사나이인 김 대표가 선거마다 캐스팅보트를 쥐어왔던 충청권의 표심에 조금 더 다가가게 됐다”면서 “대구·경북(TK)에서도 차기 대권 후보로 김무성 지지가 가장 높은 것을 감안하면 PK(부산·경남)를 넘어 TK, 거기에다 충청까지 김 대표의 지역세 확대는 거의 끝물 아닌가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인사는 “문제는 사돈의 세평이다. 육 여사의 경우 ‘국모’로서의 긍정적 평가뿐이라면 김 대표와 사돈이 된 신라개발이 충청에서 어떤 이야기를 듣고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준용 회장은 현재 수천억 원대 자산가로 알려져 있고 ㈜신라종합건설, ㈜신라개발, ㈜신라산업, ㈜신라화학, ㈜속리산개발 등의 실질적인 오너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아버지로부터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이 대표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끌어가고 있다고 한다.
보수층 지지를 얻기 위한 ‘이승만 재평가’, 영호남의 지역주의 선거에서 필승을 노릴 수 있는 충청권 지지 획득 등 정치적으로만 해석하면 김 대표의 최근 행보는 고속도로와 같이 거칠 게 없다. 그러면서도 김 대표는 ‘통 큰 이미지’도 얻어내려는 모습이다.
김 대표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6주기를 맞아 8월 18일 열린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찾았다. 권노갑 등 동교동계 인사가 대부분 참석했고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모두 등장한 그곳에서 김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은 민주화를 만드신 큰 지도자이자 남북화해의 길을 연 분”이라고 했다. 그리고는 “건국의 이승만 대통령, 경제 발전을 이룬 박정희 대통령, 민주화를 정착시킨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의 훌륭한 업적을 높이 평가해 화해와 포용을 통한 국민대통합을 이뤄내자”고 말한다.
결국 김 대표가 바라는 것은 ‘국민대통합’ 이미지가 아니겠느냐는 것이 세간의 반응이다. 그리고 최근 김 대표는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겠다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밝히며 친박계의 한판 대결을 기약했다. 당론인 오픈프라이머리를 두고 친박계 핵심으로 꼽히는 이정현 최고위원, 윤상현 김재원 의원 등이 딴죽을 걸자 정면돌파 의지를 보이면서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하지만 “오픈프라이머리는 늦은 감이 있다” 식의 친박계의 공세에 며칠간 즉답을 피하다 강공으로 돌아서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오픈프라이머리가 안 됐을 시의 플랜B, 플랜C 등의 시나리오를 며칠 간 마무리한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김 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를 흔들려는 세력이 있는 것 같다”면서 친박계를 겨눈 뒤 “국민 70% 이상이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에 찬성하고 있다”고 했다. 대권 후보로서 김 대표는 세력 간, 계파 간 경쟁보다는 국민만 보고 가겠다는 식으로 자신을 어필하고 있다는 풀이가 가능한 대목이다. 정가는 대권으로 가려는 김 대표와 ‘포스트 박근혜’를 아직 배출하지 않은 친박계 간의 보이지 않는 수 싸움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