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규 서울변회 회장은 정부법무공단이 해당 정부의 낙선자들이 쉬어가는 자리라고 비판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던 일이다. 이번 의혹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본다. 현재의 사법제도가 유지된다면, 이러한 일은 매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의혹의 당사자들이 로스쿨 출신이다. 그간 로스쿨 제도에 대한 비판과 함께 사시 존치를 주장해 왔다.
“로스쿨 제도 자체의 문제다. 일반 대학원이야 본인이 알아서 공부하고 취업하면 그만이다. 로스쿨은 졸업하면 판·검사가 되고 공직에 진출한다. 인신을 구속하고 이를 판단하는 일을 한다. 그 중에서 대법관, 검찰청장, 또 국회의원도 된다. 나라의 주류를 형성한다. 다른 곳보다 투명한 절차가 필요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게 문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사시 시절엔 채용절차가 투명했다. 당락이 명확하고 연수원 성적 공개에 따라 누가 법원에, 검찰에 갈지 다 알았다. 지금 로스쿨에서 떨어지는 사람들은 과연 그 결과를 승복할 수 있을까. 로스쿨에서 사람을 어떻게 뽑는지는 정말 모른다. 또 로스쿨에서 배출되는 판·검사(경력법관 채용), 공단 변호사 채용 등 공직에 들어가는 절차 역시 아무도 모른다. 도대체 어떤 기준인지 나도 모르고 언론사도 모른다. 오로지 이를 뽑는 법원, 검찰, 공단만 안다. 그것이 문제다.”
―로스쿨 제도에 따른 현대판 음서제 논란 역시 여기서 비롯된다는 것인가.
“이러한 불투명한 시스템이 해결 안 된다면, 그만큼 ‘쥐구멍’은 늘어날 것이다. 쥐구멍은 이번 사건 당사자인 국회의원들과 같은 기득권층의 자녀들이 불합리하게 제도권에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을 말한다.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된 바 있다. 로스쿨을 통한 법조인들의 면면을. 이전 사시 때와 비교하면, 이러한 기득권층 자녀들의 법조계 진출이 훨씬 늘었다.”
―로스쿨 부정입학 가능성이 있다는 것인가.
“그건 아직 과한 표현이다. 하지만 사시 시절보다 고위공직자, 국회의원, 교수들의 자녀들이 로스쿨을 통해 법조계에 진출하는 케이스가 많이 늘었다. 전에는 법조계에 대한 마음이 없었던 자녀들이 갑자기 법관이 되고 싶었을까. 아니다. 쥐구멍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이 후에 공직에 가게 된다는 것은 결국 국민들에게 해가 된다.”
윤후덕 의원, 김태원 의원.
“하물며 사기업도 그러면 안 된다. 일단 윤 의원은 (자신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 인정한 상황이다. 공단은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 곳이다. 더군다나 정부법무공단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에 있어선 고액 연봉에 안정성까지, 선망의 대상이다. 김 의원의 아들은 고령에다 취업률이 떨어지는 로스쿨 출신이다. 실력과 무관하게 의혹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당시 채용공고가 바뀌면서 지원경력 자격이 완화되지 않았나.”
―공단 채용에 있어서 채용공고가 수정되는 일은 특별한 경우인가.
“정부법무공단 초유의 일이다. 공단 채용공고 수정이 밝혀진 것 자체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현재 김태원 의원은 부인하고 있지만, 이것 자체가 (청탁 사실과 관련한) 증거 아닌가. 현재 상황에서 본인이 부인한다면, 진실을 밝힐 답은 없지만 이만한 증거는 없다.”
―특히 정부 인사들이 이사장으로 오는 공단의 경우, 이 같은 문제의 인사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인가.
“당연하다. 정부법무공단은 해당 정부의 낙선자들이 쉬어가는 자리다. 단 한 명도 임기를 채운 사람이 없다(청탁 의혹의 당사자인 손범규 전 이사장 역시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얼마 전 사퇴했다). 그 이사장이 인사권을 갖고 있으니 충분히 반복될 수 있다.”
―현재의 로스쿨 제도와 그 출신자들의 공직 선발 과정의 개선 방향은.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미국의 일부 로스쿨은 합격자 성별과 인종까지 공개한다고 한다. 일단 로스쿨 교수는 면접에 들어가면 안 된다. 교수는 인재를 양성하고 배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 법 과목 한두 개와 외국어 과목이 포함된 정량평가가 최소한 50% 정도 반영돼야 한다. 여기에 블라인드 면접을 실시하는 선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에 대한 공직 선발 과정이다. 역시 정량평가가 가능한 변호사시험 점수 반영을 지금보다 높여야 한다. 이것이 쥐구멍을 줄일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다.”
―사시 존치 논란에 관한 입장은.
“사시는 존치해야 한다. 이는 로스쿨을 긴장케 하기 위한 것이다. 상호경쟁이 있어야 우리 국민에게도 플러스 아니겠나. 사시와 로스쿨 출신 법조인들이 경쟁하면 서로 실력을 기르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자연스레 법률서비스도 좋아지고. 이것 없으면, 앞서의 문제들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장치조차 없으면, 까딱하면 로스쿨 입학 비리 터질 수 있다.”
―이번에 취업 청탁 의혹이 불거진 정부법무공단에 대해선.
“현재의 정부법무공단은 문제가 많다. 주인 없는 회사의 구조적 문제다. 현재의 정부법무공단법을 폐지하고 일반 로펌으로 민영화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민영화하면 다른 로펌들과 경쟁할 수밖에 없다. 경쟁하려면 승소해야 한다. 그러면 공정한 인사를 통해 우수한 인재를 영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