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 분석은 큰 틀을 먼저 보고 그에 대한 판단이 전제된 뒤 세세한 부분을 봐야 한다. 렛츠런파크서울에 경마를 즐기러 온 사람들이 배당판을 살피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우선 선행마의 경우다. 너무도 당연하지만 선행이 가능한가를 가장 먼저 살펴야 한다. 선행이 어렵다는 결론이 나면, 가능하면 뒤로 돌린다. 물론 따라가도 되는 말일 경우는 예외다. 특히 선행마의 경우는 거리가 늘어날수록 선행 여부가 더 중요해진다. 분석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초반 200m 기록에 너무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10번 게이트의 말이 1번 게이트의 말보다 0.1~0.2초 정도 빠르다고 10번이 무조건 선행 나간다고 우긴다면 이는 너무 현미경 분석이다. 1번마가 선행 욕심을 내면 게이트 이점이 있어서 0.1~0.2초 정도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선입마의 경우는 어느 위치에서 뛸 수 있는가를 잘 살펴야 한다. 아무리 선입으로 좋은 성적을 올렸다 하더라도 빠른 말이 많아서 후미로 처질 수밖에 없는 전개가 그려진다면 역시 뒤로 돌려야 한다. 말의 기질상 의욕을 잃기 싶다.
추입마의 경우는 어떨까. 초보자들은 많은 경우 ‘레이스가 느릴수록 추입마한테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는 일반론에서 보면 잘못된 생각이다. 레이스가 빠를수록 추입마한테는 더 기회가 많다. 앞에서 싸우면서 힘을 소모해주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정말 기억해야 할 것은 후미에서 뛴다고 다 추입마는 아니라는 것이다. 후미에서 뛰다가 들어가는 말은 추입마가 아니라 부진마일 경우가 많다. 후미에서 뛰는 말은 앞선을 따라잡아야 하는 말이기 때문에 최소한 막판 뒷심이 선행마보다는 1초 이상 빨라야 한다.
경마팬들이 가장 판단하기 힘든 휴양마의 경우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올드팬들은 대부분 휴양마는 찌익 긋고 본다. 이것이 90년대 경마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휴양마들도 철저히 준비해서 복귀전에서 바로 쏘는 경우가 많다. 필자의 경우는 복귀를 위해서 조교를 며칠간 했는가, 조교강도는 충분히 올렸는가 이 두 가지를 기본으로 1차분석을 하고 조교 때의 상태와 현장상태를 2차로 참고해서 베팅 여부를 결정한다.
8월 9일 10경주에서 뛴 정상누리의 경우를 보자. 이 말은 당일 현장에서 인기를 크게 끌진 못했지만 과거의 능력에다 인코스(1번 게이트), 능력기수인 페로비치로 기수가 바뀌면서 제법 팔렸고, 어떤 전문가들은 추천을 하기까지 했다. 필자 주변의 몇몇 분들도 이 같은 현미경 분석을 하면서 의도적으로 고배당을 노리기도 했다. 이런 의도적인 베팅이 모여 나중엔 눈에 띌 만큼 배당이 떨어졌다. 필자도 결국 판단력이 흐려져 덩달아 방어베팅을 하고 말았지만 그야말로 바보 같은 짓이었다. 결과는 끝에서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 말의 가장 큰 변수는 무엇일까. 장기휴양이었다. 이번 복귀전에서 과거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가 베팅 여부를 판가름하는 변수였다. 다른 현미경 분석은 다 이 판단이 전제된 후에야 가능한 것이었다. 정상누리는 장기간 나름 준비를 철저히 한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훈련강도가 형편없이 약했다. 예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훈련을 했던 것이다. 장기간 휴양한 말이 1900m 장거리에 출전했는데 강하게 한 번 타주지도 않고 과거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필자의 초반 판단은 단거리라면 크게 문제삼을 필요가 없겠지만 장거리는 어렵다는 것이었는데, 막판에 흔들렸던 것이다. 뒤통수를 맞더라도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
이 경주에서 동반 출전한 로열갤러퍼도 마찬가지였다. 한때 1군에서도 강마로 군림했던 로열갤러퍼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2군으로 강등이 됐고 2군에서도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바닥을 치고 있었다. 경주 당일 사전에 몸을 풀고 나왔는지 몰라도 상태감은 상당히 좋았다. 현장상태를 중시하는 몇몇 팬들은 고배당을 노리면서 이 마필에 베팅을 했다. 그러나 여지없이 꼴찌를 했다.
로열갤러퍼는 지난해 2월에 3위 입상을 한 이후 한번도 5위를 한 적이 없고 최근엔 투지가 완전히 실종돼 매경주 뒤에서 놀고 있는 말이다. 직전 경주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번에 3주 만에 나왔다. 노장마가 이 여름에 훈련도 거의 하지 않고 3주 만에 경주능력이 과연 달라질 수 있을까. 분명히 하숙비를 벌기 위한 출전에 불과했다.
마지막으로 조교우수마를 베팅에 대입하는 요령이다. 먼저 과거에 잘 뛰었던 마필. 이 경우는 충분히 기둥마나 주력마로 삼을 만한 메리트가 있고 성공가능성도 높다. 그렇지만 노장마의 경우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조교상태보다 때릴 만한 편성이냐 아니냐가 더 중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참 성장기에 있는 신마라면 ‘모 아니면 도’일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인기마들과 복조로 엮는 것이 좀 더 안전한 베팅이다.
경마를 하다보면 의외의 말이 입상해 납득하기 힘든 고배당이 터지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그런 경주를 대하는 태도다. 자신도 그런 배당을 맞추려고 하다보면 자신의 분석기준이 완전히 흐트러져 적중할 수 있는 경주마저 놓치게 된다. 자신의 경마관에서 벗어나는 말이 입상하면 자신의 경마관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X 밟았다’고 생각하며 머릿속에서 빨리 잊는 것이 다음 베팅을 위해서도 현명한 것이 아닐까. 어쩌다 한번 우연히 들어온 말에 어떤 원칙을 만들어 대입해 매경주 베팅한다면 이는 패배의 지름길이다.
그 경주마에게 가장 중요한 변수가 뭔지를 파악하고 그것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힘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경주분석에서 강해지는 지름길이다.
김시용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