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도시철도 2호선 기본설계가 5% 남은 상황에서 추가 사업비에 발목이 잡혔다. 사진은 광주지하철.
광주도시철도 2호선의 기본설계는 이미 95%까지 진행됐다. 남은 것은 ‘5%’다. 문제는 이 5%가 단순한 숫자에 불과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2호선 건설사업 ‘판’ 자체가 크게 달라진다. 광주시의 고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지난 7월 말부터 ‘광주도시철도 2호선 전담팀(TF팀)’이 제시한 안을 바탕으로 후속작업에 들어간 광주시와 광주시 도시철도건설본부에 던져진 쟁점은 차량형식 및 수용규모 확대, 급행열차(서울9호선 사례) 도입, 지상고가 적용, 노면구간 확대, 역사 슬림화 방안 등 10여 가지다. 문제는 이 같은 사항을 충족하기 위한 총 사업비 규모가 얼마가 되느냐 하는 것이다. 추가비용 규모가 2호선 건설의 사업방향과 진행속도를 결정하는 돌출변수라는 얘기다. 굵직굵직한 추가 비용 가능성에 대해 광주시가 머리를 쥐어짜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상수’격인 광주 남구 백운광장에서 동구 서석동조선대 앞 푸른길(2.8㎞) 구간을 훼손하지 않고 비켜가기 위해서는 최대 500억 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 여기에 남광주역 역사 건설부분이 추가되면서 예상공사비가 더욱 늘게 된데다 공사 구간에 2000㎜의 광역상수도관까지 지나고 있어 상당한 공사비의 추가 투입 또한 예상되고 있다. 급행열차 도입도 추가공사비 발생요인이다.
특히 남구 백운광장~동구 조선대 2.8㎞ 구간 ‘푸른길공원’ 보존을 둘러싼 논란은 기본설계에서 고려돼야 할 핵심 사안이다. 푸른길공원은 광주의 대표적 도심생태숲으로 지난 2000년 푸른길 조성을 요구한 시민의 뜻에 따라 광주역에서 남광주역, 광주대까지 경전선 철도 폐선부지 8.2㎞에 건설된 선형 녹지공간이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당선 전 푸른길운동본부 등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푸른길공원 중 남구 백운광장~동구 조선대 구간 2.8㎞가 도시철도 2호선 노선과 중첩되면서 공원 훼손 문제가 불거졌다. 당초 시는 이 구간도 저심도 방식을 적용, 7m 정도를 파 도시철도 노선을 깐 뒤 녹지공간을 복원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광주시는 푸른길 훼손을 우려하는 시민·환경단체들의 반발에 부딪치자 지난 7월 말 이러한 문제제기를 받아들였고, TF팀은 ‘푸른길공원을 훼손하지 않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관심은 ‘푸른길 우회’에 따른 추가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느냐다. 현재 확보된 총 사업비 1조 9053억 원에 크게 무리를 주지 않는 정도에서 가능한지를 따져보는 것이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시는 푸른길 구간에 대해 저심도가 아니라면 15~30m 이상 더 깊이 파는 ‘대심도’로 건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남광주 고가도로, 교각 기초시설물, 광주천, 약 20m 깊이에서 달리고 있는 도시철도 1호선, 1·2호선 환승역인 남광주역과의 연결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도시철도건설본부는 513억 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건설본부는 “실시설계 과정에서 비용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사업비가 2조 원에 가까운 도시철도 2호선의 경우 산술적으로 2000억~3000억 원을 넘지 않는 선이면 시 재정에는 부담이 되겠지만 비용이 추가되더라도 정부의 타당성 재조사는 비켜가는 등 전체적인 사업 추진에는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견해도 나온다.
하지만 광주시는 “그게 그렇지 않다”고 손사래를 친다. 푸른길 구간은 전체 41.9㎞의 5% 정도인데, 여기서만 500억 원 이상의 비용이 늘어날 경우 다른 구간 건설과정에서 발생하는 ‘돌발변수’에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시는 2012년 당시 도시철 2호선 건설방식을 비교적 저렴한 지상고가(㎞당 400억~500억 원)에서 저심도로 변경하면서 정작 총 사업비는 그대로 뒀다. 다른 증가요인 발생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순식간에 500억 원 증가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광주시는 공사비용 증가에 따라 일부 구간을 저심도 대신 비교적 저렴한 지상고가나 노면 적용 구간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거나 역사를 슬림화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광주시는 지난해 도시철도 2호선 재검토 과정에서 노면구간을 수완지구까지 확대(4.2㎞→11.9㎞)해 1555억 원(국비 933억 원, 시비 622억 원)을 절감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도시미관 저해, 안전문제, 소음문제 등을 이유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초래한 적이 있다.
지상고가는 현재 기본계획에는 없지만 노면방식에 비해 단점이 덜해 광주시 입장에서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는 대안이다. 하지만 이 대안은 기존 저심도 방식을 뒤집어야 해 실현 가능성은 떨어진다. 모노레일은 열차 형태가 철제 빔으로 이뤄진 선로 궤도를 감싸는 식으로, 지상고가방식에만 적용이 가능하다. 일부는 저심도로, 일부는 지상고가 모노레일로 건설할 순 없다는 얘기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런 대안들이 대규모 추가 비용을 상쇄할지 여부가 미지수라는 점이다. 이렇다보니 대규모 추가 공사비용 발생에 따른 타당성 재조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가 팽배하다. 규정에 따르면 전체 사업비의 10%가 넘는 추가 공사비용이 발생할 경우 정부와 협의를 거친 뒤 타당성 재조사를 해야 한다. 지난 2011년 도시철도 2호선 정부승인 예산은 1조 7394억 원으로 올해 물가변동률을 적용해 약 2조 원의 총 사업비를 상정한다면 10%의 사업비 증액은 곧바로 타당성 재조사로 이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통상 타당성 재조사가 6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는 점에서 내년 하반기 예정인 도시철도 2호선 착공은 훨씬 더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 관계자는 “이르면 8월 말, 늦어도 내달 초까지 쟁점 사항에 대한 검토를 마무리할 예정이나 추가 공사비 산정 등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최적의 안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도시철도 2호선은 서구, 남구, 광산구 등을 순환하는 총 연장 41.9㎞로 2016년 하반기에 착공해 2025년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쟁점사항 반영이라는 돌발변수로 기본설계가 흔들리면서 착공 연기론이 슬슬 나오고 있다. ‘명품 도시철도 건설’과 ‘내년 착공’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 지 광주시의 선택이 주목된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