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서울구치소에 수감되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저는 결백하다. 그래서 당당하다. 울지 않겠다. 굴복하지 않겠다”는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한 전 총리는 24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 검은색 옷을 입고 나타나 자신을 배웅하러 나온 당 지도부와 당원, 지지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지난 20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 의원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 판결했다.
검찰은 한 전 총리에게 당초 21일 오후 2시까지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나 서울구치소로 올 것을 요구했으나 한 전 총리로부터 주변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고 형 집행일을 24일로 연기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사법정의가 이 땅에서 죽었기 때문에 그 장례식에 가기위해 상복을 입었다. 죽은 사법정의를 살려내 달라고 부탁드린다”며 “진실이 승리하는 역사를 만들겠다. 나는 안에서, 여러분은 밖에서 진실이 승리하는 역사를 만들어내자”고 밝혔다.
또 한 전 총리는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여기 함께 모인 여러분들의 체온과 위로를 느끼면서 들어가겠다”며 “이 어려운 시대에 조용한 휴식처로 들어가서 쉬게 될 것이 죄송하고, 부끄럽다”고 밝혔다.
어어 한 전 총리는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싸우겠다”며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 건강하게 잘 다녀오겠다. 한명숙을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서울구치소 앞에는 이종걸 원내대표 외에 강기정·김경협·김광진·김승남·김태년·김현미·노웅래·도종환·박범계·박홍근·배재정·서영교·신경민·전해철·양승조·유기홍 유승희·유은혜·윤후덕·이미경·임수경·장하나·정청래·진성준 의원 등 수십 명의 야권 정치인들, 지지자 등 100여명이 한 전 총리를 배웅하기 위해 모였다.
이로써 한 전 총리는 국무총리 출신 인사 중 최초로 옥살이를 하게 됐다. 재야운동권출신으로 3선(16·17·19대) 국회의원을 지낸 대표적인 여성정치인인 그는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79년 체제 비판적인 이념서적을 학습·유포한 크리스찬 아카데미 사건으로 2년여 동안 구속수감 되기도 했다.
한 전 총리는 김대중정부 당시 여성부 장관(2001~2003년)을, 노무현정부 당시 환경부 장관(2003~2004)에 이어 대한민국 첫 여성 국무총리를 지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