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공연에는 국내 최정상급 지휘자로 손꼽히는 정치용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지휘를 맡고 수원시립교향악단증 중심으로 국립합창단, 숭실대 콘서트 콰이어가 출연했다. 또한 소프라노 한예진, 메조소프라노 김선정, 테너 강무림, 베이스 임철민 등 유명 성악가와 안희찬 교수가 트럼펫 솔로이스트로 참여했다. 여기에 9세에서 82세까지 일반인 남녀노소 250여 명으로 구성된 ‘국민참여합창단’도 무대에 올랐다.
이번 음악회는 1부 축하 공연과 2부 안익태 기념 공연으로 열렸다. 1부 축하 공연에는 ‘아르방의 베니스 사육제에 의한 환상곡과 변주곡’이 트럼펫 콘체르토로 연주됐으며 이어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합창 4악장’이 연주됐다.
1부 공연에 앞서 먼저 안익태의 대표곡인 ‘애국가’가 연주됐다. 정치용 교수가 지휘하는 수원시립교향약단의 연주에 맞춰 국민참여합창단이 노래를 시작하자 객석의 모든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애국가’를 합창했다. 안익태 기념음악회인 만큼 그 시작은 당연히 ‘애국가’였다.
본격적인 1부 공연은 트럼펫 솔리스트 안희찬 교수가 입장하며 시작됐다. ‘베니스의 사육제’는 본래 이탈리아 작곡가 니콜로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곡이지만 트럼펫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장 밥티스트 아르방이 편곡한 트럼펫 변주곡이 더 유명해진 곡이다. 이번 공연에서도 아르방이 편곡한 베니스 사육제에 의한 환상곡과 변주곡이 트럼펫 콘체르토로 연주됐다. 국내 최정상급 트럼펫 연주자인 안희찬 교수의 솔리스트 연주는 환상에 가까웠다. 아르방의 화려한 변주 기법을 완벽하게 연주한 안희찬 교수의 빼어난 트럼펫 연주로 안익태 기념음악회는 화려하게 시작됐다.
이어진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 4악장은 클래식에 관심이 많지 않은 일반 대중들에게도 잘 알려진 곡이다. 청각을 잃은 베토벤이 만든 마지막 교향곡인 ‘합창’은 성악가 네 명의 독창과 대합창이 교향곡에 사용된 최초의 음악이기도 하다. ‘환희의 송가’로 알려진 메인 멜로디로 유명한 곡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소프라노 한예진, 메조소프라노 김선정, 테너 강무림, 베이스 임철민 등 유명 성악가와 국립합창단, 그리고 숭실대콘서트콰이어가 함께 공연에 나섰다.
축하공연으로 마련된 1부 공연에 이 두 곡이 연주된 것일까. 여기에는 안익태의 음악 인생과 음악 성향 등과 깊은 관련이 있다. 안익태가 처음 음악에 심취한 것은 바로 트럼펫이었다. 트럼펫 소리에 매료돼 아버지에게 트럼펫을 선물 받은 것이 안익태 음악 인생의 시작점이었다. 이런 까닭에 대표적인 트럼펫 곡인 아르방의 베니스 사육제에 의한 환상곡과 변주곡이 트럼펫 콘체르토로 연주된 것이다. 아르방의 트럼펫 연주곡은 트럼펫의 바이블이라 불릴 만큼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다.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은 안익태의 ‘한국 환상곡’과 자주 함께 공연되는 곡이다. 우선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협연하는 형식이 비슷하다. 또한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은 ‘환희의 송가’를 메인 멜로디로 하고 있으며 ‘한국 환상곡’ 역시 ‘애국가’를 메인 멜로디로 하고 있다는 부분도 유명하다. 이로 인해 ‘환희의 송가’와 ‘애국가’는 독립된 곡으로도 자주 연주된다.
또한 안익태는 생전에 베토벤을 매우 좋아했으며 그에 대해 깊이 공부를 하기도 했다. 특히 1936년 비엔나에서 세계적인 지휘자 헬릭스 바인가르트너의 문하에 들어간 뒤 안익태는 베토벤의 교향곡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를 하기도 했다.
2부 공연은 안익태의 곡들로 구성됐다. 첫 곡은 ‘포르멘토르의 소나무’다. 웅장한 선율로 격정적으로 시작되는 ‘포르멘토르의 소나무’는 이후 서정적이며 낭만적인 흐름으로 이어지다 다시 초반부의 웅장한 선율의 격정적인 연주로 마무리되는 곡이다. 특히 중반부의 금관 악기와 바이올린의 고음 연주가 만들어 내는 서정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이어 소프라노 한혜진과 베이스 임철민의 ‘흰 백합화’와 메조소프라노 김선정과 테너 강무림의 ‘아리랑 고개’가 이어졌다. 두 곡 모두 민요 ‘아리랑’과 ‘도라지타령’ 등에서 선율을 따온 곡들이라 친숙한 느낌이다. 이런 친숙한 민요 선율이 안익태의 음악세계에 접목돼 환상적인 분위기로 완성됐다. 네 명의 정상급 성악가들의 연주가 무대의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요즘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메조소프라노 김선정은 세마치장단을 토대로 한 ‘아리랑 고개’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객석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냈다.
마지막 곡은 당연히 안익태의 대표곡인 ‘한국 환상곡’이었다. 합창이 가미된 곡이라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 4악장과 마찬가지로 국립합창단과 숭실대콘서트콰이어가 함께 공연했으며 이번에는 국민참여합창단도 함께 했다.
‘한국 환상곡’은 단악장으로 구성된 교향시인데 서사적인 구조가 눈길을 끈다. 애국가를 바탕으로 익숙한 한국민요 선율이 가미된 ‘한국 환상곡’은 한민족의 5000년 역사를 서사적으로 풀어 놓은 곡으로 알려져 있다.
깐깐한 완벽주의자로 알려진 안익태가 수차례 수정과 보완 과정을 거쳐 완성한 곡인 ‘한국 환상곡’은 현악기와 관악기, 타악기 등을 모두 고루 사용한 곡이다. 현악기의 선율로 서사적인 흐름을 이어가며 금관악기를 활용해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간다. 여기에 타악기를 활용해 웅장함을 더했으며 합창단을 통해 그가 이 곡에 담아내고자 했던 조국에 대한 사랑을 노래했다.
‘한국 환상곡’은 곡 후반부에 애국가를 합창하는 부분이 들어가 있다. 이번에도 자연스럽게 관객들이 하나 둘 일어서서 함께 애국가를 합창했다.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을 동시에 지휘하면서도 자연스럽게 관객들의 참여까지 유도하는 정치용 교수가 돋보이는 대목이기도 했다. 그렇게 공연이 모두 끝나면서 자연스럽게 기립 박수가 이어졌다. 애국가를 합창하며 자리에서 일어선 관객들이 공연의 감흥에 도취해 기립 박수로 화답한 것. 그렇게 공연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아쉬운 부분은 애국가는 국가이기 때문에 흔히 접할 수 있지만 다른 안익태의 음악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특히 애국가가 중심으로 우리의 민요 선율이 녹아들어 있는 ‘한국 환상곡’은 클래식을 자주 접하지 못한 일반 대중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곡이지만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편이다. 이런 부분에서 이번 2015 안익태 기념 음악제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더욱이 그의 음악은 서정적이며 환상적인 느낌이 강해 드라마나 영화의 배경음악로도 활용 폭이 넓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직까지 그런 부분에서 자주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이 안타깝다.
한편 이번 2015 안익태 음악제 ‘Korea Fantasy’는 안익태기념재단과 <일요신문>이 공동 주최했으며 국무총리실, 문화체육관광부, 외교통상부, 안전행정부가 후원, 한 스페인 대사관, KBS, 숭실대학교 등이 협찬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