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전직 군무원은 1982년 대위로 전역한 후 1992년까지 주한미군에 파견 근무한 이상기(68)씨이다. 이 씨는 군 재직연수 26년으로 합산해 지난 5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씨는 육군소위로 1969년 임관해 1970년대 월남전에 참전했다고 한다. 이후 1982년 대위로 전역한 후 1983년 특수직 번역군무원 사무관으로 임용됐고, 주한미군에 1992년 9월까지 파견돼 9년 9개월간 근무했다. 하지만 미군 측의 재정악화로 직권면직 처분과 연금혜택 제외 대상으로 감원, 해고됐다.
이 씨는 “당시 사회적인 상황이 개인 신분으로 어떠한 조치를 할 수 없었다. 오직 나라를 위한 충성심만 존재했다”며 “지금과 같이 연금체계나 군 업무 특성상 행정적인 시스템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그러면서 “특히 직권면직이라는 처분을 받을 만한 행정적인 과실이 전혀 없었다”며 “미군에 파견 근무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대응할 만한 능력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씨가 소송을 통해 밀린 퇴직금 등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전직 직장동료 A씨를 우연히 지하철에서 만나면서부터다. 이씨와 같은 시기에 감원된 A씨는 공무원연금공단과 오랜 법정 다툼 끝에 지난 2009년 2월 대법원 합의 전원일치 승소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당시 미군이 공무원으로 인정하지 아니한 정황에서 절차를 밟지 아니했을 뿐이고, 만약 퇴직금 혜택권을 무시한 행정처분이 있으면 감당할 수 없는 중대한 위법이 있게 된다”며 “공무원 신분이 형성된 이상, 원고가 퇴직금을 달라는 것은 헌법이 보장된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국민의 절대적 권리이며 공무원의 고유한 권리임으로 그간의 기여금을 적립하지 아니했다면 그간의 기여금을 공제한 나머지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씨는 개인을 상대로 퇴직급여를 주지 않으려고 소송을 진행한 공무원연금공단에 대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씨는 국가가 어려울 때 월남전에 참전해 포병으로 복무하면서 죽을 고비를 수없이 겪었고, 가족 간의 긴 세월을 떨어져 살면서 국가에 충성했다. 하지만 연금 하나 없이 쪽방촌 월세방에 막노동해가면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고 있다. 이마저도 나이 들어 노동력이 떨어져 버틸 힘도 의지도 없다며 울부짖고 있다. 전쟁터에서 국가를 위해서 목숨 걸고 싸웠고, 미군에 파견되어 근무했지만, 결국 남는 것은 비참한 생활을 하면서 공단을 상대로 나 홀로 소송을 해야 할 지경에 이른 것.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이 씨의 이의제기를 받아 6월 29일 퇴직급여 부지급 통보를 했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재직한 사실은 확인되었으나 기여금 납부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청구기간이 5년이 넘었다”며 “재심의에 청구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이에 대해 이 씨는 “군무원은 공무원에 따르는 신분으로 고용주인 국가가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군 복무자가 잘못이 있는 것처럼 몰고 가는 행위는 적반하장의 불공정한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이 씨는 “이미 대법원에서 부당하다고 판결한 바 있는데도 공무원연금공단은 책임을 군에 떠넘기고 있다”며 “군 복무는 군에서 하지만 연금지급은 당연히 공단이 책임져야할 몫”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른 것도 아니고 목숨 걸고 나라를 위해서 충성한 군 복무자를 이렇게 대한다면 어느 누가 국가를 위해서 전쟁터에서 싸우겠느냐”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임진수 기자 ilyo7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