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영화 <내사랑>의 촬영현장 공개가 이루어진 올림픽 공원. 반복되는 촬영에 지쳐 있던 스태프들과 이를 지켜보던 취재진의 시선을 끄는 한 남자가 있었다. 하얀 스웨터에 청바지 차림으로 촬영장에 나타난 정일우였다. <내사랑>으로 스크린에 도전하는 각오는 남다르다. 한 작품으로 ‘스타’는 될 수 있을지언정 ‘배우’로 오래 갈 수 없는 연예계의 생리를 잘 알기 때문.
정일우의 소속사 관계자는 “본인 스스로 한계를 알고 있고 천천히 가려고 한다”며 “시나리오를 재미있게 읽은 까닭도 있지만 선배 연기자들이 출연하는 걸 알고 출연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정일우도 “시트콤 덕분에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연기력도 부족하고 혼자 극을 끌어가기에는 부족함이 있다”고 얘기한다. ‘스타 탄생’이라는 거창한 수식어에는 “아직 그 반열에 오르지는 못했다”며 멋쩍게 웃는다.
그렇다고 욕심이 없는 건 아니다. 정일우는 신예로는 자칫 문제가 될 수 있는 연기력 때문에 발음과 발성 연습부터 다시 시작했다. 시트콤 때와 달리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영화 촬영의 장점을 이용해 대본 연습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 엄태웅 감우성 등 선배들과 함께 술을 마시면서 조언을 많이 들으려고 애썼다.
“엄태웅 선배의 경우는 정말 인간적이고, 감우성 선배는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배우는 게 많다”며 선배들과의 촬영에 만족감을 드러낸 정일우는 “사실 시트콤의 윤호 이미지를 잃고 싶지 않지만 감독님이 푸근한 이미지를 주문해 체중을 늘렸다 영화 촬영이 끝난 뒤 다시 7㎏을 감량했다”고 말했다.
고등학생에서 대학생으로 돌아온 정일우. 역할의 나이가 한 살씩 늘어가고 있는 만큼 배우 정일우도 조금씩 성장하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밝힌 그가 다음에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놀라게 해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홍재현 객원기자 hong92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