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공전 펼치는 김수남 vs 반전 노리는 박성재
현 시점에서 차기 총장에 가장 유력해 보이는 인사는 김수남 대검찰청 차장검사다. 그래서인지 겉으로는 일단 여유가 있지만 물밑에선 대단한 정치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김 차장의 경우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해온 언론사 간부들과 자주 접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자리에는 대검에서 현재 근무 중인 부장검사들도 동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차기 총장에 유력하다는 것도 정치권과 검찰 안팎의 평가이지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이 김 차장에게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일 아니냐”며 “그런 불안감이 김 차장으로 하여금 분주하게 언론사 간부들을 만나게 만드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잘나갔던 김 차장은 박근혜 정부 초기 검찰 인사에서 고검장 승진을 못했다. 그러자 검찰 안팎에선 지난 2007년 선거 당시 영남대 총장을 지낸 김 차장의 아버지가 이명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게 걸림돌이었다는 얘기가 나왔다. 김 차장은 그 다음 인사에서 고검장으로 승진했지만, 이번에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가지 못하고 수원지검장에 머무르게 된다. 그러나 결국 수원지검에서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을 수사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신임을 얻어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대검 차장에 올랐다.
다른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석기 사건 수사를 통해 정권에 대한 로열티를 인정받은 것으로 판단되고 아버지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는 일에 대해서도 청와대 쪽에 설득력 있는 해명을 한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이미 한번 고검장 승진 인사에서 물을 먹은 적이 있는 만큼 김 차장은 자신이 언제든 용도 폐기될 수 있다고 불안해하면서 분주히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박 지검장이야 잃을 게 없는 데다 최 부총리가 내년 예산안을 오는 12월 초까지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새누리당으로 복귀하게 되면 박 지검장에게 꽤 큰 힘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 박 지검장이 별 다른 수사 성과를 올리지 못했어도 청와대에서는 상당히 마음에 들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두어 달 전부터 정치권과 검찰 안팎에선 박 지검장이 청와대에 들어가 박 대통령을 독대했다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 박 지검장 측은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며 펄쩍 뛴다. 박 지검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두어 달 전부터 그런 얘기가 있어서 아니라고 몇 번 얘기를 했는데도 아직까지 잦아들지 않는 것을 보면 누군가 의도적으로 음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에는 대통령을 독대하면서 하명사건을 받아왔다는 얘기도 함께 돌고 있더라”고 말했다.
검찰총장을 지낸 한 변호사는 “내가 총장 할 때도 청와대에서 잠시 들어오라고 했지만 검찰의 독립성을 훼손시킬 수 있어서 그럴 수 없다는 의사를 전달한 적이 있다”며 “검찰의 수장이 청와대에 들어가서 하명사건을 받아온다는 얘기는 큰일 날 소리고, 그런 얘기가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니는 것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결국 박 지검장을 누군가 음해하고 있다는 것인데 대체로 경쟁자를 통해서 이런 얘기들이 나오고 그 경쟁자에는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뿐 아니라 동기들도 포함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 사법연수원 16·17·18기 경쟁 구도
그동안 검찰 내에선 사법연수원 16기 또는 17기에서 차기 총장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뤘다. 김수남 차장, 박성재 지검장, 이득홍 서울고검장 등을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18기인 김주현 법무부 차관의 이름이 갑자기 거명되고 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김 차관을 매우 좋아하는 등 두 사람의 관계가 상당히 친밀하기 때문이라는 게 김 차관이 후보군에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실제로 올해 2월 검찰 인사에서 김 차관은 18기 중에서는 유일하게 고검장 승진을 했다. 우 수석은 김 차관을 고검장으로 승진시킨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보내려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박성재 지검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됐고, 그러면 김 차관의 경우 다른 고검장들이 16·17기인 것을 감안해 광주지검장으로 보내는 것이 순리였지만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그를 법무차관에 앉혔다.
김진태 검찰총장 임기가 3개월이나 남아있지만 벌써부터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 간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요신문 DB
검찰 고위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18기가 총장이 되면 너무 연소화되는데다 16~18기에서 20명 정도가 옷을 벗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며 “일선 검사들도 이 같은 급격한 변화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테지만 현 정부가 김 차관을 너무 예뻐하니깐 여러 문제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그렇다고 검찰 내부가 강력히 반발하거나 그런 것은 없을 것”이라며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등 박근혜 정부의 정당성과 관련된 사건에서 김 차관이 보여준 로열티를 매우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득홍 고검장의 경우 우 수석과 사촌 동서지간인데도 총장 후보로선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고검 관계자는 “이 고검장이 우 수석과 인척이지만 서로 데면데면한 것으로 안다”며 “우 수석이 살뜰하게 챙겨주지 않는 것으로도 알고 있고,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면 이 고검장은 다른 후보자들보다 약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근호 언론인
야인 최재경 등용 가능성은? ‘인물’은 뛰어난데 ‘항명’ 낙인이… 최재경 전 지검장 개인의 역량이나 성품, 리더십 등을 감안하면 최 전 지검장만 한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고검장 승진을 못한 채 옷을 벗은 만큼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게 타당한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한상대 전 검찰총장에 대한 항명사태, 유병언 사건 수사 실패 책임론 등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검찰 내에서 고검장으로 승진하지 못한 인사가 검찰총장이 된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해방 후 초대 정부 당시엔 비슷한 사례들이 없지 않았겠지만, 지난 30년여 동안 한 번밖에 없었다. 전두환 정부 당시 정치근 검사장이 부산지검장 재임 중 검찰총장으로 발탁됐다. 그는 6개월 뒤 법무부 장관으로 영전했다. 박정희 정부 때도 신직수 전 중앙정보부 차장이 검찰총장에 임명된 사례가 있지만, 신 전 차장은 법무관 출신이어서 정 전 총장 사례와 같다고 보기는 어렵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군에 있을 때 법무참모였던 신 전 차장은 7년 이상 총장직을 유지하다가 법무부 장관에 임명됐다. 검찰 관계자는 “해방 후 대한민국 정부 수립 당시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어떨지 몰라도 박정희 정부 때부터 현 정부까지 고검장 승진이 안 된 인사가 검찰총장이 된 경우는 딱 한 번뿐”이라며 “결국 검사장이 총장으로 발탁되는 것은 권위주의 시대에나 가능했다는 얘기로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검찰 내에서 잘나가던 최 전 지검장이 고검장 승진을 못한 것은 ‘항명사태’ 때문이었다. 지난 2013년 부장검사 뇌물수수 사건에 ‘성검사’ 파문까지 벌어지자 검찰 안팎에선 당시 한상대 검찰총장이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한 총장은 이 같은 여론을 무시하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를 검찰개혁 카드로 들고 나왔다. 당시 중수부장이었던 최 전 지검장과 특수수사 검사들이 이에 강력하게 반대하자, 한 총장은 현직 중수부장 감찰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압박했다. 반면 최 전 지검장은 공식적인 입장 발표를 통해 한 총장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결국 상황은 항명사태로 이어졌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항명사태로 인해 승승장구하던 최 전 지검장이 고검장 승진을 못했다”며 “당시 한 총장이 크게 잘못을 했지만 부하직원이 총장을 들이받는 모습 또한 보기에 좋지는 않았었던 만큼 최 전 지검장이 총장이 되면 내부 반발이 있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얘기에 대해 기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고검장 승진을 못했기 때문에 총장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더욱이 최 전 지검장은 변호사 사무실은 열었지만 사실상 사건을 전혀 수임하지 않고 있어서 내부에서도 큰 반발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변호사는 “진짜 문제는 그런 게 아니라 VIP(박근혜 대통령)가 최 전 지검장의 항명사태를 과연 용인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에서 요직에 앉는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은 정권에 대한 로열티 아니냐. 따라서 권부에서 최 전 지검장을 좋아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 임명을 주저한 이유도 검란 사태 당시 한 총장에게 사퇴를 종용하며 들이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 전 총장과 가까운 한 지인은 “그런 점을 감수하면서까지 총장을 시켰더니 역시나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때 우려했던 대로 청와대를 들이받더라고 생각하지 않겠느냐”며 “그 같은 경험이 있는 VIP 입장에선 굳이 그런 우려를 감수하고 최 전 지검장을 데려다 쓸 이유가 현재로선 없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고 말했다. 최 전 지검장이 검찰 내에서 지나치게 예리한 칼잡이인 데다, 유병언 사건 수사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옷을 벗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요직에 등용할 경우 오히려 박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인물만 본다면야 최 전 지검장만 한 사람이 어디에 있느냐. 그러나 정권 후반기에 칼잡이를 총장에 앉힌다는 건 그 자체가 현 정부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호남 출신으로는 소병철 전 법무연수원장이 있는데도 김현웅 전 서울고검장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하지 않았느냐”면서 “소 전 원장이나 최 전 지검장은 로열티가 있다 하더라도 자신의 명예를 버릴 수 없기 때문에 박 대통령 입장에선 주저하게 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