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고위급 인사와 여비서인 아내가 불륜을 저질렀다며 제출한 남편의 고소장.
주한미군 고위급 인사 A 씨는 한국에서 10년 넘게 근무해 ‘한국통’으로 불린다. 정보, 첩보 관련 임무를 담당하는 A 씨는 주한미군에서 영관급 장교로 복무하다 최근 전역해 군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A 씨가 보고하는 정보들은 미군 수뇌부나 청와대, 국정원까지 전달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만큼 A 씨의 업무능력은 탁월해 주한미군 내에서 인정을 받아왔으며, 몇 년 전에는 한국 아이들까지 입양하는 등 훈훈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랬던 그에게 때 아닌 ‘불륜 스캔들’이 터진 것은 지난 7월 중순 무렵이다. A 씨가 경찰 조사를 받기 시작하면서 부정한 일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확산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A 씨의 부하 여직원인 B 씨도 거론되기 시작했다. B 씨 역시 경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경찰이 두 사람에 대한 수사를 개시한 까닭은 B 씨의 남편인 C 씨가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C 씨는 고소장에서 “A 씨와 B 씨가 상간을 하여 가정을 깼을 뿐만 아니라 서로 공동으로 공모, 오히려 이혼 소송을 제기해 위자료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비공개 수사를 진행하며 미군헌병에 이 사실을 통보했고, A 씨와 B 씨에 대해 출국금지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C 씨가 두 사람의 불륜 사실을 깨닫기까진 다사다난한 과정이 있었다. C 씨는 B 씨와 지난 2009년 혼인 신고를 하고 2013년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지난해 7월에는 예쁜 딸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초반부터 집안의 반대로 약간씩 삐거덕댔다고 한다. C 씨는 “결혼을 할 무렵부터 장모의 반대가 상당히 심했다. 수입 문제부터 직업까지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이후 결혼 생활을 이어가면서도 이것이 계속 문제가 됐고 급기야 아내와 조금씩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던 중 올해 초부터 C 씨는 아내의 행동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끼기 시작했다. 아내의 귀가 시간이 조금씩 늦어지고 집에 와서도 피곤하다는 등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집에 와서도 누군가와 문자를 주고받는 모습이 여간 수상한 것이 아니었다. C 씨는 “토요일에 아내가 갑자기 영화를 보러 나간다며 집을 나서기도 했다. 주한미군 영내에는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그런데 영화 시간이 한참 지나서도 집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대체 왜 이렇게 늦게 오냐고 그날 아주 심하게 싸웠다”라고 전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늘 갖고 있던 휴대폰을 두고 우는 아이를 달래려 아이 방으로 들어갔다. C 씨는 덩그러니 놓인 휴대폰을 두고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문자메시지를 들여다봤다. 그리고 그대로 휴대폰을 떨구고 말았다. 아내가 웬 외딴 남자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낯 뜨거운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의심이 확신이 된 순간, C 씨는 “이게 대체 무슨 내용이냐”며 아내에게 따져 물었다. 아내는 “SNS 친구일 뿐이다”라며 안방 문을 닫고 들어가 버렸다.
SNS 친구일 뿐이라던 남자는 알고 보니 아내의 상사 A 씨였다. C 씨는 “유부남 A 씨는 50대 후반이고 아내는 이제 20대 후반이다. 이게 말이 되는 관계인지 묻고 싶다. 문자메시지만 보면 두 사람은 이미 갈 때까지 갔다”라고 주장했다.
주한미군과 유부녀 여비서가 주고받은 카톡 메시지.
A 씨는 “자기랑 같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벗고”, “긴 하루였어. 나도 보고 싶어 어젯밤 끝내줬어?”, “우리가 시작한 이후로 난 자위를 한 번밖에 하지 않았어” 등 성관계를 암시하는 메시지를 B 씨에게 보냈다. B 씨 역시 “날 위해 아껴둬”, “자기 내 판타지를 알아”, “난 잠옷 속에 아무 것도 안 입고 있어” 등으로 응수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두 사람이 주한미군 영내에서도 이 같은 관계를 유지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문자메시지 내역에 따르면 두 사람은 사무실, 자동차 등에서 애정행각을 벌여온 것으로 추정되며 수차례 영화관 약속을 잡기도 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근무지에서의 일탈 행동으로 군 형법상 처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C 씨는 두 사람이 주고받은 수많은 메시지 중 단 한 개의 메시지로 이혼을 결심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B 씨가 A 씨에게 “당신과 사랑을 나누고 씻지도 않은 채 아기에게 수유를 하고 있어”라는 내용을 보낸 것. 이를 보고 C 씨는 억장이 무너지는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이혼소송’은 아내인 B 씨가 먼저 제기하면서 상황은 황당하게 흘러갔다. B 씨는 “C 씨가 고정적인 일자리와 수입이 없었고, 가정에 소홀했으며 가정폭력을 저지르기도 했다”며 지난 3월 위자료 3000만 원을 청구하는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C 씨는 “불륜은 자기가 저질러 놓고 오히려 가정 폭력 등 허위 사실을 지어내 위자료를 청구했다. 가정에 소홀히 한 것은 B 씨”라며 지난 6월 A 씨와 B 씨를 ‘소송사기미수죄’로 고소했다.
이처럼 A 씨의 ‘불륜 스캔들’ 의혹은 B 씨와 C 씨의 이혼소송으로 비화되면서 진실게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결국 A 씨와 B 씨의 불륜 관계는 경찰 수사와 법원의 판단에 맡기게 됐다.
지난 7월 29일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를 찾은 A 씨는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 일부만 인정했다고 한다. 개인적인 통화와 문자를 주고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상의 선을 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요신문>은 A 씨와 B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전달했으나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