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7일 오후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13.91포인트(0.73%) 오른 1908.00으로 코스닥지수는 6.27포인트(0.94%) 오른 673.71로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외국계 증권사의 한 트레이더는 “장중 변동폭이 크지만 2900이 위협받을 때마다 아주 강력한 매수세가 나타나며 시장을 지지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며 “중국 정부가 연기금 등 공공성 자금을 동원해 최소 3000선은 지키려는 듯하다”고 풀이했다. 그는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개인들의 매도가 쏟아져 전저점인 2800선이 무너진다면 다음 저항선은 2500 안팎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때 1800선까지 밀렸던 코스피는 1900 초반까지 반등하며 일단 PBR(주가순자산비율) 0.8~0.9배 수준에 닻을 내리는 모습이다. PBR이 1배면 회사의 청산가치와 증시에서 시장가치가 같다는 뜻이다. PBR 0.8~0.9배라는 뜻은 지금보다 회사의 가치가 10~20%가량 낮아질 것으로 시장이 평가한다는 뜻이다. 기업들의 이익성장률이 예전보다 둔화되거나 원화가치 하락으로 국제기준(달러환산) 기업 가치가 낮아질 것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 살펴야 할 변수=크게 두 가지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어떻게 하느냐와 중국 실물경제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다.
미국이 당장 9월에 기준금리를 올린다면 달러 강세와 위안화 약세가 나타나고, 값싼 이자로 달러를 빌려 전 세계에 투자했던 큰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게 된다. 반대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연말 또는 내년 초로 늦춰지면 위안화 추가 약세가 진정되고, 증시에서 외국인 큰손들의 이탈도 그만큼 연기될 수 있다.
최근 반등은 국내 기관과 개인의 매수세 덕분이다. 8월 들어 단 하루도 코스피를 순매수하고 있지 않으며 4조 원 넘게 팔기만 한 외국인이 매도 공세를 늦춘다면 증시는 훨씬 가벼워질 수 있다.
중국 실물경제 문제는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을 챙겨보면 알 수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무역상대국이다. 중국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의 정도가 심각할수록 우리 기업들의 대중국 수출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중국 경제의 문제가 금융부문에만 국한된다면 의외로 우리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양호할 수 있다. 또 다른 주요 시장인 미국과 유럽의 최근 경제지표는 양호한 편이다. 중국만 괜찮다면 우리 기업 실적에 큰 부담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 코스피 예상밴드=코스피지수는 한때 1800선이 위협받기도 했다. 미국이 당장 9월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3분기 기업실적이 크게 악화되지 않는다면 1800선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코스피가 1900 아래로 떨어졌던 8월 21~26일 4거래일 동안은 중국 증시(상해종합지수)가 최장기추세선인 200일 평균선 아래로 떨어지는 공황성 매도(panic selling) 기간이다. 따라서 돌발 상황만 아니라면 당분간 1900선 안팎에서 지수가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익명의 한 증권사 주식형펀드 매니저는 “국민연금을 필두로 한 연기금은 보통 증시에서 최후의 보루를 지키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면서 “강력한 자금력을 앞세운 이들 연기금이 지난 21일부터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한 점은 분명 눈여겨 볼 부분이다”라고 귀띔했다.
그렇다고 코스피가 당장 2000을 넘어설 가능성도 그리 높지 않다. 거래현황을 보면 코스피 1950을 넘어가면 매물부담이 크게 높아진다. 1950 이상에서 증시에 들어온 자금이 많다는 뜻이다. 지수가 이 수준에 도달하면 본전을 회복했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해 팔자 주문이 늘어날 수 있다. 게다가 코스피의 최장기 추세선인 200일 평균선도 2000 즈음이다.
모 증권사의 한 주식영업담당 임원은 “아무리 중국 증시 폭락 사태가 진정국면이라고 해도 이번 사태로 중국 경제에 분명 문제가 있는 게 드러났는데, 그렇지 않은 지난 200일간의 주가수준으로 단숨에 돌아가기는 어렵다”면서 “또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가 늦춰진다고 해도 결국 조만간 금리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분명 지금 상황은 예전보다 못하다”고 진단했다.
# 투자전략은?=적극적인 투자자라면 우선 1900 아래로 떨어지면 사고, 2000에 가까워지면 파는 전략이 필요하다. 밴드가 무척 좁은 만큼 순수한 시장수익률로는 5%도 얻기 힘들다. 따라서 주식투자에 일가견이 있는 투자자가 아니라면 새로운 매수보다는 2000선에 가까워질 때 기존 주식투자 비중을 줄이는 게 나을 수 있다. 중국 경제의 불안이 드러난 데다 어쨌든 미국의 금리정책 변화도 시간문제인 것은 분명한 만큼 굳이 위험자산인 주식에 대한 자산 비중을 늘릴 필요는 없다.
다만 공격적인 투자자라면 레버리지ETF 등으로 수익 기회를 확장하는 전략도 고려할 만하다. 레버리지ETF는 주가지수 등 기초자산 가격 상승률의 1.5배 내지 2배 수익을 내는 파생상품이다. 단 오를 때 상승률이 높은 만큼 내릴 때 하락률도 크다는 점은 분명히 알아둬야 한다.
시장보다 종목에 집중한다면 최근 많이 하락한 종목, 그 가운데서도 배당 매력이 큰 종목을 노릴 만하다. 보통 고배당종목들은 현금보유량도 많고 업황도 안정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주가가 많이 하락한 만큼 시가배당률은 그만큼 높아졌을 가능성이 크다.
배당주 펀드를 운용하는 한 매니저는 “9월부터는 전통적인 배당주 투자 시즌이다. 지난 제일모직-삼성물산 사태와 롯데 경영권분쟁 사태를 겪으면서 국내 대기업들로서는 주주친화 정책의 필요성이 커졌다. 올해 실적이 그리 좋지 않다고 해도 배당을 줄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예상했다.
# 예전과는 사뭇 다른 삼성전자=2008년 금융위기 이후 코스피는 꽤 여러 차례 어려움을 겪었다. 이때마다 일종의 피난처 역할을 한 종목이 삼성전자다. 대한민국 간판기업으로 ‘아무리 어려워도 삼성전자만큼은 괜찮을 것’이란 믿음에서다. 그런데 이번 급락 사태에서는 모습이 좀 다르다.
8월 들어 코스피 낙폭은 약 6%다. 그런데 삼성전자 낙폭은 10%에 육박한다. 연초 이후로 따져도 삼성전자의 낙폭은 약 -20%로 강보합인 코스피 대비 현저히 부진하다.
차트를 기초로 한 기술적 분석으로도 삼성전자 주가는 이미 중기평균추세 가격 120만 원선이 무너졌다. 장기추세인 다음 저항선은 93만 원이다.
모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사실 중국 경제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로는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간판기업들이 외국인들의 외면을 받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결국 우리 간판 기업들의 제품력과 경쟁력이 더 이상 예전 같지 않다는 뜻인데, 이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중국경제의 문제나 미국의 금리정책과 상관없이 상당 기간 증시가 부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