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말 한 국회의원이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힌 ‘지방세법’ 일부 개정안 내용의 핵심이다. 이 발언이 공개된 직후 여러 언론에서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현행 ‘배기량’ 기준의 자동차세 과세에 대해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자동차세 개정안을 적용하면 차량 가격이 싼 국산차는 세금을 적게 내지만 옵션을 어느 정도 선택하면 현행 세금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 된다.
언론들이 가장 많이 설명한 것은 BMW 520d(1995㏄)와 현대차 쏘나타(1999㏄)의 비교다. BMW 520d는 현대 쏘나타보다 가격이 3배 정도 비싸지만 배기량이 비슷해 자동차세도 40만 원 정도로 비슷하게 내고 있다는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동차 가액 1500만 원 이하는 자동차 가액의 1000분의 8, 자동차 가액 1500만 원 초과 3000만 원 이하는 ‘12만 원+1500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1/14’, 자동차 가액 3000만 원 초과시에는 ‘33만 원+3000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1/20’에 따라 납부하게 된다.
이에 따르면 대표적인 경차인 기아차 모닝의 경우(신차 기본사양 기준) 자동차세가 현행 7만 9840원(998㏄)에서 7만 3200원, 현대차 아반떼는 22만 2740원(1591㏄)에서 11만 2800원, 쏘나타는 39만 9800원(1999㏄)에서 22만 4300원, 현대차 그랜저는 47만 1800원(2359㏄)에서 33만 4800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반면 고가의 승용차들은 기존보다 더 많은 자동차세를 부담하게 된다. BMW 520d 모델의 경우에는 현재, 1995㏄의 배기량이기에 자동차세를 39만 9000원을 냈지만, 법이 개정되면 약 73만 원 늘어난 112만 8000원을 부담하게 된다”는 것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차량 가격이 싼 국산차는 세금을 적게 내고 차량 가격이 비싼 수입차는 세금을 많이 내는 부자 증세 논리다.
정말 그럴까. 수입차는 더 많이 내게 되는 것이 맞다. 그러나 국산차는 이 논리가 맞을까? 쏘나타의 무옵션 차량은 2000만 원대다. 따라서 개정안의 1500만~3000만 원 구간에 들어가 세금이 준다. 그러나 편의사항과 안전사항 등 어느 정도 옵션 선택을 하면 금방 3000만 원이 넘는다. 이럴 경우 현행 자동차세와 비슷하거나 넘게 된다. 대표적 경차 모닝 역시 마찬가지다. 옵션을 선택하다 보면 1500만 원이 넘을 수 있다. 그러면 현행보다 두 배 더 많은 세금을 물게 된다. 따라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세금이 무서워 편의사항이나 안전사항의 옵션을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차량가액 기준의 자동차세는 ‘싼 차’를 타는 서민을 위한 것도 ‘비싼 차’를 타는 사람들을 위한 것도 아닌 세금을 더 많이 걷겠다는 정부의 의도로 보일 수도 있다.
‘배기량’ 기준의 자동차세는 시대에 맞지 않은 낡은 기준이라는 것에 대부분 사람들이 합의한다. 그런데 그 합의의 대안이 차량가액이라는 데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차량가액에 대한 세금은 신차 구입 시 이미 한번 이뤄진다. 구매 단계에서 이뤄지는 소비세, 등록 과정에서 내는 취득세가 바로 그것이다.
고가의 수입차 경우 자동차세 개정안을 적용하면 세금이 상당히 늘어난다. 사진은 BMW 5 시리즈.
그런데 보유에 따라 매기는 자동차세도 차량가액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은 다소 억지스러운 논리다. 자동차를 집과 같은 재산세 성격으로 보는 듯하다. 자동차는 날이 가면 갈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소비재다. 차에 재산세를 부과하려는 것은 낡은 논리일 뿐이다. 요즘 자동차세는 도로 손상 부담금적 성격, 환경오염 부담금적인 성격 등으로 보아야 할 듯하다.
자동차를 타면 유류세를 또 낸다. 유류세는 자동차 운행에 따른 환경 오염과 교통난 등을 반영한 사회 부담금 성격이 강하다. 지난해 걷힌 자동차 관련 세금은 총 37조 원이다. 이 가운데 62%에 해당하는 23조 원은 유류세였다.
자동차세 과세기준을 바꾸는 데 완벽한 기준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세금을 왜 부과하는지 목적은 분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세금이 더 필요하면 그 세금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밝히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정책 목표 역시 분명해야 한다. 이를테면 이번 개정안에 등장하는 ‘다운사이징’된 차량의 불공정 세금은 문제 삼을 것이 못된다. 오히려 오염물질 배출을 줄인 자동차 회사에 박수를 보내야 할 것이다. 물론 이것을 가능하게 한 EU의 강력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정책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국내에서도 EU와 같은 움직임이 있었다. 탄소배출량이 많은 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세금을 더 거둬, 탄소배출량이 적은 차를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돌려주자는 프랑스의 자동차 세금 제도를 본뜬 ‘저탄소협력금 제도’를 시행하려고 했다. 차량가액이나 배기량과는 무관한 조세안이다. 하지만 이 제도 시행은 2021년으로 미뤄졌다. 여러 논리와 핑계들이 난무했지만 핵심은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편 차량가액 기준 자동차세 부과 방안이 한·미 FTA와 한·EU FTA의 규정에 위반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대한민국은 차종간 세율의 차이를 확대하기 위하여 차량 배기량에 기초한 새로운 조세를 채택하거나 기존의 조세를 수정할 수 없다”는 ‘기존 조세의 수정 금지’ 규정에 위배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정수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