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숙려기간 끝에 합의이혼을 발표한 김구라. 아들 양육권과 아내의 채무상환은 스스로 감당하기로 했다.
김구라는 지난 8월 25일 오후 소속사 라인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법원이 정해준 숙려기간을 거친 끝에 이날 “아내와 합의이혼을 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이혼을 결정하기까지의 과정을 비교적 상세하게 밝혔다. 연예인이 이혼을 할 경우 보통 소속사가 입장을 알리는 방식과 달리, 김구라는 직접 쓴 글로 심경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 글에서 김구라는 “집안의 문제가 불거진 지난 2년 4개월간 한동안 많이 싸웠다”며 “하지만 날선 다툼이 계속 될수록 정말 서로에게 더 큰 상처가 됐다”고 했다. “법원에서 상담도 받고 작년엔 약 3개월간 별거의 시간도 가져보았다”는 그는 “이런 일련의 일들과 대화를 통해 어느 정도 감정의 냉정을 찾았고, 결국 서로의 좁혀지지 않는 다름을 인정하며 부부의 인연을 마무리하고 (아들)동현이의 부모로서 최선을 다하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예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구라가 이혼을 결심하기까지 모친의 의견과 견해가 상당 부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점은 김구라 역시 인정했다. 그와 더불어 아들의 존재도 영향을 미쳤다. 김구라는 그동안 아들 동현 군과 자주 TV에 출연해 유명세를 얻었다. 최근 ‘MC그리’라는 예명을 갖고 힙합 가수로 활동하는 동현 군을 향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여 호감을 얻기도 했다.
<마리텔>에 출연한 김구라가 아내의 빚 17억원을 유머의 소재로 사용해 아들 동현 군과 얘기하고 있다.
김구라의 이혼 발표를 둘러싸고 가장 눈길을 끄는 내용은 “아내의 채무는 끝까지 제가 마무리 짓도록 하겠다”는 발언이다. 그 채무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관계자들에 따르면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혼 전문 변호사들은 김구라의 선택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꺼내고 있다. 이인철 변호사는 한 방송에 출연해 “합의 이혼하는 부부 가운데 한 사람에게 채무가 있을 경우 상대방의 채무를 자발적으로 인수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상대에 대한 배려가 아직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구라의 가정사가 처음 외부로 알려진 건 지난해 12월이다. 당시 김구라는 예정된 MBC 예능 프로그램 <세바퀴> 녹화에 돌연 불참한 뒤 갑작스럽게 병원에 입원하면서 가정 문제가 외부로 드러났다. 평소 공황장애를 앓고 있던 그는 병원에서 스트레스와 불면증에 따른 피로 누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일주일여 동안의 치료를 받고 퇴원한 그는 곧바로 출연하고 있던 고정 프로그램에 참여했지만 그 사이 증권가 정보지 등을 통해 김구라의 아내가 17억 원의 빚을 진 상태라는 사실이 낱낱이 알려졌다.
김구라는 이후 몇몇 방송을 통해 자신의 가정사를 어렵지 않게 꺼냈다. 진행을 맡고 있는 MBC <라디오스타>에서는 몇 차례 유머의 소재로 쓰기도 했다.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자신의 개인사를 감추려고만 하지 않는 대신 툭 터놓고 대화하는 그의 모습은 오히려 시청자의 호감을 얻었다.
지난 4월 SBS 토크쇼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했을 때는 아내의 채무에 대해서 비교적 구체적으로 솔직하게 밝혀 눈길을 끌었다. 방송에서 그는 ‘17억 원 채무’의 원인은 아내의 빚보증으로 시작됐다고 고백했다.
김구라는 “2010년도에 처형이 갑자기 잠적을 한 후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그 여파로 “아내가 대신 돈을 빌려 5억~6억 원의 빚이 생겼다. 양호할 때는 이자가 3부로 시작하지만 심하면 5부, 7부까지 간다. 그렇게 되면 1년이 지나 1억 원에 8000만 원의 이자가 붙고, 2010년에 5억 원이었으면 1년 후에는 6억, 2013년에는 9억 원까지 갔다”고 설명했다.
아내 탓만 하지 않았다. 가정의 문제를 미리 눈치 채지 못한 점을 반성하기도 했다. 그는 “집사람이 잘못된 판단을 했다. 내가 먼저 알았다면 욕을 먹고 그 상황을 막을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여러 사람에게 돈을 꾸고 메우기 시작했다”며 “사업하는 사람에겐 크지 않은 액수일 수 있지만 가정주부가 17억 원 보증 빚을 졌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라고 속내를 털어놓아 안타까움을 샀다.
김구라의 이혼은 여느 스타들과는 조금 다른 반응을 얻고 있다. 가정 문제로 고통을 받아온 과정이 비교적 널리 알려진 데다, 이혼을 결정한 뒤에 쓴 편지로 인해 ‘동정론’을 얻는 분위기가 압도적이다. 하지만 반대 여론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특히 일반인인 김구라의 아내에 대한 여론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몇 차례 방송의 소재로 쓰이며 채무 사실이 반복적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악성 댓글 피해 등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