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의 ‘반문’ 행보가 신당 움직임에 힘을 싣게 될지 주목되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안 의원은 “야당이 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기 힘들다. 2017년 정권 교체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야당이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4·29 선거의 참담한 패배에 따라서 혁신위원회를 통해 당은 변화를 보여줬어야만 했는데 혁신안에 대해 국민의 관심과 공감대는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안 의원은 문재인 대표 체제와 당 혁신위원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가한 후 야당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한 제언도 했다. 안 의원은 “당의 일대 변화와 쇄신을 가져올 수 있는 정풍운동이나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야당 바로세우기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면서 낡은 진보 청산, 부패척결, 새로운 인재 영입을 강조했다.
또 안 의원은 “지금 당의 혁신이 제대로 된 혁신인지 국민께 의견을 공개적으로 물어야 한다”며 “지금 당의 결정과 행보가 과연 국민의 뜻에 부합하는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행보가 국민의 뜻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현 지도부 퇴진과 함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세력으로의 교체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안 의원의 이 같은 작심발언은 최근 문재인 지도부 때리기에 나서며 야권 신당 필요성에 불을 때는 당내 비주류 인사들과 맥을 같이 한다.
지난 9월 1일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안 의원의 공정성장론 좌담회 축사에서 “그동안 지난 재보선 패배 이후 당 지도부와 혁신위원회가 많은 애를 쓰긴 했습니다만, 그 성과가 국민들의 희망을 자아내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한 것 같다”며 “더 큰 변화와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신당 창당 필요성을 시사했다.
하루 간격으로 이어진 두 사람의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선 신당에 대한 모종의 교감이 오간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안 의원이 중대선거구제 도입 필요성을 언급한 배경에도 신당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이란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뜬금없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안 의원은 양당 구도를 불러오는 소선거구제의 변화를 꾀할 경우 분당이든 신당이든 다당제 구도를 꾀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들 수 있다는 셈법으로 이 같은 발언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새정치민주연합 현 지도부의 한계와 양당제 폐해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임으로써 신당행(行)으로의 길을 열어두려는 의도로 읽힌다. 앞서 당의 재보선 지원과 국가정보원 카카오톡 해킹 사건의 당 특별위원회 활동 등으로 당을 위해 ‘할 만큼 했다’는 판단과 더불어 야권 신당 움직임이 가시화될 때를 대비해 운신의 폭을 넓히는 차원이다.
그러나 안 의원이 신당 움직임에 동참해야 할지에 대해선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고 한다. 현재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신당 창당 움직임이 정권교체에 대한 야권 지지자들의 기대를 넘어설 수 있느냐도 문제다.
안 의원 최측근은 “안 의원은 다른 사람들보다 탈당에 대한 명분이 더 많이 필요하다”며 “자칫하다간 정동영 고문같이 되는 건데 신당행이 쉽지 않다는 것은 안 의원 본인이 더 잘 안다”고 설명했다.
신당이 아니더라도 총선 정국이 본격화되기 이전에 당내 지분을 확고히 보장받기 위한 차원에서도 독자 행보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재 문재인 대표 체제에서 내년 총선 공천룰이 확정될 경우 당내 주류인 친노(친노무현) 세력에 밀려 공천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비노(비노무현) 진영에서 끊이지 않고 나오는 신당설의 근원적 동인이기도 한데 안 의원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른바 ‘안철수계’를 최대한 원내에 입성시키지 못하면 안 의원은 문 대표 밑에서 공천을 받아 재선하는 그저 그런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 끝날 수 있다는 두려움도 상당하다. 현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이 아닌 부산 지역으로 출마를 끊임없이 종용받고 있는 상황이라 안 의원 본인의 공천도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로 몰릴 수도 있다.
안 의원의 ‘반문(反文)’ 행보가 신당 움직임에 힘을 싣게 될지 주목되는 가운데 부정적인 전망도 적지 않다. 안 의원의 정치적 영향력이 현저히 줄어든 데다 야권 차기 주자들을 껴안으려는 문 대표와 대조를 이루며 자신의 정치적 생명력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김한길 전 대표 등 그를 신당으로 끌어들이려는 이들이 과연 안 의원의 정치적 미래를 보장해줄 것이냐는 의문도 상당하다.
야권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분석가는 “김한길이나 박영선 등 현재 안철수에게 우호적으로 보이는 이들이 동시에 손학규에게도 공을 들이고 있지 않느냐”며 “당을 깨고 신당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는 김한길 같은 사람은 늘 ‘스페어’를 손에 쥐고 움직이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김태은 머니투데이 the300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