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는 미친 짓이다.”
<잊혀질 권리, 나를 잊어주세요>의 저자 송명빈 씨가 한마디로 내린 결론이다. 송 씨는 한 통신사의 융합서비스개발부문 부장으로 일하며 ‘디지털 에이징’에 관한 특허를 15개 보유하고 있다. 최근 강원도에서 그의 특허를 갖고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2013년 미래창조과학부 창조경제박람회에서 최우수 아이디어로 선정되는 등 벤처업계에서 주목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송 씨는 “해외특허까지 내려면 수십억 원이 든다. 정말 좋은 아이디어가 있고, 이를 상용화하는 데 드는 비용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 뛰어들어야 하는 분야다”고 말했다.
지난 5월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특허청과 한국여성발명협회가 개최한 대한민국여성발명품박람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발열도시락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나는 특허로 평생 월급 받는다>를 쓴 허주일 후레시메이트 대표 역시 “특허를 내는 게 끝이 아니다”라고 힘주어 조언했다. 특허로 수익을 내려면 상품화에 이르거나, 특허가 필요한 기업에 팔거나 해야 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특허 등록을 했다고 하면 돈을 벌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허 대표는 “특허를 돈으로 만드는 게 포인트다. 특허 등록을 하는 건 시작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특허청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특허 출원건수는 11만 8164건이다. 지난해 21만여 건, 2013년 20만여 건이었다. 연말에 특허 출원이 몰리는 것을 감안하면 특허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늘고 있는 셈이다. 특허청 관계자는 “현 정부가 창조경제를 국가 시책으로 유지하면서 지적재산에 대한 혜택이 늘어 특허에 관한 관심도 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뛰어드는 사람은 많지만, 특허를 통해 돈을 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특허로 돈을 버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여러 이유로 특허권이 필요한 기업에 관련분야의 특허를 파는 법 △기업의 연구개발에 특허권을 활용해 참여하는 법 △특허상품을 직접 상용화하는 방법이다. 허주일 대표는 “갖고 있는 특허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특허에 뛰어드는 이들이 좋은 아이디어만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허 대표는 “결국 종착지는 직접사업화다. 아이디어로 특허를 내고, 생산공장을 마련해 수익까지 내는 길이 가장 확실하다. 하지만 이건 도박 같다. 성공 가능성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 송명빈 씨 역시 “최종 수익화는 발명인의 영역이 아닌 경영인의 영역이다. 제작, 마케팅, 회계관리까지 스스로 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고 경험담을 털어놨다.
‘특허의 달인’ 허주일 대표(왼쪽)와 송명빈 씨. 그리고 송 씨가 개발한 디지털 에이징 시스템.
허주일 대표와 송명빈 씨는 특허에 뛰어든 계기가 다르다. 끊임없이 사업을 해왔던 허 대표는 서너 개의 회사를 실패로 끝내고 특허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하고 싶은 사업 아이템은 많지만, 사업 실패로 자본금이 없으니 일단 특허를 내서 권리라도 확보해두자는 계산이었다. 허 대표는 “하루에 두세 건 출원한 날도 있었다.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간단히 적어두고, 이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습관처럼 한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100건 정도 특허 출원을 해 이 중 40여 건이 등록된 상태다.
반면 송 씨는 디지털 에이징 관련 기술 특허를 전문으로 한다. 디지털 에이징이란 온라인에 콘텐츠를 올릴 때 타이머를 설정해 해당 시점에 자동으로 게시물이 삭제되는 기능이다. 교사인 아내 이경아 씨가 과거 올린 댓글에 상처받는 제자들을 바라보며 떠올린 아이디어다. 세계 각국에 특허 등록을 진행하고 있고, 해당 특허로 지난해에만 적지 않은 수입을 벌어들였다.
이렇듯 관심을 갖는 분야는 다르지만 두 사람은 특허로 돈을 버는데도 희생이 필요했다고 입을 모았다. 허 대표는 “아내의 희생이 없었다면 어려웠다. 내가 까먹는 돈을 맞벌이를 하는 아내가 채워 넣었다. 특허 사업을 하겠다고 했을 때 아내도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지 않았다. 그만큼 막연한 분야였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좋은 특허를 내는 노하우는 무엇일까. 허 대표는 “특허에 관한 조언을 들고 오는 이들 중에는 고집이 센 분들이 많다. 남들에겐 필요 없는 상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별로 안 하는 것 같다”며 “특허를 낼 때는 ‘왜 이런 상품이 없었을까, 필요가 없는 건 아닐까, 만들기가 어려운 건 아닌가, 나한테만 필요한 건 아닌가’에 대한 답을 내린 후 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송 씨는 “디지털 에이징 시스템의 가치가 1조 원에 달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특허로 정말 그만큼의 돈을 벌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확실한 특허권 확보를 위해 수백만 원의 인지대, 수천만 원의 변리사 비용을 쓰고 있다”며 “또 투자자들은 단돈 1원도 손해보고 싶어 하지 않아 투자를 받으려면 담보물을 걸라고 한다”고 특허가 수익으로 돌아오는 데까지 녹록지 않은 현실을 전했다.
서윤심 기자 heart@ilyo.co.kr
셀프 특허출원 주목 “변리사비 200만원 아끼자” 특허 출원을 망설이게 되는 가장 첫 번째 이유는 아무래도 금전적인 부분이 아닐까. 기발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음에도 변리사에게 최소 200만 원의 의뢰비를 낸다고 생각하면 부담스러운 건 당연지사. 간단한 생활 아이디어라면 변리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출원하는 방법도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 특허출원료는 건당 6만 6000원이며, 심사청구료 14만 3000원을 따로 내야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아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중소기업은 출원료의 70%를 감면받을 수 있다. 또 만 19세 이상 30세 미만이거나, 65세 이상이면 50%를 감면받는다. 6~19세는 특허료가 아예 면제된다. 특허 출원 방식은 아이디어 상품의 도면을 그리고, 주어진 양식의 특허 명세서에 해당하는 항목을 채우면 된다. 특허청은 직접 출원이 가능하도록 전자출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상세한 개인정보를 채우고, 이 아이디어를 상용화했을 때의 효과, 도면의 설명, 구체적인 특허 청구의 범위 등을 꼼꼼히 작성하면 된다. 많은 이들이 도면 그리는 것을 어려워하지만,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특허정보 사이트 ‘키프리스’에 올라온 도면 중에는 그림판과 같은 간단한 도구로 그려진 것도 많다. 물론 관련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줄 안다면 활용하는 게 좋다. 특허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책도 나와 있으니 참조해봄직하다. [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