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명당’으로 소문 난 곳에만 구매자들이 몰리는 까닭에 복권 판매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스파’ 판매점.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전체 복권 판매액 가운데 온라인복권(로또)이 차지하는 비중은 90% 이상이다. 로또 판매액에 따라 복권 판매점 수익이 결정되는 셈이다. 복권 판매점은 로또 한 장을 팔 때마다 부가세를 포함해 판매 수수료 5.5%를 챙긴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정성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전국 점포당 평균 4억 5722만 원어치를 팔아 2286만 원가량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는 ‘평균’이라는 이름 아래 심각한 수익 양극화 현상을 숨기고 있다. 물론 2002년 로또를 처음 선보였을 때만 하더라도 전국 5197개 복권 판매점은 비슷한 매출을 기록했다. 이듬해 판매점이 9854개로 늘어나 정점을 찍을 때만 하더라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1등 당첨자의 복권 구입처가 화제가 되면서 새로운 트렌드가 생겼다. 1등 당첨자가 배출된 판매점은 ‘명당’이라는 이름을 달고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1%라도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장거리를 마다하고 ‘명당 판매점’을 찾는 사람이 늘어났다. 심지어 일부 판매점은 관광명소가 되기도 했다. 직접 판매점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은 정기적으로 우편 배달을 요청하기도 한다. 수년째 매출 상위 5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한 판매점 사장은 “여전히 하루 약 150~200통의 우편물을 전국 각지로 보내고 있다. 지난해는 세월호 여파로 매출이 조금 줄었지만 올해는 2013년보다 로또를 찾는 사람이 더 많다”고 말했다.
‘명당’이 하나둘씩 생겨날수록 자연스레 판매점 간 매출액 차이가 벌어졌다. 2012년 로또 판매점 중 가장 많은 매출(약 168억 원)을 기록한 곳은 그 수익만 8억 4376만 원에 달했다. 반면 수익이 가장 낮은 곳은 매출 590만 원으로 29만 원의 수익에 그쳤다. 대박은커녕 생계를 이어갈 수 없는 수준이다.
3차례 로또 1등 당첨자를 배출한 서울의 한 복권방 운영자는 “상위 20여 판매점을 제외하고는 월 150만 원 정도 수익으로 겨우 먹고사는 형편이다. 임대료, 인건비, 가게 운영비 등을 제하면 남는 게 없다. 그나마 우리는 인근 지역에서 매출이 좋은 편에 속하는데 다른 판매점은 사정이 어떨지 걱정될 정도다. 편의점, 매점 등 겸업을 하는 곳은 그래도 괜찮지만 순수 복권 판매점은 수익악화로 폐업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로또 판매점 수는 2003년 9854개로 정점을 찍은 후 해마다 줄어 지난해 5999개로 집계됐다. 약 40%가 폐업한 것이다. 판매인의 사망, 계약조건 위반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매출 부진이 폐업의 주요 원인이었다.
경기 양평군에서 복권방을 운영하다 폐업한 이 아무개 씨(54)는 “가게 주인과 임대료 문제를 협의하지 못해 결국 문을 닫았다. 주변에 대박을 터뜨린 판매점이 있었는데 그곳 매출을 듣고는 우리보고 임대료를 올려 달라고 요구했다. 임대료를 올려주면 적자라 점포 이전을 하고 싶었지만 돈도 없고 변경이 까다로워 결국 폐업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매년 폐업이 속출하고 있음에도 복권 판매점 인기는 여전하다. 지난해 10월 나눔로또는 11년 만에 신규 판매점 모집을 공고해 총 512명을 선발했다. 전국 평균 11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구 달서구에서는 경쟁률이 1131 대 1까지 치솟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나눔로또 측은 “신규 판매점 개점을 통해 그동안 복권 구매에 불편을 겪었던 국민들에게 편의성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또 판매점주로 선정된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독립유공자 등 취약계층의 경제적 자립의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판매점 확대에 따른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복권총판 관계자는 “냉정하게 말하면 신청 자격을 갖춘 사람들 가운데 좋은 자리에 가게를 낼 형편이 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일부 상위 매출 점포를 제외한 나머지 판매점은 더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할 형편”이라며 “벌써부터 신규 로또 판매권이 불법으로 거래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리고 있다. 신규 판매점을 모집하기 전 기존 판매점의 심각한 매출 불균형에 대한 해결책 마련이 먼저가 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통계로 보는 로또 명당 1등 26회 ‘최다’ 나눔로또로 사업자가 변경된 262회차 이후 현재(665회)까지 통계를 살펴보면 부산 동구 범일동에 위치한 ‘부일카서비스’가 총 26회로 1등 당첨자 최대 배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2위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스파’ 판매점으로 총 22차례 1등 당첨자가 나왔다. 22차례 1등 당첨자가 나온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스파’ 판매점. 나눔로또로 변경되기 전까지 합치면 총 29회 1등을 배출했다. 하지만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은 “로또 1등 당첨 횟수가 많은 판매점이 1등 당첨 확률이 높다는 건 편견일 뿐”이라며 로또 판매액 대비 1등 당첨 확률이 가장 높은 판매점은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바이더웨이 녹번중앙점’이라고 밝혔다. 7월 30일 기획재정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바이더웨이(현 세븐일레븐) 녹번중앙점’은 지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7년 동안 24억 2392만 원의 판매액을 올리는 동안 총 5번의 1등 당첨을 기록했다. 1등 당첨을 위한 평균 최소 구매금액이 4억 8478만 원으로 판매액 1등 당첨 확률이 가장 높은 판매점이다. 2위는 경기 용인시 처인구 김량장동 ‘로또복권방’이 7년간 매출액 40억 1452만 원에 1등 당첨 5회로 최소 구매액 8억 290만 원이었다. 이밖에 강원 원주시 ‘황금로또’가 최소 구매액 12억 7880만 원,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역 상행선가판대’가 18억 5716만 원, 서울 영등포구 ‘버스 판매소’가 19억 2475만 원 순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이노근 의원은 “기재부는 로또 이용자에게 판매점 매출 등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 투명한 복권제도가 운영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