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정부는 북한의 지뢰 도발로 일촉즉발 위기에 놓이자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중앙정부와 전 자치단체 등에 비상근무 체제 돌입 복무지침을 내렸다. 이런 내용은 행정지원과 계장이 과장에게, 과장은 국장에게 보고했지만 국장은 부시장에게만 보고하고 시장에게는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뒤늦게 알게 된 박 시장은 직원들의 보고 누락을 문제 삼아 안전행정국 산하 6급 이상 간부 50여 명이 참석한 주말 비상회의를 전격 소집했다. 박 시장은 이날 비상회의에서 최근 승진한 안전행정국장에게 “지금도 과장인 줄 아느냐”며 강하게 질타한데 이어 “국장이 보고 안하면 과장이 하든지 과장도 안하면 계장X이라도 해야 하지 않느냐”고 막말을 퍼부었다고 동석한 공무원들은 전했다.
박 시장의 거친 말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그는 즉석에서 보고 누락의 책임을 물어 보고라인 간부들에 대한 감찰을 지시하는 등 공개적인 모멸감까지 안겨주는 발언을 서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시청 내에선 “박 시장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 “간부공무원까지 이렇게 업신여기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익산시 공무원노조도 이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공무원노조는 2일 노조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박 시장이 공식 회의석상에서 ‘계장X’ ‘당신’과 같은 모욕적인 단어를 내뱉은 모습에 공직자들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며 “박 시장의 망언에 참으로 비통하고 비참할 뿐”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노조는 이어 “박 시장이 공직자들을 동반자가 아닌 하수인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며 “망동을 멈추지 않는다면 박 시장이 벌인 망동의 사례를 취합해 공개하는 등 강력한 투쟁으로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익산시 한 관계자는 “시장에게 보고를 누락한 공무원에 대한 지휘책임을 묻는 건 당연하다”면서 “그 과정에서 일부 과한 표현이 있을 수 있지만 너무 부정적 시선으로만 바라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날 일은 모두 마무리됐다”고 해명했다.
박 시장은 27년간 시장과 국회의원 선거에 11번 출마해서 모두 고배를 마신 끝에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12수 끝에 당선돼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심과 2심에서 각각 벌금 500만 원을 선고 받고 대법원 최종판결을 앞두고 있다. 대법원에서도 500만 원 벌금형이 확정될 경우 박 시장은 시장직을 잃게 된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