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실러가 8월 30일 열린 제2회 아시아챌린지컵에서 우승했다. 결승선을 통과하기 직전 우승 세리머니를 하는 이찬호 기수. 사진제공=한국마사회
애초 우승후보는 지난해 우승마인 싱가포르의 경주마 엘파드리노였다. 일본에서도 코교더글러스와 타이세이레전드를 출전시켰지만 전성기가 지난 노장마라 위협적인 존재로 부각되진 못했다. 오히려 싱가포르의 해피머니II와 베일볼이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준우승마인 원더볼트는 최근의 하향세 탓인지 인기도에서 많이 밀렸다. 국내 경주마 중에서는 최강실러가 단연 주목을 받았다. 국내에서 단거리 최강자로 군림하던 와츠빌리지와 대등한 경주를 할 만큼 성장한 데다 아직도 성장기에 있기 때문이었다. 복승식 최저배당을 형성할 만큼 국내팬들의 베팅이 집중됐다. 그렇지만 단승식 배당은 엘파드리노(2.8배)가 최강실러(3.5배)를 제법 앞질렀다.
경주는 초반부터 불꽃을 튀었다. 기선을 제압한 마필은 서울 대표마인 천구였다. 부경의 대표마 슈퍼강자도 발빠르게 치고나왔지만 천구는 게이트 이점을 안고 강하게 밀어붙였고, 줄곧 머리를 먼저 내밀고 뛰면서 슈퍼강자에게 선행을 양보하지 않았다. 5번 최강실러는 초반 한때 선행마들과 머리를 나란히 했지만 이내 선입으로 돌아서 2선을 고수하면서 뛰었고, 2번 엘파드리노는 출발을 잘하고 잘 따라붙는가 싶었는데 레이스가 너무 빠르다고 생각했는지 적극적인 선두경쟁을 피하고 살짝 페이스를 늦추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것이 결정적인 패인으로 보였다.
4번과 8번을 앞세우고 5번 최강실러가 한치의 오차도 없는 최적의 선입작전으로 3코너, 4코너를 돌았고 9번 갑오명운이 그 뒤를 따랐다. 힘 안배를 했던 엘파드리노는 제법 처진 상태에서 6위로 3, 4코너를 돌았다.
이후 결승선에서 최강실러는 얼마 안가서 8번 슈퍼강자를 넘어섰고, 곧바로 4번 천구마저 따돌리면서 결승선을 향해 막판 스퍼트를 했다. 한발 늦게 결승선에 진입한 엘파드리노가 최강실러를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지만 거리를 좁히는 데 그치며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차베스 기수의 초반 판단이 두고두고 아쉬운 상황이 돼버렸다.
그런데 경주가 끝나고 데이터를 확인해보니 차베스 기수의 판단은 정확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3코너 통과타임은 23.3으로 과거 와츠빌리지가 세운 기록보다 0.3초 더 빨랐고, 4코너 통과타임과 과거 플라이톱퀸이 세운 기록보다 0.5초 더 빨랐다. 그만큼 초반 레이스가 빨랐고 앞선이 무리한 질주로 분석됐다. 그런데 종반에 무뎌질 것 같았던 앞선의 마필들이 의외로 걸음이 더 나오면서 추격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차베스 기수의 판단은 정확했지만 최강실러가 예상을 깨고 더 뛰어버린 것이다. 이찬호 기수와 최강실러에게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낸다.
한편 일본의 경주마 코교더글라스는 막판에 추격전을 전개했지만 인상적인 걸음을 보여주지 못하고 5위를 했고, 동반출주했던 타이세이레전드도 9위에 그쳤다. 복승식 배당판에서 한 축을 형성했을 만큼 인기를 끌었던 해피머니II는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10위를 했고, 복병으로 주목받았던 베일볼은 8위에 그쳤다. 국내산마 중에서 실질적인 최강마로 재기가 기대됐던 원더볼트는 순발력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7위까지 오르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번 경주에서도 입증됐지만 단거리 최강마들의 경주에선 중후미 추입작전은 독약이 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 1군 강자들의 단거리 경주에서 경마팬들이 꼭 참고해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 앞선에서 뛰는 말과 2선에서 꽃자리를 차지하는 말이 너무도 유리하다.
김시용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