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한밤의 TV연예>와의 인터뷰에서 피해 여성의 남편은 “조용히 넘어가고 싶었다. 아내가 많이 불안한 상태이며 저 또한 그렇다”며 “처음 동영상을 봤을 땐 ‘이혼을 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아내를 지키지 않으면 누가 지켜줄까 싶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신혼부부다. 피해 여성은 결혼 전 과거 연인과 문제의 동영상을 촬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동영상 속 대화 내용을 놓고 볼 때 남녀의 합의 하에 촬영된 셀카가 아닌 남성의 일방적 ‘몰카’일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일반인 몰카가 다른 일반인 몰카와 가장 다른 점은 등장인물이다. 물론 두 사람 모두 유명인이 아닌 일반인으로 알려졌다. 4분가량의 짧은 러닝타임에 화질도 뚜렷하지 않다. 이로 인해 동영상 속 남녀가 누군지가 드러나지 않고 큰 관심도 받지 못하고 조용히 사라질 수도 있는 몰카였다. 그런데 이 부분이 오히려 화가 됐다. 불분명한 화질로 인해 몰카 속 남성이 개리라는 오해를 산 것. 분명 닮긴 했지만 개리는 아니었다. 화질이 분명했다면 쉽게 구분이 됐을 텐데 화질이 좋지 못해 오해를 부른 것. 이로 인해 ‘개리 동영상’이라는 이름이 붙으며 요즘 온라인에 나돌고 있는 수백 편, 아니 수천 편의 일반인 성관계 동영상 가운데 가장 많은 관심을 받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는 곧 피해자의 심각한 사생활 침해로 이어졌다.
이처럼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해당 몰카를 보면서 관심이 뜨거워졌고 조용히 넘어가고 싶었던 피해 여성과 남편은 결국 법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됐다. 피해 여성은 현재 많이 불안한 상태라고 알려졌는데 이만큼 엄청난 사생활 침해를 당한 여성이라면 누구나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요즘 온라인에는 이런 일반인 성관계 동영상이 넘쳐난다. 몰카 형식도 있지만 요즘엔 셀카 형식이 더 많다. 굳이 별도의 장비가 없어도 스마트폰으로 촬영이 가능한 데다 화질도 좋다. 연인들 사이에 이런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하는 게 유행이라고 하는데 실제 그렇게 유출된 일반인 성관계 동영상 가운데에는 여성이 촬영을 요구하고 더 주도하는 경우도 많다. 촬영 당시엔 사랑의 추억이었겠지만 유출된 뒤에는 엄청난 사생활 침해가 뒤따른다. 휴대폰 분실 등 파일 보관 미숙 때문인지 결별 이후의 복수심 때문인지 이미 온라인에는 수천여 개에 이르는 일반인 성관계 동영상이 유포돼 있다.
제목부터 일반인 피해자의 신상이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들도 많다. ‘○○ 사는 ○○○’ 등 거주지와 이름이 명시돼 있는 것부터 ‘○○○○ 근무하는 ○○○’이라고 업체와 실명이 등장하는 파일도 있다. 제목은 평범하지만 대화 내용을 들어보면 어느 지역에 살거나 어떤 직장을 다니는지 등을 유추할 수 있는 경우도 흔하다. 일반인인 터라 연예인처럼 전 국민이 알게 되는 상황까진 아니지만 주위에선 누군지 알아볼 수 있는 상황이라 사생활 침해 수준은 훨씬 심각하다. 다만 이번 ‘개리 동영상’ 몰카의 피해자는 유명인이 아님에도 전 국민의 관심을 받는 심각한 사생활 침해에 노출되고 말았다.
성인 콘텐츠 업계에선 수사 당국의 분발을 촉구하고 있다. 한 성인 콘텐츠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아무래도 합법적으로 성인 콘텐츠를 제작해서 수익을 내려 하는 우리 입장에선 불법 성인 콘텐츠가 가장 큰 적일 수밖에 없다. 과거엔 외국 포르노와 일본 AV가 불법으로 유통되는 게 가장 심각했지만 요즘엔 일반인 성관계 동영상이 성인 콘텐츠 시장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다. 수사 당국이 아청법(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 이후 미성년자 관련 성인 콘텐츠에 수사력을 집중하는 사이 일반인 성관계 동영상이 급증했다. 미성년자 성범죄를 막기 위한 아청법도 중요하지만 일반인 성관계 동영상은 피해자 개개인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다. 이젠 너무나 손쉽게 그런 일반인 성관계 동영상을 구할 수 있는 상황이 됐는데, 그 얘긴 관련 수사도 쉽게 진행할 수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개리 동영상 파문을 계기로 수사 당국의 적극적인 관심과 수사가 절실하다.”
물론 이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피해자의 신고 등 적극적인 자세다. 이번 개리 동영상 파문에선 동영상에 등장하는 남녀가 모두 법적 조치에 돌입했다. 그렇지만 대다수 피해자들은 “조용히 넘어가고 싶다”며 엄청난 사생활 침해의 피해를 감내하고 있다. 그렇지만 성인 콘텐츠 업계는 수사 당국이 충분히 일반인 동영상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얘기한다. 피해자 개개인의 신고로 해당 동영상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대신 동영상 유포 자체를 막으면 된다는 것. 어차피 해당 동영상들은 모두 불법 콘텐츠다. 불법 성인 콘텐츠를 유포하고 공유하는 행위 자체가 불법이니 이런 쪽으로 수사력을 모은다면 요즘처럼 너무나 손쉽게 일반인 성관계 동영상이 유출돼 온라인에 유포되고 SNS에 공유되는 상황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성인 콘텐츠 업계의 설명이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