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주신 씨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한 서울시의 강경 대응은 일부 보수 세력과 커뮤니티를 통해 제기되던 의혹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아래 사진은 MBC 뉴스데스크 해당 리포트 캡처. 사진제공=서울시
이 같은 서울시의 강경 대응은 일부 보수 세력과 커뮤니티를 통해 제기되던 의혹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공중파인 MBC 보도의 경우 기존과 달리 파급력이 크다고 본 것이다. MBC는 해당 보도에서 주신 씨 병역의혹을 제기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돼 재판 중인 양승오 박사 등 피고인 주장을 그대로 전한 측면이 있지만 내용 자체는 이미 다른 매체를 통해 반복되고 있던 차였다.
때문에 피고인들은 서울시 브리핑 자체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피고인 측은 “지난해 서울시 국정감사 당시에는 개인사로 일축하며 무대응하던 박원순 시장이 재검증 여론이 무르익자 법적 제재로 언론을 압박하며 막강한 서울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는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나선 것 역시 ‘월권’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브리핑에서 임종석 부시장은 지난 7월 울산지방법원에서 ‘박주신 병역비리’ 관련 허위사실 유포로 이미 유죄 판결이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피고인 측은 이 역시 맥락을 잘라먹은 설명이라고 반박한다. 서울시가 언급한 인물은 보수 활동가로 알려진 강 아무개 씨로, 강 씨는 박 시장 이외에도 정몽준 전 의원과 인터넷 매체 기자 등 여러 건에 대한 고소·고발이 병합된 것을 재판부가 유죄로 판단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해당 건은 부산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
피고인들 역시 ‘일방통행’은 매한가지다. 지난 6월 설립된 의료혁신투쟁위원회(의혁투)는 최근 아시아근골격학회로부터 주신 씨의 방사선 사진들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얻었다며 자료를 배포했다. 해당 자료를 통해 한 인터넷 매체는 “해외 석학도 ‘동일인이 아니다’라는 소견을 내놨다”라고 보도해 순식간에 이목을 끌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아시아근골격회는 양승오 박사가 조직위원장과 회장을 임한 단체여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의견 제시가 가능한지에 대하여 의문이 있다”고 반박했다. 현재 피고인들이 재판부의 감정신청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타당한 지적으로 보인다.
또한 서울시는 “단체의 사무총장인 ‘우토모’라는 사람은 이메일 회신에서 ‘동일인으로 확인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동일인물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라고 대답했지만 이 부분은 거론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대집 의혁투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무총장의 답변은 전체적으로 엑스레이 상 차이점이 있음을 일관되게 지적하고 있다. 다만 공식 학회나 개인 의료인 입장에서 100% 동일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인 것”이라면서 “‘동일인 아니다’라는 보도는 언론이 보도하는 과정에서 해석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 대표는 “주신 씨 사건은 재검을 통해 국내 안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정치적 사안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주신 씨의 재검증을 통해 사회가 투명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라고 강변했다.
결국 박원순 시장과 피고인 측 모두 불리한 것은 감추고 유리한 것은 드러내는 식으로 사건을 끌고 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실제 한 피고인은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재판이 봉숭아학당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 상태로는 박주신을 법정에 부를 수 없을 것”이라고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재판 진행 중에 일부 피고인이 합심해 추가 고발을 진행한 것 역시 현재 사건 심리를 맡은 재판부 입장에서 안 좋게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피고인들 주장대로 주신 씨의 병역의혹이 ‘비정치적 사안’인지도 의문이다. 피고인 측은 서울시 브리핑 이후 “서울시가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병역법 위반 무혐의 처분’은 채동욱 검찰총장 시절 내린 판단으로 지금은 양상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검찰이 이미 박 시장 아들 병역비리는 무혐의로 처리해놓고도 이번에 보수 단체의 고발을 받아 수사에 착수한 것은 권력 차원의 기획된 저의도 보인다”고 맞받았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주신 씨 병역의혹을 국회 차원에서 쟁점화하는 것을 재보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한 초선 의원은 “아직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드러내놓고 동조하기엔 어렵다. 재검증해서 같은 결론이 나왔을 때 생길 후폭풍에 대해서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라면서도 “공직자이자 유력 대권주자인 박 시장이 아들에 대한 재검증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언제까지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