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돌쇠의 두 여동생이 도망을 쳤다. 돌쇠가 도망한 것을 두고 그 고을의 양반 원로들이 그의 두 여동생에게 대신 죄를 물은 것. 그 결과 23살과 15살인 돌쇠의 두 여동생에게는 윤간형, 그러니까 마을 남성들에게 집단 강간을 당하도록 하는 처벌이 가해졌다. 뿐만 아니다. 옷을 모두 벗어 발가벗은 채 고을을 걸어 다니며 행진하는 부가 처벌까지 내려졌다. 이야기가 이 정도로 발전하면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조선시대에도 이런 일까진 없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그것도 조선시대와 같은 수 백 년 전이 아닌 바로 요즘,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벌어진 깃이다.
<데일리 메일> 홈페이지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은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의 산크로트 마을 평의회의 판결을 보도했다. 신분제인 인도의 카스트 제도가 이번 사건의 뿌리가 됐다. 인도 카스트 제도에서 최하위 계급 달리트(불가촉천민)인 한 남성이 지난 3월 상위 계급인 자트(농민) 여성과 사랑에 빠져 도망을 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자트인 여성이 같은 계급의 남성과 결혼을 강요받는 상황이 되자 달리트인 남성이 그 여성과 함께 도망을 친 것이다.
이에 마을 평의회는 해당 사건에 대해 논의했고 결국 평결을 내놨다. 피고는 엉뚱하게 도망간 남성이 아닌 그의 두 여동생이었다. 말 그대로 연좌제다. 이로 인해 23살의 미나크시 쿠마리와 이제 고작 15살인 그의 여동생은 윤간형과 나체 행진 명령을 받았다.
범죄를 저지른 남성을 대신해 그 가족이 망신을 당해야 한다는 게 윤간형과 나체 행진 명령을 내린 근거다. 이로 인해 23살과 15살의 어린 자매는 동네 남성들에게 집단 강간을 당하고 벌거벗은 채 마을을 행진까지 해야 하는 기막힌 상황에 내몰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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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두 자매는 마을을 떠나 수도 델리로 도망을 쳤고 인도 대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들 자매의 탄원서는 인권운동단체 국제앰네스티를 통해 전세계로 알려졌고 현재 세계적인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인도의 마을 평의회는 인도 전역 대부분의 지역에서 지금도 유지되고 있는 제도다. 자트 계급의 노인 남성들이 마을의 재판을 담당하는 오랜 제도로 이번에 문제가 된 ‘윤간형’은 물론이고 ‘보복 강간’ ‘명예 살인’ 등의 엽기적인 평결을 내놓곤 한다. 인도 대법원은 이런 마을 평의회의 재판을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카스트 제도의 뿌리가 깊은 인도에선 여전히 인도 전역에서 계속되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