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승우 의원실 제공
지난 구제역 파동으로 전국에 조성된 가축매몰지는 4,799개소, 이중 침출수 유출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관측정은 1,648개로 총 매몰지 중 70%에 이르는 3,151개의 매몰지는 침출수가 유출되었는지조차 전혀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다.
관측정이 설치된 매몰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관측정이 구제역 사태 당시, 지하수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관측정이 지하수 흐름의 하류 방향에 설치되어야 제대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간 침출수 유출은 없다고 한 환경부 발표는 결국 엉터리 관측정에서 나온 결론이었던 것이다.
특히 「가축전염병 예방법」 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가축매몰지에 대한 유지 및 보수의 책임이 있다. 또한 동법 제52조의2의2항에서 농식품부 장관은 관계 행정기관과 지자체 등에 방역 검역 조치 및 사후관리에 필요한 정보를 요청하도록 되어 있다. 유승우 의원은 해당 법률에 따라 농식품부가 발송한 요청공문내역을 요구하자, 농식품부는 그간 단 한 차례도 환경부나 국립환경과학원 등에 매몰지 침출수와 관련한 문제를 제기하거나 세부 자료를 요청한 적이 없었다고 실토했다.
가축매몰지가 방치되고 있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가축 사체 또는 물건을 매몰한 토지는 3년 이내에 발굴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고, 지자체장이 주변환경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 2년의 범위에서 기간을 연장하도록 되어있다. 가출매몰지는 최대 5년간 토지로 재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외 학술자료 및 감사원 지적에 따르면 가축사체 1구가 완전히 분해되는 데는 10-12년이 걸린다. 감사원에서도 3년이 지난 가축사체가 원형 그대로 유지되는 등 사축사체가 썩지 않는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발표한 바 있다.
유승우 의원이 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발굴 등의 금지기간 3년이 지나자마자 토지소유자들은 가축사체의 분해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매몰지 평탄화 작업을 진행해 재활용하고 있었다. 썩지도 않은 가축사체 위에서 기른 농작물들이 우리 식탁위에 놓이고 있는 것이다.
유승우 의원은 “우리 국토와 국민 건강이 위협받고 있음에도 정부는 덮어놓고 넘어가려고만 하고 있다”며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시켜 책임을 묻고, 특단의 대책을 세우도록 하겠다. 더불어 현재 계류되어 있는 가축전염병예방법 일부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지난 2월 발의된 가축전염병예방법 일부개정안(유승우 의원 대표발의)은 현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다.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매몰지 발굴 금지 기간의 연장기준을 주변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농식품부와 환경부가 공동으로 정하여 고시하도록 함으로써 발굴금지 기간의 연장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