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쿠르트 “한속단의 부작용이 아닌, 복합물질 HT042의 효능에 주목해야 해”
-식약처 “건강에 도움 준다고 판단되면 기능성 인정”...주원료 HT042 검증 절차 허술
[일요신문] 한 병에 5000원이라는 가격에도 어린이 키 성장에 도움을 준다는 이유로 한국야쿠르트에서 출시한 ‘키성장솔루션 업’이 아이 부모들 사이에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 제품에 대한 효능 및 성분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에 따른 과대광고 논란도 증폭되고 있다.
사진=한국야쿠르트의 어린이 키성장 건강기능식품 ‘키성장솔루션 업’. (제공=한국야쿠르트)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4월 어린이 키 성장에 도움을 주는 건강기능식품 ‘키성장솔루션 업’을 출시했다. 출시 초기 식품의약안전처로부터 최초 인증을 받은 제품이라는 광고로 소비자들, 특히 아이의 성장을 걱정하는 부모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이러한 인기를 반영하듯 한 병에 5000원이라는 다소 부담되는 가격에도 출시 3일 만에 2만 명이 넘는 고객들이 이 제품을 신청했고, 하루 평균 1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키성장솔루션 업’ 제품의 효능과 성분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 측은 키성장솔루션 업의 주원료로 식약처로부터 기능성을 인정받은 천연한방소재 ‘황기추출물등복합물(HT042)’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HT042의 주성분은 황기, 한속단, 가시오갈피 등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원료 중에 ‘한속단’이 구설에 오르고 있다. 속단은 한약재 원료로 쓰이기도 한다. 중국 사천 지방이 원산지인 ‘천속단’과 국내에서도 자라는 ‘한속단’ 두 종류가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다.
이번에 한국야쿠르트의 키성장솔루션 업 제품에는 한속단이 사용됐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식약처의 식품원재료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한속단은 독성이 약간 있다고 기록돼 있으므로 복용량을 준수하고, 임산부는 복용을 금한다고 적혀 있다.
또한 일부 한의사들은 한속단의 경우 몸에 열을 떨어뜨리는 약이며, 한의학적으로 보면 ‘해열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도 한속단에 관한 연구가 깊게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장기 복용은 주의해야 한다고 경계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야쿠르트 측은 원재료 한속단만을 두고 문제 삼기보다는, 복학성분물질 HT042의 효능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외부에서 한속단의 부작용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의구심은 한속단 약재만을 따로 봤을 때의 주의점일 뿐이다”라며 “키성장솔루션 업의 주원료는 복합물질 HT042다. 황기, 한속단, 가시오갈피 등이 혼합된 HT042는 식약처로부터 인체에 전혀 무해하고, 키 성장에 효과가 있다고 인정받았다. 따라서 한속단만을 따로 떼어내 문제 삼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한 HT042를 개발하고 식약처에 인증을 받은 것은 한국야쿠르트가 아니라고 전했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HT042를 개발하고 임상실험 논문을 작성한 것은 한의학 천연물·신약개발 벤처기업 뉴메드다. 한국야쿠르트는 뉴메드에 HT042 원료를 받아 소비자들이 이용하기 편하게 제품화 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키성장솔루션 업의 주원료인 HT042의 식약처 검증 절차가 허술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식약처는 HT042를 개발한 뉴메드가 제출한 임상실험 논문 한 편을 토대로 인증절차를 진행했다. 뉴메드 측 연구팀은 키가 한창 자랄 나이인 7세에서 12세 어린이 99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에만 키 크는 물질을 주며 3개월간 관찰했다. 그 결과 키 크는 물질을 먹은 그룹이 복용하지 않은 그룹에 비해 3.3㎜ 더 컸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식약처는 기능성을 부여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3.3㎜ 차이가 관련 행정조치(인증)를 할 만큼 유의미한 결과인가” “연구가 이뤄진 기간이 너무 짧다”는 등의 식약처 검증절차의 허술성을 지적했다.
하지만 식약처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은 말 그대로 약이 아니라 식품이다. 따라서 유해성·부작용 등을 판단해 내리는 ‘인증’이라는 용어보다 ‘기능성 인정’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다”며 “식약처에서는 제출된 임상자료 데이터를 분석해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판단되면 기능성을 부여한다. 뉴메드가 제출한 HT042 임상실험 논문에서 나온 3.3㎜의 키 차이 결과도 성장에 유의미하다고 판단해 기능성을 부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식약처 관계자는 “얼마 전 불거진 ‘가짜 백수오 논란’을 계기로 식약처에서는 건강기능제품에 대한 전체적인 재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중이다”라며 재검토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음을 암시했다.
한편 3.3㎜ 차이의 기능성을 갖고 ‘키성장솔루션 업’이 어린이 키 성장에 도움을 주는 건강기능식품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은 ‘과대광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