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여기에다 ‘1인 유사언론’ 문제도 끼워 넣었다. 김 대표는 10일 최고위에서 “(소수로 구성된) 인터넷 언론사에서 기업관련 보도를 하면, 이를 포털에서 여과 없이 기사를 게재하고 이를 미끼로 광고·협찬을 강요해 기업들이 아우성”이라며 “이러한 포털의 후진 문화가 근절돼야 한다. 포털의 기사게재에 신중함을 기할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새누리당과 김 대표의 압박에 포털 측은 대체로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새누리당이 ‘뉴스 편향성’ 근거로 삼은 빅데이터 보고서가 신뢰할 만한 자료로 보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해당 보고서는 포털에 뜬 기사 제목만으로 긍정·부정·중립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으로 자료를 수집했는데, 접근 방식의 문제점은 차치하고라도 네이버와 다음은 그동안 “뉴스 제목을 임의로 수정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밝혀 왔다.
뿐만 아니라 여당·야당별로 기사를 분류하면서 여당 관련 통계에는 행정부를 포함한 정부 기사까지 포함시켰다. 즉,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를 여당 비판 기사로 분류해 놓은 것이다. 이에 네이버 뉴스편집자문위원회는 지난 9일 긴급 회동을 갖고 “여의도연구원에서 작성한 분석보고서가 객관적 방법으로 작성됐는지 확인이 어렵다”면서 “뉴스 편집 이력은 1분 단위로 공개돼 있으므로 이를 바탕으로 전문 기관에서 실증적 연구를 객관적으로 진행하길 기대한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결국 보고서 책임자인 최형우 서강대 교수는 JTBC와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결과로 포털이 ‘친야당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며 한발 물러났다. 김 대표가 제기한 ‘1인 유사언론’ 역시 포털의 편향성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한 포털 업계 관계자는 “작은 언론사들에게 네이버나 다음은 진입 장벽이 높은 곳으로 꼽히는데 무엇을 근거로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면서 “국회에서 실시간 검색어 위주 기사(어뷰징) 생산 체계를 손본다거나 사이트 내 검색 광고와 정보를 뚜렷하게 구별하는 쪽으로 정화 작용을 주도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이 포털 사이트 내 뉴스 편향성을 지적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2013년 9월 5일 여의도연구소에서 열린 ‘포털 뉴스의 공정과 상생을 위한 간담회’. 일요신문 DB
사실 새누리당 ‘포털 개혁’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여당은 지난 2013년 8월 IT업계 출신 전하진 의원을 위원장으로 한 ‘온라인 포털 정상화 TF팀’을 발족시킨 바 있다. 이후 네이버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해 제재를 가하거나 검색 광고를 제한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후 TF팀 활동성과는 알려진 바가 없다. 위원장인 전하진 의원은 되레 자신의 지역구에서 네이버·다음 고위 임원들이 참여하는 마을 만들기 사업(K-밸리)에 몰두하고 있다. 이노근 의원이 대표발의한 포털의 검색 광고(키워드 광고)와 자연 검색 결과를 뚜렷하게 구분하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결국 새누리당 행보는 내년 4월 총선과 그 다음해 대선을 대비하기 위해 또 다시 ‘군기잡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가장 자연스럽다. 지난 몇 번의 선거 과정에서 포털의 여론 지형이 불리하다는 여당의 볼멘소리는 항상 있어 왔다. 2008년 대선 당시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은 “네이버는 평정됐지만 다음은 여전히 폭탄”이라고 말했다가 사과했고,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권영세 종합상황실장은 한 월간지 기자와 사석에서 “(포털에서) 조·중·동 어떻게든 내용들을 집어 넣어줘야 하는데, 마이너들이 주로 채우고…”라고 말해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이번 김무성 대표의 문제 제기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특히 여연은 지난 6월 바른사회시민회의 출신인 김종석 홍익대 교수를 원장으로 맞아들인 이후 포털의 편향성 문제를 집중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여권 관계자는 “당내에서 김무성 대표가 궁극적으로 차기 대선을 위해 여연을 활용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꾸준하다”면서 “자유롭게 정책연구기능을 담당하라고 이름까지 바꿔 독립시켰는데, 대표에 휘둘리고 부쩍 보수적인 색채를 띠면서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청한 네이버 한 편집자문위원은 11일 “안에서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 활동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여당의 문제제기가 뜬금없다는 분위기”라면서 “여연 보고서에서 김무성 대표와 문재인 대표를 비교한 것(앞서의 보고서는 네이버와 다음 모두 김무성 대표보다 문재인 대표의 등장 빈도가 높다고 분석했다)은 유치하게 느껴질 정도”라고 전했다.
새정치연합 한 고참 당직자는 “새누리당이 종편의 정치 편향성이나 일베 등 커뮤니티의 폐단은 모른척하면서 포털만 잡겠다고 나서는 상황을 누가 납득하겠느냐”며 “방송과 언론 장악에 이어 포털마저 장악하려는 시도는 배부른 자의 오만”이라고 비판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