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이런 상태에서 대내외적으로 악재가 겹쳤다. 안으로 가계부채 급증과 고용불안으로 내수가 사경을 헤매고 있다. 밖에서는 엔저와 위안화 절하가 충격을 가하고 있다. 조선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반도체 이동통신 가전 등 우리나라 주력산업들이 중국과 신흥국에 발목이 잡힌 상태에서 엔화와 위안화의 동시 공습이 수출의 길이 막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태세다. 따라서 금융시장에서 꼬리를 물고 있는 외국자본 유출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우리 경제가 또 다른 위기를 겪는 것은 시간문제다.
지난 20여 년간 10%대 고속성장을 하던 중국경제는 최근 6%대 성장도 어려운 경제로 바뀌었다. 중국경제가 추락하면 국제무역기반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환율전쟁의 확산으로 세계경제가 혼란에 휩싸인다. 중국경제가 불안한 것은 과잉부채와 과잉투자가 만든 거품성장이 꺼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 추세로 나갈 경우 산업기반이 부실화하여 기업들이 연쇄부도의 함정에 빠지는 경착륙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08 금융위기로 흔들렸던 미국경제는 기준금리를 0%대로 낮추는 강력한 부양책으로 회생에 성공했다.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이 3.7%에 달한다. 더욱이 최근 실업률을 5.1%까지 떨어뜨려 완전고용수준을 달성했다. 따라서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세계경제불안을 고려하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경우 미국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를 일으켰던 거품경제를 다시 잉태한다. 이렇게 볼 때 중국경제의 추락과 미국의 금리인상은 기정사실이나 다름 없다.
이미 중동 남미 동남아의 신흥국가들은 국제 원유와 원자재 가격의 급락으로 인해 부도위험이 높다. 따라서 중국과 미국발 충격이 가시화하면 이들 국가부터 부도위기에 빠질 전망이다. 우리경제도 신흥국부도위기의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경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인식하에 기업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정부는 재정확대, 금리인하, 규제완화 등 기업투자를 활성화하여 경제를 살리는 다양한 정책을 폈다. 그러나 백약이 무효다. 실제로 우리 경제는 기업구조조정 외에 살길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외부감사대상기업 중에서 3년 이상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전체기업의 15.2%나 된다. 앞으로 경제 불안이 심화하면 한계기업의 숫자가 급속도로 증가할 것이다. 정부는 자본금 2000억 원 규모의 구조조정 전문회사를 세워 부실기업을 인수하여 구조조정을 한 뒤 되팔 예정이다. 그러나 이 정도 구조조정으로 경제를 살리기 어렵다. 경제의 암 덩어리를 수술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한다는 차원에서 획기적인 부실기업 정리가 불가피하다.
금융권의 부실기업정리를 의무화하는 등 정부의 보다 과감한 개혁정책이 요구된다. 물론 실업의 증가 등 구조조정에 따른 고통이 크다. 이에 대한 국민의 고통분담 또한 절실하다.
이필상 서울대 겸임교수, 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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