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애설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삼성 구자욱(왼쪽=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과 두산 유희관. 구자욱(오른쪽=사진제공=두산 베어스)은 배우 채수빈과 친구 사이라고 해명했고, 유희관은 프로골퍼 양수진과 열애를 인정했다.
# 여자친구에게 늘 미안한 선수들
야구선수들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러나 A 선수는 “내가 여자라면 야구선수는 절대 안 만날 것 같다”며 웃었다. 순탄한 연애를 위해서는 여자친구의 희생이 꼭 필요한 직업이 바로 야구선수라는 뜻에서다. 그럴 만도 하다. 선수들은 시즌 내내 매일같이 야간경기를 치른다. 남들이 퇴근하고 비로소 데이트를 시작할 시간에 그들은 본격적으로 바빠진다.
A 선수는 “야구는 끝나는 시간이 일정치 않아서 여자친구와 미리 만나는 시간을 정해놓기도 어렵다. 여자친구가 모처에서 기다리기로 했는데 경기가 연장전이라도 들어가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며 “선수들은 경기 때 다른 생각이 들 만한 일은 아예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실제로 적지 않은 선수들이 바로 이 ‘기다림’의 문제로 싸울 때가 많다”고 귀띔했다.
당연히 주중에는 거의 얼굴을 보기가 힘들다. 낮 경기가 끝나는 일요일 저녁이 그나마 가장 편한 시간이다. B 선수는 “휴식일인 월요일에 만날 수 있긴 하지만, 만약 화요일이 원정경기라면 월요일 오후에 단체로 이동하기 때문에 매주 시간이 나는 건 아니다”라고 푸념했다. 설사 야간경기 후에 어렵사리 만난다 하더라도, 이미 밤이 깊어서 오랜 시간 함께하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여자친구가 좋아할 만한 근사한 식당에서 밥 한 끼 먹기가 힘들다. B 선수는 “만난 지 100일 정도 됐을 때쯤 마침 휴식일이 걸려 좋은 식당에 스테이크를 먹으러 갔다. 그때 여자친구가 ‘사귀기 시작한 후 처음으로 술안주가 아닌 음식을 먹어본 것 같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잦은 원정도 연애의 큰 걸림돌이다. 한 시즌 내내 전국의 야구장을 누벼야 하는 야구선수들에게는 숙명이나 다름없다. 특히 매년 초에 스프링캠프를 떠나면 두 달 가까이 생이별을 해야 한다. 멀리 떨어져 있는데 연락이 잘 안 되면 서로 상대방에게 의심이 싹트기 마련. 또 자주 못 보는 탓에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경우도 많다.
B 선수는 “직업의 특성상 데이트 시간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 여자 쪽이 이해를 하지 못하면 자꾸 싸우게 된다. 그렇다고 선수들도 여자친구의 희생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면 안 되는 것 같다”며 “주변에 보면 몇 년씩 오래 만나는 커플과 아예 초반에 금세 헤어지는 커플로 갈린다. 서로 배려하고 노력해야 오래 간다”고 귀띔했다.
기혼인 C 선수는 “아무래도 요즘은 모바일 메신저로 즉각적인 대화를 하는 커플이 많은데, 야구선수들은 생각보다 휴대전화와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다. 야구장에 와서 훈련할 때나 미팅할 때, 그리고 경기 시작 30분 전부터는 휴대폰을 못 보니 아내가 많이 답답해했다”며 “이제 내 생활 패턴을 다 꿰뚫고 있어서 연락이 없어도 무슨 일을 하는지 다 알고 이해한다. 선수들도 그런 점이 고맙기 때문에 최대한 잘하려고 애쓴다”고 했다.
결혼생활은 당연히 연애보다 더 많은 적응이 필요하다. 남편이 1년 중 절반 가까운 시간 동안 수시로 집을 비워서다. C 선수는 “야구선수는 결혼해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서 평범한 결혼생활은 하기 어렵다. 아내가 남편 없이 혼자 지내면서 형광등을 갈아 끼운다든지, 변기를 뚫는다든지 하는 남자들이 주로 하는 일에도 능숙해졌다”고 쑥스럽게 말했다.
게다가 아이를 낳아도 육아에 큰 힘을 보탤 수가 없다. 아빠들이 방문하는 유치원이나 학교 행사에도 당연히 참석하지 못한다. 무엇보다 야구선수는 매 경기 결과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직업이다. 아내는 자연히 남편의 성적에 따른 스트레스까지 공유하게 된다. 경기력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특히 애를 많이 쓴다. D 선수의 아내는 유산을 하고도 경기에 영향을 미칠까봐 곧바로 남편에게 알리지 않고 병원에서 혼자 울기도 했다. 경기 후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온 D 선수가 두 배로 애통해한 것은 물론이다.
E 선수는 “지금까지 아내가 희생을 많이 했으니 앞으로 은퇴하면 내가 더 잘 해주려고 한다. 그런데 은퇴하고 지도자를 하게 되면 선수 때보다 더 바쁠 텐데 괜찮을지 모르겠다”면서 “기왕이면 감독까지 해서 아내에게 돈이라도 많이 안겨야겠다”며 껄껄 웃었다. 앞서의 A 선수 역시 농담 반 진담 반 “만약 내 딸이 야구선수와 결혼하겠다고 하면 결사반대할 것이다. 그런데도 꼭 하겠다고 우긴다면, 억대 연봉자에 한해 허락하겠다”고 했다.
# 좋은 연애가 미치는 긍정적 효과
그래서 선수들은 아내나 여자친구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단연 ‘이해심’을 꼽는다. 앞서 언급됐던 고충들을 함께 헤쳐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팬들의 함성 속에 그라운드를 누비고 거액의 연봉을 받는 화려함에 이끌려 야구선수를 선택한다면, 반대로 아름다운 외모에 혹해 평생의 동반자를 선택한다면, 이들은 곧 서로에게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선수들이 선배나 동료에게 여자친구를 소개받을 때 무척 신중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F 선수는 친한 형의 주선으로 미모의 여성과 소개팅을 하기로 했다가 얼마 후 “안 만나는 게 좋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유인즉슨 “처음에 의사를 물었을 때는 야구선수라 꺼려진다고 하더니, 이름을 검색해 보고 연봉 액수를 알고 난 뒤 갑자기 만나겠다고 나섰다”는 것이다.
이승엽은 아내 이송정 씨와 첫 만남 때 자신의 포지션을 농담 삼아 ‘미드필더’라고 소개했는데 이송정은 이를 그대로 믿었을 만큼 당시 야구에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사진은 삼성과 두산의 2013 한국시리즈 7차전이 열린 대구시민야구장에 이승엽을 응원하러 온 부인과 아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수많은 선수들이 입을 모아 얘기해온 또 하나의 조건은 ‘야구 모르는 여자’다. 늘 야구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 찬 대부분의 선수들은 야구장 밖에서까지 야구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아 한다. G 선수는 “만약 경기에서 지고 집에 들어갔는데, ‘여보, 그때 그 공 왜 던졌어?’, ‘여보, 감독님은 그때 왜 그런 작전을 내?’라고 아내가 얘기한다면 생각만 해도 피곤할 것 같다”며 “서로의 일에 대해 너무 속속들이 알면 불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물론 사람마다 연인에 대한 확신을 느끼는 지점은 다 다르다. 한화 김태균은 일본 지바 롯데에서 뛰던 시절, 야구에 대한 책까지 썼을 만큼 조예가 깊은 김석류 전 KBS N스포츠 아나운서를 만나 결혼했다. 반대로 삼성 이승엽의 아내 이송정 씨는 처음 만났을 때 이승엽이 자신을 농담 삼아 ‘미드필더(축구의 한 포지션)’이라고 소개했는데도 그대로 믿었을 만큼 야구에 관심이 없었다.
이뿐만 아니다. H 선수는 “화려해 보이는 외모의 여자친구가 알고 보니 매달 수입의 상당 부분을 저축하고, 물건 하나를 사도 최저가를 검색하고, 커피 한 잔을 마실 때도 꼼꼼하게 포인트를 적립하는 것을 보고 그 알뜰함에 매력을 느꼈다”고 고백했는가 하면, I 선수는 “부산에 살던 여자친구가 대구까지 우리 팀 경기를 보러 왔는데, 경기 후 식사를 마치고 나니 부산행 KTX 막차가 이미 떠난 상황이었다. 그런데 여자친구가 집에 가겠다며 대차게 택시를 잡아타고 고속도로를 타더라. 그런 대범한 면모에 반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네 커플 모두 출발은 달랐지만, 결혼 이후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연애와 결혼으로 확실히 덕을 본 야구선수 커플들도 눈에 띈다. J 선수는 처가의 남다른 사위 사랑 덕분에 주위 선수들의 부러움을 산 케이스다. 재력가 집안에서 자란 미모의 아내와 몇 년 전 결혼을 했는데, 이전까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그가 결혼 이듬해부터 야구의 꽃을 피우기 시작한 까닭에서다. 무명 야구선수에게 딸을 시집보내면서 걱정이 많았던 장모도 사위의 활약에 고무됐다.
급기야 J 선수가 팀 승리에 중요한 활약을 한 날은 구단이 아닌 장모가 자체적으로 일명 ‘메리트’를 하사했다는 후문까지 돌았다. 같은 팀의 한 선수는 “장모님이 주신 메리트가 연봉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는 농담을 덧붙이기도 했다. 어쨌든 결혼 이후 위상이 다른 선수가 됐으니, 최고의 궁합이다.
반대로 K 선수의 아내는 미용실을 운영하면서 야구선수 남편 덕을 톡톡히 봤다. K와 한솥밥을 먹는 선수들 대부분이 그 미용실을 찾아 머리를 잘랐기 때문이다. 이들이 결혼하기 전 연애시절부터 이 구단 선수들의 헤어스타일은 K 선수의 여자친구가 도맡다시피 했다. 특히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직전에는 선수들이 두 달 가까이 머리를 자를 수가 없기 때문에 미용실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K 선수는 이제 팀을 떠났지만, 옛 동료들은 여전히 그 미용실의 고정 고객으로 남아 있다.
배영은 스포츠동아 기자 yeb@donga.com
부러우면 지는 ‘미녀와 야수’ 몸값 높은 거포들 결혼도 대형 홈런 ‘미녀와 야수.’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은 부임 첫 해였던 2008년 전반기 마지막 경기가 끝난 뒤 롯데 선수단의 아내와 여자친구를 초청한 ‘아메리칸 스타일’의 다과회를 연 적이 있는데, 당시 한 자리에 모인 여성들의 미모에 많은 야구 관계자들이 감탄하기도 했다. 아나운서와 결혼한 한화 김태균, 넥센 박병호를 포함해 최근 연예인이나 방송인들과 백년가약을 맺는 선수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SK 최정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울산MBC 기상캐스터 출신인 나윤희 씨와 화촉을 밝혔고, 롯데 강민호도 SBS 기상캐스터 출신 신소연 씨와 올 겨울 결혼식을 올릴 계획이다. 이들은 모두 국가대표급 성적에 프로야구 최정상급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다.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여인들을 아내로 맞아들이면서 야구뿐만 아니라 결혼으로도 대형 홈런을 날렸다. 야구 관계자들은 “아나운서들의 똑 부러지고 지적인 매력이 운동에만 전념해온 선수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사실 야구선수와 방송인의 조합은 일본에서 더 많이 찾아볼 수 있다. 1990년대 중반 여성 아나운서들이 야구장 취재에 본격적으로 투입되면서 사례가 늘기 시작했다. 일본의 전설적 포수인 후루타 아쓰야 전 야쿠르트 감독이 후지TV 아나운서와 부부의 연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스즈키 이치로(마이애미), 아오키 노리치카(샌프란시스코), 마쓰자카 다이스케, 우치가와 세이치(이상 소프트뱅크), 스기우치 도시야, 다카하시 요시노부(이상 요미우리) 등 야구팬들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유명 선수들이 모두 여성 방송인들과 결혼했다. 특히 이치로의 아내는 무려 여덟 살 연상인데, 영어에 능통한 덕분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남편에게 도움을 많이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태균 역시 지바롯데 시절 아내 김석류 씨의 유창한 일본어 실력에 매료되기도 했다. 올 시즌 초반에는 특급 야구선수와 특급 연예인 공식 커플도 탄생했다. 한국 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마무리투수인 한신 오승환과 최정상의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 유리가 지난해 11월부터 사랑을 이어온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오승환의 에이전트사와 유리의 소속사 모두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서로 호감을 갖고 알아가고 있다”고 인정했다. 여성 연예인 최초로 언더핸드 시구를 하면서 ‘BK유리’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그녀는 프로야구 플레이오프를 직접 관람할 정도로 평소 야구를 좋아했다고 한다. 지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승환을 알게 된 뒤 공통 화제 덕분에 빠르게 가까워졌고, 직접 오사카에 찾아가 오승환을 응원하기도 했다. 강민호 역시 사직구장에 시구를 하러 찾아온 신소연 씨의 공을 직접 받다가 호감을 느껴 적극적으로 애정 공세를 펼친 케이스다. 이 외에도 삼성 이승엽의 아내인 이송정 씨는 관중석에 나타나기만 해도 웬만한 야구선수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을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를 자랑한다. 탤런트로 출발했던 이 씨는 데뷔 초기에 디자이너 고 앙드레 김의 패션쇼에서 이승엽과 함께 무대에 섰다가 ‘국민타자’와 부부의 연까지 맺게 됐다. 한화 이용규와 윤규진 역시 배우로 활동하던 미모의 아내를 맞아 들였고, KIA 최희섭과 한화 배영수의 아내는 미스코리아 출신이다. [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