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상득 전 의원, 이병석 의원을 수사선상에 올려놓으면서 자칫 성과 없이 끝날 뻔했던 포스코 수사가 극적인 반전으로 이어졌다. 사진은 이병석 의원과 서울중앙지검 전경. 이종현 기자, 임준선 기자
물론 갑자기 등장한 전·현직 정치인에 대한 수사가 얼마나 파괴력이 있는지를 놓고선 여전히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이상득 전 의원은 MB의 친형인 만큼 정치적 의미는 있지만 저축은행 비리사건으로 이미 실형을 살고 나와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병석 의원의 경우엔 MB 정부 실세라고 하기엔 중량감이 떨어지지만, 국회 부의장까지 지낸 여당 내 다선 중진 의원이라는 측면에선 마냥 평가절하할 수만은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 소문난 잔치엔 정말 먹을 게 없었다
포스코 비리와 관련한 검찰 수사는 그동안 포스코건설 비자금 조성 의혹에서 시작해 코스틸로부터 로비 받은 의혹, 성진지오텍 고가 매입 의혹, 동양종건 특혜 제공 의혹 등으로 확대됐다. 중앙과 지방에서 MB 정부 5년 동안 숱하게 의혹들이 제기된 바 있다. 검찰은 내부적으로 수차례 수사 가능 여부를 타진했지만 쉽지 않다고 판단, 캐비닛에 넣어두고 있었다.
심지어 지난 2013년 김진태 검찰총장 취임 초기에도 대검찰청 반부패부와 범죄정보 파트에 수사 가능성을 타진하라는 지시가 내려갔지만 결국 이전과 같은 결론을 내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소문은 무성했지만 손에 잡히는 실체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검찰이 수사를 해보니 실체를 밝혀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2번, 배성로 전 동양종합건설 대표에 대해선 1번 기각됐고, 수사도 장장 6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만약 소문이 무성했던 성진지오텍이나 동양종건 같은 사건에 대해 수사하는 게 쉬웠다면 대검 중수부가 있을 때 이미 했을 것”이라며 “대검 중수부의 수사력으로도 힘들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캐비닛에 묵혀둔 거지 다른 이유가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른 대검 관계자도 “대검 중수부가 폐지되기 전 포스코, CJ그룹 등 몇 가지 기업 수사가 있었지만 중수부에 있던 선수들이 서울중앙지검으로 자리를 옮긴 뒤 곧바로 시작한 사건은 포스코가 아닌 CJ그룹 사건이었다”며 “결국 되는 사건과 안 되는 사건을 알기 때문이지 않았겠느냐”고 되물었다.
# 그래도 ‘협력업체’에 답이 있었다
포스코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검찰이 판단한 데는 협력업체의 입을 열기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 때문이었다. 실제로 지금까지 검찰 수사 대상이었던 협력업체들은 대부분 그야말로 포스코가 먹여 살리고 있는 중소 규모 기업들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먹고 사는 문제가 걸렸는데 누가 물주에 대해 좋지 않은 제보나 진술을 하겠느냐”면서 “하지만 수사가 오래 진행되는 과정에서 벽 같았던 협력업체에도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켐텍의 외주업체 티엠테크, 포스코의 청소용역업체 이앤씨, 자재운송 외주업체 N 사와 대기측정 외주업체 W 사 등에 대한 수사가 그것이다. 이들 업체는 이상득 전 의원이나 이병석 의원 등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검찰 고위 관계자는 “수사를 오랫동안 진행하고 나니 소문이 무성했던 데가 아닌 다른 곳을 먼저 치고 들어갔어야 했다는 반성이 된다”며 “이미 각종 의혹이 제기된 사건의 경우 포스코나 협력업체의 대비가 만만치 않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어쨌든 막판에 중소 규모 협력업체를 집중적으로 수사하자 제보도 많이 들어오고 수사도 탄력 받고 있는 것 같다”며 “약한 고리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게 수사의 한 과정이라면 그 점에서 시간이 꽤 오래 걸린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티엠테크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그동안 이 사건으로 구속된 17명의 포스코 관련 인사를 통해서다. 17명 중 한 명이 결국 검찰에 백기 투항한 것이다. 포스코가 겹겹이 쳐놓은 ‘인의 장막’에도 허점은 있었던 셈이다.
검찰이 이 제보자와 플리바게닝을 했는지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구속 이후에도 끊임없이 설득과 압박을 계속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앤씨 등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도록 제보가 줄을 잇고 있는 배경도 이런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덕분에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 배성로 전 동양종건 대표를 일컫는 일명 ‘포스코 3인방’에 수사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고 검찰은 당분간 이들에 대한 수사도 올 스톱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이상득에 이은 이병석 ‘월척’일까
이상득 전 의원.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문제는 두 정치인에 대한 혐의 입증 여부다. 검찰이 두 사람의 혐의와 관련해 최대한 입조심을 하는 것도 공소사실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검찰의 다른 고위 인사는 “어렵게 수사해서 전·현직 정치인까지 온 만큼 지금 검찰은 막판까지 굳히기를 위해서 최대한 말을 아껴야 한다”며 “여기까지 오기는 했지만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수사 결과를 발표할 때까지는 살얼음판을 걸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병석 의원을 통해서 MB 정부 당시 실세들 모임으로 통했던 ‘영포라인’ 관련 인사들까지 수사 확대가 가능하다면 이 의원은 검찰의 포스코 수사에서 ‘월척’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근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