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에너지 공사 설립론은 ‘집단에너지 사업’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공공성을 견지하기 위해 대두됐다. 박원순 시장의 ‘서울 에너지 자립 정책’과 맞물려 설립에 무게가 실리고 있으며, 올해 초 개최된 토론회에서도 공사설립 찬성이 전체의견의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혜택을 보는 만큼, 중·소규모 주택 거주자들이 피해를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장흥순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동대문4)은, “현 계획대로 에너지 공사 설립을 진행할 경우, 단독주택이나 중·소규모 공동주택 거주자들의 피해를 보전할 방법이 없다”고 비판했다.
『집단에너지사업법』에 의하면, 주택건설 호수가 5천호 이상이거나 개발면적이 60만㎡ 이상인 경우에만 집단에너지 공급대상지역으로 지정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공급대상지역이 아닌 중·소규모 주택들은 기존 도시가스를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민간업체들은 이미 도시 전체에 걸쳐 인프라(가스 배관망)를 투자·구축했다. 업체들은 도시 전체에 대한 가스 공급을 전제하고 설비를 투자했으므로 집단에너지 시설이 확대될수록 경영악화가 불가피해진다. 이 같은 경우, 업체들은 투자비를 회수하기 위해 요금인상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그 비용을 중·소규모 주택 거주자들이 고스란히 부담하게 된다는 것이다.
장흥순 의원은 “에너지 공사가 설립되어 모든 서울 시민이 혜택을 받는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이렇듯 중·소규모 주택 거주자들의 피해가 빤히 예상되는데 그냥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무턱대고 공사만 설립할 것이 아니라, 그 영향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먼저 마련해야할 것”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김정훈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