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우윤근 의원실 제공
법무부는 지난 8월 3일, “금전채무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할 경우 금전채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 산정의 기준이 되는 법정이율을 현행 연 20%에서 연 15%로 인하”하는 내용의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 본문의 법정이율에 관한 규정 개정령안(대통령령)’을 입법예고하였다.
법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개정안은 시중은행의 연체금리를 상회하여 지연이자를 부담해 왔던 소송상 채무자들의 부담을 모법인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규정한대로 현재의 경제여건에 맞게 합리적으로 조정하려는 것으로서, 국민들이 법을 믿고 따를 수 있도록 하는‘믿음의 법치’를 실현하는 일환”이라고 설명하였다.
그런데, 법무부가 경과규정에서 “이 영 시행 전에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 대하여도 적용”토록 함으로써, 착한 채권자(원고)에게는 불이익을, 나쁜 채무자(피고)에게는 인하된 지연손해금 이율 적용을 노린 남소를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소송촉진법’상 법정이율 인하는 기본적으로 원고에게 불리하고 피고에게 유리한 구도이다. 그런데 이번 법무부 입법예고처럼 경과규정을 “소송계속 중인 사건에까지 법정이율 인하가 적용”되도록 하는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충분히 예상된다.
첫째, 법정이율 20%에 기반한 소송 당사자의 신뢰 내지 예측가능성이 훼손돼, 원고 측 기대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둘째, 패소가능성 있는 피고 측의 소송지연 전략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 즉, 지연이자 감경만을 목적으로 하는 (밑져야 본전식) 상소의 범람이 예상된다.
셋째, 1심 판결을 받아들인 피고는 연 20% 지연이자를 부담하는 반면, 실제 항소이유 없이 부당하게 항소한 피고는 시행일 이후 연 15% 지연이자만 부담하게 되는 불균형의 문제를 초래한다.
넷째, 시행일 당시 일부승소 판결을 받아두고 항소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원고로서는 피고의 부대항소 등으로 인하여 항소심에서의 법정이율 5% 감액 위험을 부담하여야 하는 불이익이 발생하게 된다.
예를 들어, 공사대금 10억 원 지급을 차일피일 미뤄 하도급업자(원고)로부터 ‘공사대금 반환청구소송’을 당한 ‘나쁜 채무자(피고)’가 있다고 치자. 원고의 승소가 충분히 예상되는 사안이라고 할 수 있는데, 법무부 입법예고처럼 지연 이자 5% 인하를 <현재 계속 중인 사건>에까지 적용할 경우, 원고(하도급업자)는 승소하더라도 연간 5000만원의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만약, <1심 판결을 이미 받은 경우>라면, 피고로서는 이자 감면을 노리고 항소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게 돼, 불필요한 남소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법무부가 경과규정을 잘못 설계함으로써, 원고(채권자)·피고(채무자) 간 이익의 형평성을 무너뜨리고, 피고의 남소를 본의 아니게 유도하는 셈이 되었다. 이는 결국, 법원의 불필요한 업무 가중으로 이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착한 채권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나쁜 채무자’의 남소 동기를 박탈하는 방식으로 경과규정이 재설계되어야 마땅하다. 즉, 법무부의 입법예고 안처럼 ‘시행일 현재 소송계속 중인 사건’으로 확대할 것이 아니라, ‘시행일 이후 법원에 접수된 사건’부터 이자 감면을 적용토록 해야 한다. 최소한 ‘시행일 현재 소송계속 중인 사건 중에서 1심 변론 종결 전인 사건에 한하여 적용’하도록 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즉, 1심 변론이 끝나 판결만 앞둔 사건에 대해서는 현행 20%의 지연이자를 적용토록 함으로써 적어도 종전 연 20% 법정이율에 근거한 원고의 기대이익을 온전히 보호하고, 또한 지연 이자 감면을 노리는 불필요한 남소도 방지하는 것이다.
우윤근 의원은 “법무부가 소송관련 규정을 개정하면서 세심하지 못한 입법예고를 했다”며 “개정안 그대로 시행된다면 ‘나쁜 채무자’가 보호되고 남소 증가로 법원의 불필요한 업무가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 의원은 “그나마 다행히 아직 입법계고 단계이므로 법무부가 이러한 지적을 받아들여 입법목적 달성과 함께 채권자・채무자간 형평을 꾀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경과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