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특위가 안면도를 첫 번째 현장으로 지목한 이유는 사업이 26년째 정처 없이 떠돌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깊숙이 내재한 현안을 찾아내 하루라도 빨리 실마리를 풀어보겠다는 게 정책특위가 이곳을 찾은 이유다.
정책특위는 첫날인 17일 총 4개 권역(테마·기업연수원·숙박·골프 지구) 현장을 살핀 뒤, 현장 목소리를 듣기 위해 승언리 지역민과 마주했다.
현재 안면도국제관광지 조성사업은 2020년까지 모두 1조 474억원을 투입, 태안군 안면읍 승언·중장·신야리 일원 2967㎢를 세계적 관광지로 만드는 것이 골자다. 이곳에 민간자본을 투입해 호텔, 콘도, 골프장, 테마파크, 기업연수원 등을 짓겠다는 계획이지만, 26년째 헛바퀴만 돌고 있다.
전낙운 위원장(새누리당.논산2)은 “도의 최대 숙원 사업인 안면도 관광지 개발 사업이 1989년 닻을 올린 뒤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모든 관광 산업은 접근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지만 이마저도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땅값은 말할 수 없이 올랐다. 지역민들은 개발에 대한 꿈을 포기한 지 오래됐다”며 “행정에 대한 신뢰 역시 이미 바닥이다. 부동산 가격만 부풀려져 살기 힘든 도시라는 멍에를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우식 승언4리 이장은 “안면도는 이미 젊은 사람들이 모두 떠난 상태”라며 “행정만 믿고 헐값에 땅을 판 지역민은 빚더미에 앉아 있다”고 한탄했다.
이어 “끝까지 버티다가 바닷가 좋은 땅을 받은 사람들은 부자가 됐다”며 “도의 일관성 없는 행정에 우리 이주단지 주민은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정광섭 위원(새누리당,태안2)은 “이제 누구도 믿지 않는다. 도는 이미 양치기 소년이 됐다”며 “권역별로 나눠 개발한다고 하지만, 이마저도 언제 첫 삽을 뜰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지구의 평당 땅값은 100만원을 웃돈다. 땅값이 높다 보니 민간 사업자가 선뜻 투자를 못 한다”며 “중국 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달라”고 촉구했다.
유찬종 위원(새누리당,부여1)은 “안면도 사업을 보면 충남도 주관이 없다. 조감도 역시 10년 전 구상”이라며 “이전 사업자가 만들어 놓은 것을 그대로 옮겨 쓰고 있는 것이 진정한 행정인지 의문이다. 새로운 용역 등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고 질타했다.
김종필 위원(새누리당.서산2)은 “도가 사업자의 땅장사에 놀아났다”며 “도가 안면도 사업을 위해선 1조4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정했지만, 이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 정확한 데이터 없이 어떻게 사업자를 선정할 것인지 답답하다”고 되물었다.
정택특위는 이튿날인 18일 보령과 안면도를 잇는 연륙교 공사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도 날카로운 면모를 과시했다.
김원태 위원(새누리당,비례)은 “당장 2018년 연륙교가 개통되면 안면도의 교통 체증이 불가피하다”며 “주변 도로 선형 개선 또는 우회도로 개설 등을 통해 교통 정체를 사전에 개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용호 위원(새누리당.당진1)과 서형달 위원(새누리당,서천1)은 “안면도 개발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연륙교가 개통될 시 안면도는 그저 지나가는 도시로 전락할 것”이라며 “관광지 개발 외 별도의 관광 기반 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욱 위원(새누리당,천안2)은 “연륙교 개통이 분명히 호재인 것은 맞지만, 안면도 개발과 함께 발을 맞춰가야 한다”며 “자칫 연륙교가 지역 갈등을 유발하는 불씨 역할을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김정훈기자 ilyo4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