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온 국민의 명절 추석에는 거의 대부분의 병원이 휴진하고 문을 연 약국 또한 찾아보기가 어렵다.
하지만 평소에는 잔병 치레 하나 없던 사람도 머피의 법칙 마냥 응급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가 예상 외로 많다.
명절 응급실 풍경은 평소보다 몇 배나 많은 환자들로 북적이며, 고향을 찾은 이들 중 일부는 당장 응급실로 달려가기에는 지리적으로 어려운 경우도 발생한다.
서울부민병원 응급의학과 유한빈 과장은 “추석 연휴에 발생하는 응급 질환은 평소보다 발 빠른 조치가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에 응급 상황 발생 시 적절한 대처 방안을 숙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과식 유발하는 맛있는 명절 음식, 급성위장염 초래
추석 고향집에 내려가면 풍성한 한가위만큼이나 넉넉한 명절 음식이 준비되어 있다.
연휴 내내 가족들과 함께 밥상에 둘러 앉아 식사를 하고 이야기 꽃을 피우다 보면 과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상당하다.
게다가 명절에는 고기와 전, 잡채 등 기름진 음식을 자주 접하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소화불량이나 설사, 구토를 동반한 급성위장염 발생 위험이 더욱 높아진다.
만일 급성위장염으로 인한 설사나 구토 등이 멈추지 않을 경우 끓인 물을 미지근하게 식혀 조금씩 나눠 마시는 등 탈수 현상을 막기 위해 체내에 수분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증상이 호전되지 않을 때에는 응급실에서 수액을 투여하고 안정을 취하기도 한다.
대부분 며칠 지나면 자연 치유가 되며, 상태가 완전히 회복되는 동안에는 위에 부담이 적은 음식을 위주로 섭취하고 기름기가 많은 음식은 소화 흡수 시간이 늦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평소와 다른 음식 섭취와 생활 패턴, 두드러기 유발할 수 있어
추석 명절에는 평소 접하지 않은 음식들을 섭취해 알레르기 반응이 발생하기도 한다.
갑작스러운 야외활동으로 장시간 쐬는 햇빛 또한 알레르기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성묘길에 심어진 풀과 나무에 반응해 두드러기가 나타날 수도 있다.
이렇게 명절 연휴에는 평소와 다른 생활 패턴으로 예상치 못한 두드러기 증상이 발현될 수 있는데, 개개인 마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 물질이 다르기 때문에 평소 피부 반응 검사 등을 통해 본인에게 발생할 수 있는 알레르기 위험 인자를 알아두는 것이 좋다.
대체적으로 급성 두드러기의 경우 적절한 조치만으로도 일주일 이내에 증상이 회복될 수 있다.
서울부민병원 응급의학과 유한빈 과장은 “두드러기가 발생했을 때는 뜨거운 물로 하는 샤워는 피하고 발병 주변을 시원하게 유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가렵다고 긁게 되면 2차 감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약을 복용하거나 얼음 주머니를 환부에 대주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약물은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해 두드러기 증상을 조절할 수 있으며, 피부가 건조할수록 가려움증이 더욱 많이 느껴지기 때문에 요즘과 같은 가을철에는 피부 보습을 충분히 해주는 것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벌초·성묘 시 벌 쏘임 주의해야
명절을 맞아 벌초, 성묘를 하기 위해 산소를 찾는 사람들은 벌에 쏘일 위험이 높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벌은 자극적인 색과 향에 민감하기 때문에 산소 주변에 올 때는 향수나 헤어스프레이, 향이 진한 화장품은 자제하고 눈에 띄는 원색 옷 또한 피해야 한다.
만약 벌에 쏘였다면 벌침을 빼기 위해 손가락이나 핀셋으로 무조건 잡아 당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벌침 끝에 달린 독샘을 건드려 체내에 독이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용카드나 명함 등 납작하고 판판한 물건을 비스듬히 세운 후 벌침을 바깥으로 살살 밀어내듯 긁으면서 제거해주는 것이 좋다.
또한 병원으로 이동하는 동안 환부를 얼음찜질로 차갑게 해 벌 독이 체내에 확산되는 것을 지연시켜 주는 것이 좋다.
특히 증상이 환부에 국소적으로 발생되는 것이 아니라 급성 호흡곤란, 쇼크 등 전신 증상으로 이어질 경우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한 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박영천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