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총선에서는 정대철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당시 신민당 의원)이, 11대 총선에서는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당시 민정당 의원)이 종로구에 1등으로 당선됐다. 당시엔 중선거구제로 종로구·중구가 합쳐져 2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했다. 정대철·이종찬 전 의원은 종로구를 거쳐 여야의 거물급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종로가 실질적인 ‘격전지’가 된 것은 1985년 12대 총선부터다. 당시 정대철·이종찬 전 의원이 터줏대감으로 있던 종로·중구에 신민당 이민우 전 총재가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힘을 합쳐 만든 신민당은 당시 창당한 지 한 달 정도 된 신생 정당이었다. 고향 청주에서 내리 5선을 한 이 전 총재는 눈물을 머금고 ‘사자굴’로 들어갔다. 당시 이 전 총재의 종로 출마 배경엔 YS의 적극 권유가 있었다고 한다. 정치 1번지 종로구를 차지하면 선명 야당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YS의 적극 지원 아래 이 전 총재는 이종찬 전 의원에 이어 2등으로 당선되는 파란을 이룬다. 신민당은 ‘종로 바람’을 시작으로 전국 67석을 얻어 제1야당으로 급부상할 수 있었다.
1996년 15대 총선 당시 종로에서는 ‘역대급 빅매치’가 펼쳐지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당시 신한국당 의원)과 노무현 전 대통령(당시 통합민주당 의원)이 맞붙은 것이다. 당시 이명박 후보는 ‘현대건설 신화와 글로벌 경험’을, 노무현 후보는 ‘청문회 스타’ 이미지를 살려 치열한 유세전을 벌였다. 둘의 승부는 이명박 후보 승리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1년도 채 되지 않아 이 후보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했고, 1998년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기에 이른다.
16대 재·보궐 선거에서는 박진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이 당선돼 내리 3선을 했다. 18대 총선에서는 박진 전 의원 대 손학규 통합민주당 전 대표의 ‘빅매치’가 성사됐는데, 박 전 의원의 박빙 승리로 마무리됐다. 19대 총선에서는 친박계 중진 홍사덕 전 새누리당 의원과 정세균 새정치연합 의원의 한판 승부가 펼쳐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결과는 정 의원 ‘승’이었다.
이렇듯 종로 출신 국회의원 중엔 무려 3명이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종로가 여야 대표급 인사들이 출격해 수도권 판세를 선도하는 정치 1번지로 자리 잡은 이유다. 특히 여야 어느 쪽도 쉽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지역구이기에 향후 총선에서 누가 과감히 출사표를 던질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