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소개팅도 셀프시대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자신의 키, 몸무게, 취향, 성격, 스펙 등을 올리고 데이트 대상을 찾는 식이다. 일요신문 DB
“용기내서 셀프소개팅 신청합니다.”
여성회원이 다수인 화장품 관련 온라인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자신의 나이와 거주지, 키, 몸무게, 취향과 본인의 성격을 자세히 적어뒀다. 글을 읽고 마음에 들면 쪽지로 연락을 달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기자가 연락을 취하자, 글을 올린 남성은 자신을 대기업에 다니다가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라고 소개했다.
“서른 살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인지라 주변에 소개팅을 해달라고 하기도 민망하다. 외롭기는 한데 소개받을 여력이 안 되니 이렇게 글을 올려봤다. 하지만 연락은 없었다. 아무래도 온라인으로 스스로 소개팅을 청하다보니 믿지 못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댓글에는 ‘남자가 오죽했으면 스스로 소개팅 제안을 할까’라는 말도 달렸다.”
위의 사례처럼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카페에 셀프소개팅을 제안하는 사람도 있지만, 가장 왕성한 곳은 전문직 공무원 등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다. 비슷한 직종에 종사하면 서로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처음 만나도 얘기가 잘 통하기에 생겨난 현상이다. 그렇다고 직장 내에서 연애 상대를 찾기에는 위험부담이 있고, 소개팅을 받자니 주선자 눈치까지 봐야하기에 ‘쿨’하게 스스로 광고하는 것. 특정 직종의 커뮤니티는 가입절차부터 까다롭기에 셀프소개팅이 가능하다. 의사, 약사, 변호사 등 면허증을 인증하는 등의 방식으로 철저히 가입자를 가린다.
법조계에 종사하는 여성 이 아무개 씨(31)는 “전문직 여성이 더 소개팅에 제약이 많다. 누구를 소개받든 상관없는데 주선자가 ‘급’을 고민하기 때문이다. 같은 일을 하면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것 같아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셀프소개팅 글을 보며 한 번 연락해볼까 생각하기도 한다. 어쨌든 신분보장은 확실하니까”라고 말했다. 반면 조 아무개 씨(여·29)는 “올라오는 글은 종종 본다. 하지만 동종업계 종사자라도 이상한 사람일 가능성이 있어 연락하기 위험해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직뿐만 아니라 비슷한 처지의 힘든 이들에게도 셀프소개팅이 괜찮은 수단이다. 아무리 ‘3포 세대’, ‘5포 세대’라고 한다지만 의지할 곳이 가장 필요한 이들이 공시생, 취준생이기 때문. 한 대형 취준생 카페에는 일주일에 몇 건씩 셀프소개팅 제안글이 올라온다. 한 취준생은 “연애하고 싶은 여자분, 소개팅 합시다. 내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진 않았지만 조건을 보는 분이 아니라 사람의 됨됨이를 보는 분이라면 한 번 만납시다”라며 패기 넘치는 소개팅 제안글을 올려 좋은 반응을 얻었다.
최초로 재능마켓 아이디어를 시작한 ‘크몽’ 홈페이지 메인 화면.
셀프소개팅 말고도 셀프매칭이 활발한 분야는 또 있다. 바로 온라인 ‘재능마켓’이다. 자기만이 가진 능력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판매까지 하는 시스템이다. 최초로 재능마켓 아이디어를 시작한 ‘크몽’부터 ‘오투잡’, ‘미스터스’ 등 비슷한 콘셉트로 운영되는 사이트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사이트에는 홈페이지를 만들거나 포토샵 작업 등 전문 기술이 필요한 분야부터, 이벤트용 요리를 대신해주거나 연애편지 써주기, 고백 대신해주기 등 생활밀착형 재능까지 다양하다. 판매자가 자신의 재능을 소개하는 글과 사진을 올리면 구매자가 선택해 매칭이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구매자의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선 확실한 자기피알이 필수다. 일부 상위권에 올라온 재능 판매자들 중에는 자신의 모습을 메인 사진으로 등록해 신뢰를 높이는 이들도 있다. ‘DK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사진 찍는 재능을 판매하는 김도균 씨(21)는 “‘셀프매칭’ 형식이다 보니 스스로 홍보하고 고객을 유지 관리하는 게 어렵다. 그래도 대학생 신분으로 한 달에 100만 원 정도를 벌 수 있어 노력이 아깝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상품 사진을 찍어 장당 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재능구매 의뢰는 사이트에 등록된 아이디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이루어진다. 이용자가 꼽은 장점은 사이트에 내는 수수료 외에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로 매장이나 사무실을 차리지 않아도 간단하게 자신이 가진 능력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매자 스스로 올리는 정보가 전부이기에 신뢰도는 그리 높지 않다. 김도균 씨는 “정보가 한정적이기에 이용자가 의심을 하는 게 애로점이다. 몇 번을 신분 확인하고, 주소, 전화번호까지 요구하면서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재능마켓을 이용해봤다는 최 아무개 씨(여·23)는 “온라인 연애상담을 받아본 적이 있다. 비용도 비싸지 않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신청했다가 낭패를 봤다”며 “재능 소개글을 읽고 대단한 능력이 있어 판매하는 줄 알았지만 친구가 해주는 연애상담 수준이었다. 괜히 구구절절 개인사를 얘기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찝찝했다”고 이용후기를 전했다.
재능마켓 크몽 관계자는 “재능이 뛰어나고 소비자의 호응이 좋아 고소득을 올리는 이들도 있다. 영어번역을 주로 하는 한 회원은 지금까지 총 3000만 원의 수익을 냈다”며 “재능 판매자의 실력, 개인 신상 확인 절차가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해서는 내부 운영 방침으로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윤심 기자 hear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