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위)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아래)는 추석 연휴인 지난달 28일 안심번호를 활용한 오픈프라이머리(국민공천제) 도입에 잠정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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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중고매매나 택배거래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이 같은 번호가 크게 낯설지 않을 것이다. 안심번호란 이동통신사업자가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임의로 부여하는 일회용 전화번호를 말한다. 안심번호는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고 2~3일 뒤 번호가 없어져 사용이 불가능하다.
안심번호 도입은 그간 여론조사기관의 숙원사업과도 같았다. 전국 단위 조사가 아닌 246개 지역구 단위 여론조사에서 표본 추출이 어려워 객관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만한 데이터를 얻는 일이 마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별․주소․나이 등 개인정보가 담긴 휴대전화 정보를 습득하는 행위 자체에 위법 소지도 다분했다. 하지만 중앙선관위를 통해 안심번호를 받아 조사를 실시하면 법을 위반하지 않고도 보다 정확한 여론과 지역민심을 살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에 양 당 대표가 합의한 ‘안심번호 공천제’는 디테일에 있어 차이가 있다. 새누리당은 오픈프라이머리 대안으로 안심번호 공천제 하나로만 후보를 정한다는 입장이지만 새정치연합은 안심번호 선거인단이 ARS에 참여하는 방식 외에도 현장투표를 혼합해 경선을 치를 수 있도록 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양 당이 같은 날 여론조사를 실시하더라도 요일․시간대․인원 등 수많은 세부 사항에 대한 협의가 남아있기도 하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안심번호 공천제는 김무성 대표 입장에서 오픈프라이머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내놓은 대안이라고 가정했을 때 가장 합리적인 안”이라면서 “비용 역시 일반 오픈프라이머리보다 저렴하다. (새누리당안의 경우) 체육관을 빌리지 않아도 되고, 오픈프라이머리를 하더라도 경선인단을 뽑기 위해서 결국 여론조사를 실시해야하기 때문이다. 제도에 반대하는 친박계나 비노 진영에서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데, 대안 없이 반대하는 느낌으로 청와대의 반대 논거도 약하다”라고 전했다.
다만 이 대표는 “안심번호를 이용해 여론조사를 실시할 경우 60대 이상 노년층이 배제될 수 있다는 것은 단점”이라며 “유․무선을 혼합하는 방식으로 보완할 수 있는데, 이럴 경우 한 지역구 응답자가 유선과 무선 모두 응답하는 경우가 생겨날 수 있다. 결국 어떤 제도도 완벽하지 않기에 정치권에서 어떤 리스크를 감수하고 어디에 중점을 두고 추진하느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안심번호’는 오픈프라이머리의 제도적 문제와는 구별돼야 한다. 국민공천제는 정치적 문제이지만 안심번호는 단순히 여론조사의 개념”이라면서 “그동안의 유선전화를 이용한 여론조사는 246개 지역구 국민과 접촉이 불가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안심번호를 사용할 경우 접촉 가능성이 높아지며 대표성도 확보돼 훨씬 더 정확한 조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배 본부장은 “역선택, 비용부담, 착신전화, 동원 등의 문제가 있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여론조사의 부정적 측면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부분은 개선하고 노력해서 보완해야 할 문제”라면서 “그렇다고 선거 때 여론조사를 안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반문했다.
박시영 ‘윈지컨설팅’ 부대표는 안심번호의 장점으로 “유권자의 직업과 연령대를 공정하게 표집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는데, “그동안의 유선전화 여론조사의 경우 집 전화가 아닌 휴대폰만 가진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무선전화(휴대전화)는 20~30대 층을 표집할 수 있지만, 유선조사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박시영 부대표는 ‘응답률이 저조할 수 있다’는 청와대 반대 의견에 대해 “그 말은 왜곡이다. ARS 조사는 2%이지만, 전화면접조사는 응답률이 10~15%에 달한다. 여론조사 응답률은 매번 정확하게 공개된다”면서 “단점이라면 비용 측면에서 부정적 측면과 긍정적 측면이 있고, 여론조사는 현역에게 유리하지만 현장투표는 유세 과정과 배심원 투표 등의 절차가 포함돼 신인에게 유리하다는 의견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대진 ‘조원씨앤아이’ 대표는 “핸드폰 보급률 1인 1개인 현실에서 ‘안심번호’를 통해 성과 연령을 고르게 선택해 민심을 정확하게 파악 가능하다. 정치 신인에 대해 객관적으로 조사할 수 있고,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는 큰 틀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정당은 국민 중심이 아닌 당원 중심이다. 따라서 정당정치가 퇴색될 수 있고, 여론조사를 정치 발전 차원에서 대안방안으로 선택하는 것은 좋지만 리더를 여론으로만 뽑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새정치연합의 선거인단은 300~1000명으로 구성되는데, 선거인단이 줄어들수록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여론조사기관 수석연구원은 “지역구 경선인단 모집시 유선전화를 통한 리쿠르팅(표본추출)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안 된다. 정당에서 조사를 의뢰해서도 기관에서 의뢰를 받아서도 안 된다”면서 “새누리당은 과거 이명박 정부 당시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민심과 다르다는 이유로 휴대폰 여론조사의 필요성을 먼저 역설하기도 했다. 정치인들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여론조사기법은 발전하고 민심을 대변하는 주요한 도구로 사용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이수진 기자 109dubu@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