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은 김무성 대표가 “나의 왼팔과 오른팔”이라고 칭했던 김학용 의원(첫번째)과 김성태 의원, 오른쪽은 친박 실세 윤상현 의원(세번째)과 새로운 김무성 공격수로 떠오른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 일요신문 DB
9월 28일 김무성 대표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전격 회동해 안심번호를 활용한 국민공천제 논의에 의견접근을 이루자 30일 의원총회를 앞둔 친박계 공세가 시작됐다. 안심번호 기술에 대한 문제점을 들고 나왔지만 결국 김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 포기를 선언하라는 항복요구였다.
29일 새누리당 의원들 핸드폰으로 장문의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당 대표 비서실장인 김학용 새누리당 의원이 “국민공천제는 박 대통령 공약과 일맥상통한다”며 친박계 주장이 자가당착임을 주장하는 내용이었다.
김학용 의원은 아시아의원포럼 참석 차 베트남으로 출국해 국회에서는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김 의원은 비행기로 4시간 반 거리의 해외에서 시시각각 상황을 체크해 실시간 대응에 나섰다. 김 대표와도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대책을 논의했다. 30일 의총 직전 김 대표가 의총장으로 이동하면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걱정마라. 정도로 간다”고 말하는 장면이 목격됐는데 김 의원과의 통화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청와대 관계자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문제점을 지적하자 역시 핸드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청와대 측 오류를 조목조목 짚어 재반박해 김 대표를 원격 지원했다.
비서실장이 자리를 비운 전쟁터에서 일당백의 용장은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이었다. 김성태 의원은 의총 당일 아침 라디오 인터뷰에서 “새누리당 공천방식을 대통령의 뜻에 의해 결정해야 하느냐”며 선전포고를 했다. 그동안 내년 총선과 관련해 아무도 입 밖으로 내지 못했던 대통령을 언급한 강수를 둔 것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에 따르면 김 의원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공격하고 나선 친박계 움직임이 ‘김 대표 흔들기’ 수준을 넘을 수 있다는 우려를 했다고 한다. 이에 선공에 나서 친박 측 예봉을 꺾으려 한 것이다. 김 의원은 의총 말미에도 원유철·조원진 원내지도부를 향해 당내 분란을 조장하는 당사자라며 “김 대표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김성태·김학용 의원은 김 대표가 지난해 7월 당 대표 취임 당시 “나의 오른팔·왼팔”이라 칭했던 대표적 측근 의원이다.
이들처럼 전면에 나서진 않았지만 박민식·서용교 등 부산 지역 의원들이 당 내외 여론 동향이나 대응 전략에 대해 김 대표를 보좌하고 있다. 계파색을 초월해 의원들과 두루 친분이 있는 박민식 의원은 의원들의 세를 규합하고 의총 등에서 의원들을 설득할 대응논리를 제안하는 등 숨은 책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서용교 의원은 김 대표가 의욕을 갖고 추진 중인 공천개혁 방향과 세부사항 수립의 실무까지 사실상 ‘무대표’ 국민공천제를 탄생시킨 브레인이다. 친박계가 김 대표 측에 오픈프라이머리의 대안을 요구하자 100% 전화 여론조사를 오픈프라이머리 취지에 맞게 시행할 수 있도록 대체방안을 만들 수 있었던 것도 서 의원 힘이 컸다고 한다.
친박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이다. 윤 의원은 “지금 여권의 대선 주자를 말하는 것은 의미가 별로 없다”며 사실상 ‘김무성 불가론’을 언급하고 나서 당을 발칵 뒤집어놨던 장본인이다. 지난해 원내수석부대표를 역임하면서 ‘윤상현당’이란 말이 회자될 정도로 친박 실세로 떠올랐으며 최근엔 스스로 친박 수장으로 자리매김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오픈프라이머리 공격 등 총대를 메고 나서는 것도 이 같은 일환으로 해석된다.
친박 진영에서 김무성 공격수로 새롭게 떠오른 인물은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다. 김 대표가 문재인 대표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논의를 발표하자 “김 대표에게 그런 권한을 주지 않았다. 오픈프라이머리 포기선언을 해야 한다”고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안심번호 기술의 허점과 부작용을 세세하게 따지고 드는 등 친박계 지략가로 꼽힌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대구 지역구 의원으로 ‘국회법 파동’ 당시 직간접적으로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옹호했던 다른 대구 의원들과 달리 친박 측에 섰다. 9월 초 김 대표가 대구지역 의원들 모임에 참석해 유 전 원내대표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면서 조 원내수석을 향해 “조 수석만 유일한 친박 아니냐”고 면박을 줘 조 원내수석이 얼굴을 붉혔던 일화도 있다.
최근 친박계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의원은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다. 공천룰과 관련해 “제3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며 김 대표의 국민공천제에 반하는 발언을 해 그 발언 배경과 향후 행보에 눈길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원유철 원내대표가 친박계 쪽에 가담해 김 대표가 추진하는 국민공천제를 무산시키는 데 앞장설 것이란 시각이 있다. 원 원내대표는 전략공천을 일부 포함하는 공천방식을 제안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김 대표와 한판 격돌이 전망된다. 김성태 의원이 의총 당시 원 원내대표와 조 원내수석을 향해 “유승민 사태라는 아픔을 겪고 당신들을 합의 추대해 줬는데, 지금 당신들이 누구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그러는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행동해서는 안된다. 분란을 조장하면 어떡하느냐”고 비판한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과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 등도 친박계 ‘나팔수’ 역할을 하며 김 대표 측 공격에 전방위적으로 나서고 있다. 윤상현 의원과 함께 청와대 정무특보를 맡고 있는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 또한 친박계의 ‘봉추선생’으로 활약해 왔지만 비교적 신중한 행보를 보이는 편이다.
김태은 머니투데이 the300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