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노역’으로 공분을 샀던 허재호 전 회장의 대주그룹이 건설한 경기도 용인시 공세동 대주피오레. 일부 수분양자들이 아직까지 계약금과 중도금 등을 돌려받지 못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에 도마에 오른 용인 공세동 대주피오레는 수없이 많은 구설을 양산해 사실상 복마전이라 해도 다름없는 곳이다. 대주그룹 계열사인 지에스건설은 지난 2005년 10월부터 용인 대주피오레 공사에 돌입했고, 지난 2006년 8월부터 일반인 분양에 나섰다. 용인 대주피오레는 대형 평형대가 많은 아파트 크기나 지역 위치를 미뤄 봤을 때 투자 목적보다는 거주목적이 강한 곳이었다. 하지만 희망을 꿈꾸고 새 둥지를 찾아 나선 이들에게 닥친 건 절망뿐이었다.
용인 대주피오레 수분양자(분양을 받은 사람)들이 입주 예정일로 통보받은 것은 지난 2009년 4월 30일이었지만 입주 예정 당일까지 준공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수분양자들은 입주 예정일로부터 한 달여 지난 5월 22일이 되도록 실제 실행 공정률이 약 76.4%밖에 되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예정일이 지나도 입주가 요원하기 때문에 분양권 계약을 취소하고 계약금과 위약금 등을 돌려달라는 소송이었다.
지난 2010년 1월 29일 수원지방법원은 수분양자들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지에스건설 측에 계약금과 위약금 등을 입주예정일로부터 반환 시점까지 연 20%의 금리를 적용해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당시 지에스건설이 반환해야할 돈은 270여 명의 360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이 소송은 수분양자들이 제기한 소송의 시작에 불과했다.
그러나 수분양자들은 아직도 법원이 판결한 돈의 일 원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지에스건설이 소송에 졌음에도 불구하고 자금이 없다며 돈을 돌려주는 것을 미루고 있는 이유에서다. 현재 지에스건설은 법인이 존재는 하지만 실제적인 운영은 되지 않아 사실상 빈껍데기만 남은 상태다.
특히 지난 2009년 모기업인 대주그룹도 야심차게 투자했던 대한조선이 조선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휘청거리면서 그룹 전체가 흔들렸다. 결국 지난 2010년 대주건설이 부도가 나고 허 전 회장이 해외로 도피하면서 그룹은 해체됐다.
대주그룹 자체가 해체되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소송을 통해 돈을 지급받기로 돼 있는 수분양자들이 돈을 받을 곳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09년 공사대금이 부족해진 지에스건설이 산업은행 보증을 통해 공사비 3000억 원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형식으로 대출을 받은 것이 큰 걸림돌이 됐다. 산업은행이 법에서 정한 우선순위 담보권자이기 때문에 지에스건설로 들어오는 모든 돈을 산업은행이 먼저 받게 됐던 것이다.
산업은행이 선순위로 받아가는 바람에 갈 곳 잃은 수분양자들은 수십 혹은 수백이 힘을 합쳐 대주그룹이나 허 전 회장, 산업은행 등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수분양자들이 가졌던 의혹은 대주그룹이 산업은행의 3000억 원 규모의 PF를 받아 대한조선의 주식매입 등에 사용한 부분에 있다. 대주그룹 계열사였던 대한조선은 산업은행이 최대주주이자 최대채권자이기도 하다.
수분양자들은 산업은행이 대주그룹 해체 전에 지에스건설로 PF자금을 밀어 넣어 그 돈으로 대한조선 주식을 사게 만든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대출금 중 상당부분이 대주건설 계열사인 대한조선으로 유입된 사실 여부에 대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자금관리를 시작한 지난 2007년 8월 17일 이후 대출금 3000억 원은 모두 타행 대환, 공사비 지급 등 용도를 확인하여 직불 처리하였다. 대출금의 유용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이처럼 용인 대주피오레에서 제기된 소송은 정치권, 금융권, 재계를 막론하고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월 새로운 소송이 제기됐다. 수분양자였던 A 씨 외 43인이 제기한 이 소송은 피고인이 허 전 회장, 용인 대주피오레 시행사였던 지에스건설 대표이사, 공사자금의 PF 대출을 주관했던 산업은행 그리고 당시 은행장으로 재직했던 ‘MB맨’ 강만수 전 한국산업은행 은행장이다. 당시 MB정권 실세 중에 실세로 꼽히며 기획재정부 장관을 거쳐 산업은행장에 임명된 강만수 전 장관마저 용인 대주피오레 송사에 휘말렸다는 점이 흥미롭다.
고소인들은 허 전 회장이 사주로 있던 대한조선의 주식매입 등에 용인 대주피오레 아파트 공사자금으로 용도가 특정된 PF 대출금 2500억 원과 분양대금 2557억 원을 사용했다는 것을 두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고소인들은 분양대금반환소송에서 승소했고, 산업은행은 고소인들이 분양받은 아파트를 매각했다. 하지만 고소인들은 단 한 푼의 돈도 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고소인들은 산업은행이 특경가법 위반에 해당하는 배임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횡령이나 배임으로 허 전 회장이 다시 구속되거나 처벌 받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한 대형로펌에서 횡령 및 배임 등 화이트칼라 범죄를 전문으로 맡고 있는 변호사는 이에 대해 기본적으로 어렵다는 전망을 내놨다. 고소인들이 어떤 증거자료 등을 보유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것을 전제로 한 이 변호사는 “만약 위의 사실이 맞는다면 법정에서 횡령이나 배임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지만 실제적으로 위와 같은 지시를 허 전 회장이 직접 했는지를 입증해야하기 때문에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본다”며 “특히 금융회사인 산업은행이 뒤에서 고소인들의 주장처럼 배임을 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문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입주자들 마음은 복잡한 송사보다 훨씬 참담한 듯하다. 최근 제기된 소송이 아닌 또 다른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B 씨는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B 씨는 “부푼 꿈을 안고 새로운 둥지를 찾아 입주하려고 했으나 좌절을 맛봤다. 다행히 소송에 이기면서 마무리되는 줄 알았지만 오히려 그때부터 돈은 돈대로 못 받고 분양 받은 아파트는 팔렸지만 중도금 대출은 그대로 있어 억장이 무너진다”며 “돈도 주지 않고 내가 분양받은 아파트는 팔아버려 막무가내로 해당 아파트에 들어가 버텨본 적도 있지만 사유재산을 침범했다는 이유로 오히려 범죄자 취급을 받았다”며 억울한 심정을 밝혔다.
<일요신문>은 대주그룹, 대주건설, 혹은 지에스건설 입장을 들어보고자 다각도로 접촉했지만 홈페이지 및 회사가 부도 상태인지라 여의치 않았다. 특히 허 전 회장은 지난 8월 3일부로 뉴질랜드로 출국한 상태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허재호 전 회장은 누구 ‘일당 5억’ 노역 논란 향판 폐지 계기돼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이끌었던 대주그룹은 1981년 설립된 대주건설을 모기업으로 한다. 허 전 회장은 건설을 모체로 제지, 조선, 중공업, 보험 등으로 계열사를 뻗어 나갔다. 지난 2008년 기준 대주그룹은 연매출 2조 2000억 원 계열사 숫자 약 30개에 달하는 중견그룹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대주그룹이 야심차게 시작했던 조선업종의 경기침체와 건설업 침체가 맞물리며 결국 그룹해체까지 이르렀다. 허 전 회장이 정작 사회적 비판을 받은 결정적 사건은 따로 있었다. 지난 2014년 3월 허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과 탈세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2010년 허 전 회장이 254억 원의 벌금에 대해 하루 5억 원의 환형유치 노역 판결이 내려졌다는 것이 알려지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허 전 회장의 5억 원 노역형은 여론의 질타를 받아 급히 중단됐지만 6일간의 노역이 인정돼 이미 30억 원의 벌금을 탕감 받은 후였다.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일당 5억 원을 스포츠 선수에 비교하기도 했다. 지난 2013년 프로스포츠 선수 전 세계 수입 1위는 약 8300만 달러를 벌어들인 골프선수 타이거 우즈가 달성했다. 하지만 이를 365일로 단순히 나누면 2억 4000만 원에 불과해 허 전 회장 일당의 반 정도에 불과하다. 허 전 회장의 판결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한 지역에서 오래 근무하는 판사인 지역법관(향판)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오랫동안 한 지역에 근무하다 보면 자연스레 커넥션이 이뤄질 수 있으니 근무 연수를 제한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법원은 지난해 지역법관 제도를 폐지하고 특정 지역에 계속 근무할 수 있는 기간을 최장 7년으로 제한해 허 전 회장 사건이 법조계에 큰 변화를 준 바 있다. 또한 노역형에도 변화가 있었다. 지나치게 과한 일당을 막기 위해 대법원은 노역일당의 기준을 변경해 1억 원 이상 5억 원 미만은 300일,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은 500일, 50억 원 이상 100억 원 미만은 700일, 100억 원 이상은 900일로 수정하여 일당을 1000만 원 안팎으로 맞추게 했다. 이렇게 논란의 중심에 섰지만 허 전 회장은 사실상 무혐의로 수사가 끝날 전망이다. 6억 원대 탈세 혐의로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고발된 허 전 회장에 대해 광주지검이 참고인 중지 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허 전 회장이 완전히 혐의를 벗을 때까지 몇 가지 절차가 남긴 했지만 수사는 이대로 끝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참고인 중지 처분을 받은 허 전 회장은 지난 7월 31일 여권을 발급받아 지난 8월 3일 뉴질랜드로 출국했다. [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