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전문리서치기관인 Gfk MRI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09년 사건이 터지기 전 도요타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던 미국의 소비자는 83%였으며, 17%만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스캔들이 터지자 미국 소비자들의 태도는 냉랭하게 변했다. 사건 후 긍정적이라고 답한 소비자는 78%로 떨어졌으며, 리콜 조치가 계속 이어진 2010년에는 급기야 59%까지 추락했다. 반면 부정적인 의견은 41%로 상승했다. 긍정적인 의견은 리콜 사태가 마무리된 2011년이 돼서야 다시 상승해 현재 70%까지 도달한 상태다. 물론 아직 2009년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진 않았지만 4년 만에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2009년 도요타 대규모 리콜사태 당시 도요타 서비스 관리자가 문제가 된 가속페달을 살펴보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그간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도요타의 노력은 다방면에서 이뤄져왔다. 대대적으로 사업 구조를 변화하는 한편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앞으로!’라는 모토를 내걸고 소비자들과의 소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또한 품질 검사에 보다 집중하기 위해 ‘국제품질특수위원회’를 설립해 철저한 품질 검사를 실시하는 한편, ‘SMART’ 팀을 결성해 고객들의 급가속 신고를 전담해서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했다.
소셜미디어(SNS)가 도요타의 회복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온라인이라는 공간을 통해서 잠재 고객들에게 도요타라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실제 도요타는 페이스북, 트위터, 디그 등 다양한 SNS 창구를 통해 고객들의 불평과 불만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왔으며, 리콜 사건이 터진 직후에는 트위터를 통해 관련 뉴스를 신속하게 전달하거나 고객들의 질문에 최대한 빨리, 그리고 성실하게 답하는 등 노력하는 자세를 보였다.
또한 고객들의 길라잡이 역할을 해주기 위해 ‘리콜 전문 사이트’인 ‘리콜 허브’를 개설해서 리콜과 관련된 모든 콘텐츠(동영상, 뉴스, 사진 등)를 제공하는 한편 ‘내 차도 리콜 대상인가?’ ‘리콜을 받으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하지?’ ‘리콜을 받은 다음에는?’ 등과 같은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역할을 했다.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서 도요타가 선택한 또 하나의 방법은 바로 자동차에 대해 갖고 있는 고객들의 ‘친밀감’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자동차는 흔히 집과 대학교 학비 다음으로 가장 큰 목돈을 지출해서 구입하는 품목 가운데 하나다. 때문에 대개는 자동차와 관련해서 저마다 추억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가족 여행이나 대륙 횡단 여행 등과 같은 추억들이 바로 그렇다. 도요타는 바로 이런 친밀감을 마케팅에 활용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고객들이 도요타와 관련된 추억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했고, 그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수천 개의 이야기들이 페이스북에 올라오기 시작했고, ‘좋아요’ 횟수가 증가하는 만큼 덩달아 방문자 수도 늘었다. 그리고 이런 관심은 결국 도요타라는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 인식으로 이어졌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